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바닥 위, 커다란 눈망울을 반짝이며 고개를 든 고양이, 그 시선 너머엔 색색의 꽃과 나비, 무지갯빛 날개를 펼친 새 한 마리가 어른거린다.
JJ갤러리에서는 28일부터 8월 16일까지 정자빈 작가의 기획초대전 ‘Blossom’이 열린다. ‘잊혀졌던 꿈이 피어나는 순간’이라는 주제를 품은 이번 전시는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다시 한번 내면의 감정을 들여다보게 하는 장면들을 선사한다.
전시는 ‘꽃을 피우다’ 연작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작가는 동물들을 의인화해 한 장면의 주인공으로 세우고 그 주변을 화려하게 만개한 꽃과 나비, 과일, 천 조각 같은 오브제로 채운다. 감은 눈 위로 부풀어 오르는 희망, 고개를 든 채 바라보는 간절함, 수줍은 기쁨. 작품 속 동물들은 저마다의 감정을 품은 채 관람객과 시선을 나누는 것이다.
단색 배경 위에 검은 강아지는 분홍 레이스 드레스를 입고 한쪽 눈을 찡긋하며 말을 건넨다. 그 표정은 마치 어릴 적 그림책 속 등장인물처럼 선명하고 구체적이다. 비록 동물의 형상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모습은 바로 우리 자신인 것이다.
화면을 가득 채운 오브제들은 마치 꿈의 단서처럼 등장한다. 딸기, 노란 별, 기하학 무늬의 천 조각, 조용히 내려앉은 나비는 각각 구체적인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감상자 스스로의 기억과 꿈을 환기시킨다. 작가는 이번 전시의 출발점을 ‘잃어버린 꿈’에서 찾았다.
“어릴 적 꿈꾸던 미래는 나만을 위한 아름다운 세계였지만 현실은 너무도 복잡하고 경쟁적이다. 누구보다 나를 위해 꾸었던 꿈이 어느 순간, 희생의 이름으로 잊히기도 한다”면서 “그림 속 꽃들이 잊고 있던 꿈을 다시 불러내는 씨앗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자빈 작가는 홍익대학교 섬유미술과를 졸업했으며, BAMA, 아트광주, 블루아트페어 등 국내외 다수의 아트페어에 참여하며 자신만의 독창적인 시선을 선보여왔다.
JJ갤러리 김정자 관장은 이번 전시에 대해 “잊고 있던 나를 위한 상상의 정원이 펼쳐진다. 화려하지만 과하지 않고, 사랑스럽지만 가볍지 않은 정자빈 작가의 작품을 통해 삶의 무게에 눌린 하루의 숨을 고를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