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 서는 사람들도, 그 무대를 지키는 사람들도 각자의 사정이 있습니다.”   경주시립극단을 둘러싼 논의는 노사갈등이나 예산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지역예술 생태계안에서 시립극단이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지, 그리고 그 운영방식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를 두고 다양한 입장이 충돌하고 있다. 상임제 유지냐, 유연한 개편이냐의 구조 논쟁은 결국 예술가와 행정, 시민이 각자의 자리에서 어떻게 협력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수렴된다. 논란의 출발점은 상임단원 충원 문제였다. 퇴직 인원을 충원해달라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단원들은 노동조합을 통해 스스로의 권리를 다시 들여다보게 됐다. 예술과 생계, 공공성과 정당성. 그 사이에서 균형을 찾고자 한 요구는 결국 구조 자체를 다시 묻는 움직임으로 번져갔다.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구조, 지역 예술인의 시선 경주시립극단은 지역 예술계에서 부러움과 거리감이 동시에 작용하는 대상이다. 프로젝트 단위로 생계를 이어가는 다수의 예술인들에게 고정 급여와 정년이 보장된 상임단원제는 현실적 접근이 제한된 구조다. 지역 예술인 A 씨는 “누가 봐도 안정적인 조건이다. 그런데 안에서는 노사갈등이 깊다니, 오히려 더 아이러니하다”고 말했다. 멈춘 대화, 닫힌 구조, 시의회의 시선 경주시의회 A 의원은 “극단은 기존 체제를 지키려 하고, 시는 예산을 더 들이지 않으려 한다”면서 경주시와 극단과의 접점을 찾지 못한 채, 입장만 맞서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상임 중심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도 지적했다. 의원은 “상임단원 체제로 인건비는 고정되지만, 공연 횟수는 적고 자체 창작 기획도 부족하다”며 “극단이 경량 콘텐츠, 소극장 순회, 콩트 등 외부 접점을 넓히며 능동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래, 기획 등 다방면의 역량을 가진 단원들이 오히려 상임이라는 구조에 발목 잡혀 역량을 충분히 펼치지 못하는 현실이 더 문제”라고 덧붙였다. 거기에 대한 현실적 대안으로 상임보다 단기 계약제 도입을 제시했고, 2년 단위 계약을 통해 지속성과 유연성을 확보하고, 예술단 내부의 자생력을 키우자는 제안을 했다. 한편 앞서 극단 측은 “시민연극교실, 찾아가는 공연, 그림책 입체 낭독극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제로 운영해왔지만, 시청의 내부 검토와 담당자 반려로 인해 더 이상 진행되지 못한 사례가 있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유연한 전환을 위한 고민, 경주시의 입장 경주시는 “극단이 제기한 문제의식에 공감하지만, 현실적으로 조율 가능한 범위 안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상임 중심 운영은 시대 흐름과 맞지 않고, 정년 보장형 고정직 구조는 새로운 인력 유입과 기획의 유연성을 저해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주말 공연 확대나 외부 기획 도입은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리노베이션 예산 등을 활용한 창작 콘텐츠 기획도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현행 조례와 근로기준법상 상임단원의 구조조정은 단원의 동의 없이는 어렵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노조와의 갈등을 피하면서도, 제도적으로 가능한 방식의 조정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콘텐츠 개선에 대한 구체적 제안도 나왔다. “정기 공연 반복만으로는 관객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어렵다”며 “지역 역사와 연계한 창작극, 청년 작가와의 협업, 대본 공모 등 새로운 콘텐츠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무대는 사명이었다, 원로 배우의 시선 “극단은 직장이 아니라 사명이었다.” 경주시립극단은 1987년, 극단 에밀레를 모태로 창단됐다. 신라 천년의 무대 위에서, 긴 시간 시민과 함께해왔다. 창단 멤버였던 원로배우는 극단의 초기 기억을 이렇게 회고했다. 그는 “우린 직접 표를 팔고, 찾아가는 공연을 기획하며 버텼다. 연극이 삶 그 자체였다”면서 “지금은 구조도 달라졌고, 예술가도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그렇다면 그만큼의 창의성과 유연성도 함께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상황이 시립극단과 경주시의 갈등이 아닌 변화의 시작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경주시립극단을 둘러싼 입장은 분명 갈린다. 시의회는 예산과 조직의 효율성을 강조하고, 시는 제도 안에서의 현실적 조정을 모색 중이다. 극단은 창작 환경과 생계 사이에서의 균형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공통된 바람은 같다. 시립극단이 지역 문화예술의 중심으로 건강하게 지속되기를 원한다는 점이다. 극단의 운영 방향을 둘러싼 논의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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