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지역 유기·유실 동물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매년 경주시 동물사랑보호센터로 입소되는 유기·유실 동물 수는 비슷하지만, 입양률은 해마다 줄고 있어서다. 또 입소 동물의 80% 이상이 개로, 구조·관리 부담이 유기견에 집중돼 있고, ‘들개화’된 유기견들이 시민 안전을 위협하거나 가축과 농작물에까지 피해를 주고 있어 해결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
경주시는 중성화와 동물등록 지원 등 예방책을 강화하고 있지만, 유기·유실 동물 반환률은 정체되고 있고, 시민의식 개선도 여전한 과제로 남아 있다. 유기·유실 동물 문제는 단순한 보호의 영역을 넘어 도시 이미지와 공동체 안전에 직결되는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입소는 그대로, 입양은 뚝…유기·유실 동물 생명권 위협
경주시 동물사랑보호센터에 따르면 2022년 입소 동물 총 1201마리 중 588마리(49%)가 입양됐다. 하지만 2024년 입소 동물은 1253마리로 소폭 증가했음에도 입양률은 34%(422마리)로 떨어졌다.
반면 자연사·안락사·방사 처리된 개체 수는 2022년 502마리(42%)에서 2024년 680마리로 2년 새 54% 급증했다. 지난해 전체 유기동물의 절반 이상이 안락사 또는 자연사 처리되면서, 결국 입양률 감소가 동물 생명권 위협으로 직결되고 있는 셈이다.
센터 관계자는 “입양을 원하는 세대는 이미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거나, 여건상 입양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만큼 센터에 남겨지는 동물의 운명은 더 가혹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유기동물 문제가 악화되는 원인으로는, 여전히 반려동물을 소모품처럼 여기는 일부 시민들의 잘못된 의식과 유기 행위에 대한 처벌이 지나치게 약하다는 점이 함께 지적된다.
경주시는 2021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총 8건의 동물 유기 행위를 경주경찰서에 고발했지만, 대부분 기소유예 등으로 마무리됐다. 특히 이마저도 CCTV 등 명확한 증거가 있을 때만 고발이 가능해, 실제 유기 건수에 비하면 처벌 사례는 턱없이 적은 실정이다.
현행 동물보호법 제10조는 동물 유기 행위에 대해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실질적인 처벌 수위가 낮아 경각심을 주기 어렵다는 것이다.
동물사랑보호센터 관계자는 “이 정도 처벌로는 동물 유기를 막기 어렵다. 결국 동물은 보호소에서 생을 마감하고, 유기자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일상을 살아간다”며 “강력한 처벌과 시민의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해마다 늘어나는 유기·유실동물…10마리 중 8마리는 ‘개’
경주시 동물사랑보호센터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센터에 입소한 유기동물의 대다수는 ‘개’로 나타났다. 입소 동물 10마리 중 8마리 이상이 유기·유실된 개였으며, 입양률은 매년 감소하고, 자연사·안락사 처리 비율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반면 반환율은 10% 내외에 머물며 정체된 상태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의 입소 동물 수는 2022년 총 1201마리 중 개가 860마리(71.6%), 고양이 337마리(28.1%), 기타 동물이 4마리(0.3%)였고, 2023년에는 총 1290마리 중 개 986마리(76.4%), 고양이 300마리(23.3%), 기타 동물 4마리(0.3%)였다. 2024년에는 총 1253마리 중 개가 1042마리(83.2%), 고양이 205마리(16.4%), 기타 6마리(0.5%)로 개 유기·유실 비율이 더욱 높아졌다.
이에 반해 동물 반환율은 2022년 9.2%, 2023년 11.8%, 2024년에 12.1%로 소폭 상승하긴 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야생화된 유기·유실견, ‘들개’가 돼 시민 위협… 포획·예방 병행해야
구조되지 못한 유기·유실견이 자연에서 번식하며 ‘들개’로 변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들개는 무리를 지어 야생화된 유기·유실견을 지칭하는 표현이다. 경주시에서도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50건 이상의 들개 신고가 접수됐다.
들개는 강동·서면·안강·외동·산내 등 농촌지역, 외동·천북 등 공단지역, 동천·불국 등 주거지역과 심지어 감포·양남·관성 등 해수욕장에도 출몰하고 있다.
이들은 닭·염소·개·거위 등 가축을 공격하거나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것은 물론, 노인과 관광객에게도 공격성을 보이는 등 ‘들개’ 문제는 인명 사고 위험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들개는 경계심이 높아 일반적인 구조 방식으로는 포획이 어렵고, 구조 후에도 성격이 사나워 대부분 입양이 불가능해 인도적 처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 고시 개정으로 가스식 마취총 사용이 가능해지면서 포획의 효율성은 높아졌지만, 보다 근본적인 예방책이 요구된다.
경주시는 동물등록 무료 지원사업(2024년 3000만원)과 중성화 수술 지원사업(국비 8000만원) 등을 통해 들개화 예방에 나섰다. 특히 농촌지역에서 방치된 반려견이 들개로 변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마당개에 대한 집중적인 중성화가 핵심이라는 입장이다.
센터 관계자는 “농촌지역에서 방치된 반려견들이 들개로 변하는 경우가 많다”며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대적인 중성화와 예방정책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