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립극단이 구조적 재정비가 필요한 지점에 놓여있다. 운영 구조 개선과 공연 활성화를 요구하는 단원들의 호소에 시는 실효성 검토로 맞서고 있다. 본지는 전주시립극단 이수인 예술감독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중소도시 시립극단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조건과 그 대안의 실마리를 짚어봤다.   현재 경주시립극단은 상임단원 충원, 주말 공연 재개, 전담 인력 배치를 골자로 한 개선 요구안을 경주시에 공식 전달한 상태다. 이에 대해 시와 시의회는 매년 13억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됨에도 공연 실적이 연간 6~8회 수준에 그친다는 점을 문제 삼는다. 특히 단원 전원이 상임직으로 구성돼 있다는 사실은 합창단이나 고취대 등 타 예술단체와의 비교 속에서 효율성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운영의 무게를 나누는 구조 전주시립극단은 인구 63만명의 중소도시라는 제약을 안고 있지만 운영 안정성과 시민 접점을 모두 확보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어 눈여겨 볼만하다. 전주시립극단 이수인 감독은 “연극의 정기공연은 보통 사흘 정도가 현실적”이라며 공연 횟수만으로 단체의 존립을 평가하는 기준 자체가 현실과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주시립극단이 흔들리지 않는 기반을 갖춘 배경에는 30년 가까운 역사와 예술단체 조례, 그리고 노조의 지속적인 활동이 있다. 외부 압력에도 쉽게 휘둘리지 않는 구조다. 눈에 띄는 건 내부 시스템이다. 전주는 단무장과 기획실장을 별도로 두고, 시 산하에 예술단운영사업소를 설치해 예산과 회계 등의 행정을 전담한다. 반면 경주는 예술감독과 문화예술과 행사지원팀 담당자들이 공연 기획부터 홍보, 행정 실무까지 도맡는 구조다.   공연 실적을 구성하는 방식에서도 차이가 있다. 전주는 도서관, 복지관, 고3 대상 무료 공연 등 다양한 형태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이를 실적에 반영한다. 반면 경주는 과거 시민연극교실, 외부 공연 등을 시도했으나 내부 반려로 대부분 중단된 상태다. 사라진 주말 무대, 남은 공공의 책임 공연 시간 운영에서도 시각차는 분명하다. 전주는 금요일과 토요일, 필요에 따라 일요일 공연도 열린다. 시민의 참여 접점을 늘리는 방향이다. 이수인 감독은 “토요일 공연이 없는 건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경주시는 한동안 운영되던 주말공연은 초과근무에 대한 시와 극단 간의 기준과 절차에 대한 이견이 생겼고, 이후 공연이 중단됐다. 하지만 올 하반기에는 다시 재개될 예정이라고 했다. 이 감독은 “지자체가 예술가에게 안정적인 직장을 보장하는 것은 공공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상임제가 폐쇄적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청년 단원제나 인턴제 등 유연한 고용 형태를 제안하며, 성과 평가 기반의 재계약 시스템 도입을 제시했다. 이는 상임 단원 체제가 지역 예술계 내에서 받는 오해와 시기, 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하나의 방안이기도 하다. 그는 예술가 내부의 태도 역시 강조했다. “스스로 게으른 태도로 뭉개면서 밥그릇을 지키려 한다면 시민들이 다 안다. 시민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어떤 싸움도 이길 수 없다”고 했다. 지금 필요한 건, 준비된 판단과 실행 경주시립극단 강성우 예술감독은 “극단과 시, 그리고 시민 사이에서 건강한 연극예술의 미래를 위해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단원들의 불안과 시의 효율성 요구가 팽팽히 맞서는 상황”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시와 시의회가 극단을 예산 항목이 아니라 경주의 문화적 자부심이자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기반으로 인식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강 감독은 “예술가들이 창작에 집중할 수 있는 구조적 뒷받침 없이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며 “극단이 시민 곁에서 살아 있는 문화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경주라는 도시의 문화적 깃발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극단 구성원과 시의회의 입장은 분명 다르다. 그러나 양측 모두 ‘이 극단이 지역에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마주하고 있다. 전주는 그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한편 순천시립극단은 1998년부터 전 단원을 상임화해 정기공연과 지역 순회공연을 병행 중이며, 경산시립극단은 시즌 단원제를 도입해 제작비 중심의 유연한 운영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기획 다양성 면에서 유리하다는 평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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