경주대학교를 넘어 광명삼거리에서 좁은 소방도로를 따라 한참을 가다보면 소나무에 가려진 작은 학교 하나가 나온다. 문도 없는 정문 담 기둥 양쪽에는 낡디 낡은 목판에 경주초등학교 화천분교라고 까맣게 새겨져 있다. 아침 8시 30분. 어디서 오는지 알 수 없지만 남쪽 개울 넘어에서 동쪽 논 넘어, 북쪽 산비탈에서 유일한 교통 수단 자전거를 타고 아이들이 손을 비비며 학교로 모여든다. 시내지역 같은면 추운 날씨에 부모님이 자가용으로 학교까지 태워 줄텐데 이 곳 아이들은 고급 승용차 부럽지 않는 자전거 페달을 열심히 밟으며 혹 지각은 아닌지 연신 전자시계를 들여다 본다. 1학년(4명)과 2학년(5명) 한반, 3학년(5명)과 4학년(7명)이 한반, 5학년(10명)과 6학년(7명)은 학생들이 많아 독립 반이다. 남학생 19명, 여학생 19명 전교생이라고는 38명에 선생님에 유치원 선생님, 주사까지 모두 합쳐 6명이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49년 모량초등학교 화천분교로 설립, 63년 화천국민학교로 독립 개교해 지난 70년대 초만 해도 전교생 400여명이 이 학교를 다녔다고 한다. 90년 학동국민학교가 학동분교로 개편되면서 작은집(?)까지 있었던 화천국민학교는 지난 99년 경주초등학교 화천분교로 개편 지금에 이르고 있다. 매년 분교에만 실시하는 소규모 학교운영체제개선 정책추진에서 이 학교 학부모들은 화천 인근에 남은 유일한 문화 공간으로 우리 아이들이 마음껏 공부하고 뛰어 다닐 수 있게 하기 위해 학교 폐교에 반대표를 던졌다. “학원에서도 한반에 20명 이상씩 공부하는데 화천분교 학생들은 선생님과 1:1 수업을 하고 있다”며 “전 세계의 어떤 학교와도 비교 할 수 없는 혜택을 우리 아이들은 누리고 있다”고 말하는 학부모들. 실제 이곳 학생들은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개개인 능력에 맞게 차별화된 교육을 받고 있었다. 정규 수업 외에도 개인학습지도, 생활지도 모두 개인 과외 방식의 지도를 받고 있는 학생들은 담임 선생님이 부모님 다음으로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입학해서 졸업할 때까지 남학생, 여학생 단짝 같은 것은 없지만 6년 동안 계속해서 보는 학우들은 한 식구나 다름없다. 제일 소망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시내 아이들처럼 학교 수업 마친 후 학교 앞 문방구에서 불량식품과 떡볶기를 사 먹고 싶다”며 웃는 아이들은 “가끔식 선생님이 가방 속에 넣어 주는 알사탕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고 말했다. 현재 올해로 이곳 화천분교에서 3년째 근무하고 있다는 2·3학년 담임 선생님이자 화천분교 부장인 정만영(44) 선생님은 “그래도 우리 학교가 지역 분교 중에서는 제일 큰 분교다”라고 자랑하며 “지금까지 교편 생활 중 이곳이 제일 기억에 남고 학생, 학교 모두 정이 간다”고 말했다. “교육환경이 어느 학교와 비교해도 자신 있다는 정 선생님은 “앞으로 고속철도가 개통되고 화천지역이 신도시 역세권으로 개발되면 지금 화천 분교는 경주에서 제일 큰 학교로 거듭날 것이다”고 기대했다. “체육시간에 제대로된 기자재가 없어 항상 아이들에게 미안하다”는 이곳 선생님들은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우리 화천 분교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고 떠나고 싶다”고 말했다. 작업복에 목장갑을 끼고 작지만 온 학교를 누비고 다니는 박준호 주사는 “비 올 때 교실에 비가 세는 것이 아이들에게 미안하다”며 “날씨가 풀리면 아이들을 위해 농구 골대도 수리해주고 축구 골대도 수리해주고 싶은 마음에 달력만 보고 있다”고 말하며 화천분교에도 필 봄꽃을 마음 속으로 손꼽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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