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가 장애인·노인·임산부 등 모든 시민과 방문객이 차별 없이 도시 공간을 누릴 수 있도록 무장애 환경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시는 지난달 29일 ‘무장애도시 조성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 최종 보고회’를 열고 무장애 선도도시를 위한 구체적 실천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경주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보고회에는 송호준 부시장을 비롯해 무장애도시 조성 위원회, 12개 부서 TF팀 팀장 등이 참석했다. 6개월간의 연구용역을 수행한 자인이엔씨의 임형일 대표는 경주시 무장애 환경의 현황을 공유하며 구조적·정책적 개선안을 제시했다.
보도 폭 좁고 저상버스 부족…현장 체감 낮아
보고서에 따르면 경주시의 보행 환경은 여전히 장애인과 보행약자에게 불편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턱이 높은 경계석과 횡단보도, 보도 위 장애물 등으로 휠체어 유효 폭(1.5m)이 확보되지 않은 구간이 많았고, 보도 침하나 파손 상태가 방치된 사례도 적지 않았다.
횡단보도 음성 유도기의 15%가 고장 상태며, 점자 블록은 규격 미준수, 설치 방향 오류, 볼라드에 의한 차단 등 문제점이 지적됐다. 특히 점자 신호등 버튼의 위치가 비장애인도 접근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왔다.
대중교통 부문에서는 저상버스 도입률이 전국 평균(2023년 기준 38.9%)에 못 미치는 21.05%(총 36대)에 그쳐, 이용 접근성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 콜택시의 경우 법정 기준은 충족하고 있으나, 노인·임산부 등 이동 약자를 포함한 실질적 이동권 보장 측면에서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스마트 정류장·관광지 셔틀·통합 앱 구축 등 구체안 제시
이에 따라 △보도 경계석 및 횡단보도 턱 낮춤 △이동식 경사로 설치 △스마트 정류장 도입(냉난방·정보 제공 기능) △장애인 콜택시 증차 및 스마트 호출 시스템 도입 △대릉원·보문단지 등 주요 관광지에 무장애 관광 코스 조성 △불국사·석굴암 등 경사 지역에 셔틀버스 도입 검토 △동해안 해변에 휠체어 매트 및 해변 뱅크 설치 등 개선 방안을 제안했다.
또 이동약자의 실질적 정보 접근을 돕기 위한 통합 무장애 정보 앱 구축도 제안됐다. 서울시에서 운영 중인 장애인 접근성 지도 앱을 벤치마킹해 휠체어 이동 경로, 장애인 화장실, 수유실, 충전소 등의 정보를 모바일로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경주시에도 적용하자는 것이다.
송호준 위원장은 “경주시가 무장애도시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지자체 중 선도적인 위치에 있다”며 “부서 간 유기적인 협력으로 정책을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산이 많이 드는 사업은 시범 운영을 통해 우선순위를 정할 필요성도 언급했다. 남미경 시민복지국장은 “장애인의 가장 큰 욕구는 이동”이라며 “법적 기준을 충족했더라도 노약자, 임산부, 발달장애인을 포함하면 콜택시는 현저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비를 추가해 증차하고, 호출 시스템도 스마트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헌덕 부위원장은 “책상 위 통계보다 현장 중심의 조사와 장애인 당사자의 목소리가 필요하다”며 “장애인 표준 설계 코드를 기반으로 전 부서가 함께 실행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고 비판적인 견해를 밝혔다.
경주시는 이번 회의에서 제시된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8월 중 최종 보고서를 완성하고 TF 전체 회의를 다시 열어 사업의 우선순위를 정할 예정이다. 이후 2026년 예산 편성 과정에 본 사업을 적극 반영하고 전 부서가 주기적으로 모여 실행력을 높인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