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가 오는 10월 개최 예정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시 전역에서 도로 및 인도 정비 공사를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는 가운데, 지역 시민단체가 이를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경주환경운동연합은 지난달 28일 성명을 내고 “정상회의를 준비한다는 이유로 멀쩡한 도로를 뜯고 보도블록을 교체하는 등 무분별한 정비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시민들의 통행 불편과 안전 위험이 가중되고 있으며 발생하지 않아도 될 막대한 건설 폐기물까지 쏟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경주시내 주요 간선도로와 주거지 주변에서는 최근 수개월간 연이어 포장 정비, 인도 블록 교체, 도로 재포장 등이 이루어지고 있다. 일부 구간에서는 야간 통행에 불편을 호소하는 민원도 잇따르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이용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도로와 인도를 굳이 재정비하는 것은 시민의 세금을 낭비하는 일이며 그 결과는 결국 폐기물 더미만 남는다”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또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시민들에게 에너지와 자원 절약을 권장하는 행정이 정작 현장에서는 자원 낭비의 길을 걷고 있다”면서 “안전하게 이용 가능한 도로라면 건드릴 이유가 없다. 준비라는 명목으로 자행되는 무의미한 정비는 보여주기식 행정의 전형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도시의 국격은 반짝이는 블록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선택에서 드러난다”고 밝혔다.
경주환경운동연합은 도로 정비보다 우선되어야 할 실질적 준비로 ‘무폐기물 도시 조성’을 제안했다. 그들은 “APEC 기간 동안 경주시 전역의 음식점과 카페 등에서 일회용 종이컵, 플라스틱컵 등의 사용을 줄이고 관광객이 텀블러를 지참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에 예산을 투자해야 한다”며 “이것이야말로 전 세계가 공감하고 경주시가 자랑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도시의 길이다”고 강조했다.
환경운동연합은 “경주시는 지금이라도 무의미한 정비 사업을 중단하고 시민들에게 안전하고 쾌적한 도시를 돌려줘야 한다”며 “정부 또한 불필요한 토목예산 지원을 중단하고 꼭 필요한 사업에만 재정을 투입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