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25년 기준 15~29세 청년 중 ‘쉬었음’으로 분류된 인구는 50만4000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구직 단념, 건강 문제, 정신적 어려움 등 다양한 이유로 ‘노동시장에 진입조차 하지 못한’ 청년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장애나 정신 건강 문제, 사회적 고립을 겪는 청년들에게는 이력서 한 장 내는 일조차도 버거운 현실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고용노동부와 경상북도가 함께 지원하고, 경주시청년센터가 운영 중인 ‘청년도전지원사업’이 복합적 취약 상태에 놓인 청년들을 위한 실질적 통로로 주목받고 있다.    단지 직무 교육에 그치지 않고, 회복과 재도전을 위한 안전망을 제공하는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두 명의 청년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다시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강경식 씨 이야기 - 강경식 씨(33)는 경북 경주시 안강읍에 거주하며 지역 복지관을 이용 중인 청년이다. 반복된 면접 탈락과 낮은 자존감, 단체생활 경험 부족으로 인해 사회와 거리를 두고 지내던 그는, 경주시내 헌혈의 집 앞에 붙은 포스터를 보고 우연히 청년도전지원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어요. 단체 활동도 해본 적 없고, 재미도 없을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체육대회 같은 활동을 해보니까 재밌더라고요.” 그는 현재 지게차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으며, 생산직이나 환경미화 관련 업무를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인 구직 활동에 있어 늘 문턱을 느껴왔다. “이전엔 채용공고를 봐도 ‘나랑은 상관없는 일’ 같았는데, 지금은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생각 하나만으로도 많이 바뀐 거죠.” 강 씨는 특히 청년센터의 밀착형 지원과 대화에서 큰 위안을 받았다고 했다. 단지 교육만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사정을 이해하고 적절한 시기에 격려해주는 역할이 있었기에 변화의 과정이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살아있다는 감각을 되찾고 있어요” - A씨 이야기 - A씨(26)는 과거 학교 폭력과 트라우마로 인해 오랜 기간 정신적 어려움을 겪어왔다. 쉼터에서 지내던 중 지인의 추천으로 청년도전지원사업을 접하게 됐고, 참여 여부를 망설이다가 상담을 통해 가능한 조건이라는 말을 듣고 프로그램에 등록했다. “수당 때문이 아니라, 진짜 뭔가라도 배워서 자립하고 싶었어요. 너무 힘들어도 빠지지 않고 다 참여했어요.” 그는 과거 우울증과 대인기피 증상으로 사람 앞에 서는 일조차 두려웠지만, 프로그램 중 발표 활동을 경험하며 변화의 계기를 맞았다. “‘주인공 프로그램’ 때 제 과거를 발표했어요. 원래는 발표 자체를 못했거든요. 근데 발표를 하고 나니까 내가 조금은 바뀌었구나 싶었어요. 내가 나를 이기고 있다는 느낌이었어요.” A씨는 출석률 100%로 과정을 이수했고, 프로그램 종료를 앞둔 지금은 ‘무언가를 해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경주 안에서는 구직 시도가 쉽지 않아서 여러 번 떨어졌지만, 이전보다 마음가짐이 다르고 나도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어요.”       “일자리가 아니라, 사람을 먼저 생각합니다” 청년도전지원사업은 기존 청년 취업 프로그램과 달리 ‘비자발적 비경제활동 청년’에게 초점을 맞춘다. 장애, 정신 건강, 장기 실업, 사회 고립 등의 이유로 구직활동 자체가 어려운 청년을 발굴하고, 밀착 상담과 자존감 회복, 공동체 활동 등을 중심으로 회복과 사회 연결을 돕는다. 실제로 강경식·A씨와 같은 청년들은 통계상 ‘구직 단념자’ 혹은 ‘쉬었음’ 상태로 분류되며, 일반적인 고용 정책 대상에서도 쉽게 배제되곤 한다. 이런 청년들에게 청년센터는 단지 프로그램 장소가 아니라, 존재를 인정받고 마음을 회복할 수 있는 공간이 된다. 경상북도는 청년도전지원사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각 시·군 센터가 지역 상황에 맞는 맞춤형 지원을 펼칠 수 있도록 행정·재정적 지원을 지속하고 있다. 이 덕분에 센터들은 한 명의 청년을 단순한 참여자가 아닌 ‘변화의 주체’로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을 이어가고 있다. 경주시청년센터 관계자는 “이 사업은 특히 구조적으로 취약한 청년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라며 “누군가에게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첫 계단이 너무 가파르다. 그 계단을 조금 낮춰주는 역할을 우리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두 청년은 말한다.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고. 청년센터라는 물리적 공간에서, 그리고 누군가에게 진심 어린 응원을 받는 경험 속에서, 두 사람은 느리지만 분명한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이들의 걸음은 아직 취업이라는 목적지에 닿지 않았지만, 분명히 더는 제자리걸음이 아니다. 그리고 그런 걸음을 내딛게 하는 것이야말로 지금 우리 사회가 청년들에게 진짜로 줄 수 있는 ‘지원’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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