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형색색의 꽃잎들이 벽을 따라 줄지어 피어 있다. 언뜻 밝아 보이지만 그 안을 오래 들여다보면 묘한 긴장이 흐른다. 색이 겹치고, 웃음이 반복될수록 감정은 선명해지기보다 흐려진다. 마치 웃고 있지만 슬픈 얼굴처럼.
오아르미술관이 특별 소장품전 ‘무라카미 다카시: 해피 플라워’를 통해 ‘미소 짓는 꽃’ 너머의 세계를 열어 보였다.
일본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무라카미 다카시의 판화 연작 27점과 루이비통과 협업한 한정판 가방 3점이 전시된다.
무라카미의 작업은 일본 전통회화, 오타쿠 문화, 그리고 팝아트를 교차시켜 독창적인 미감을 만들어낸다. 그 중심에 선 ‘해피 플라워’ 시리즈는 겉으로는 해맑지만, 그 속에는 현대인의 불안과 위안을 뒤섞은 감정의 잔상이 얹혀 있다. 반복되는 형상, 강한 색, 평면적 구성은 감정을 드러내기보다 숨기고 감춘다.
전시는 평면 판화라는 제한된 매체를 통해 작가의 미학을 농축시킨다. 매끄럽게 인쇄된 화면 위에 감정의 온도는 평평하게 눌려 있다. 그러나 그 안에는 유머와 철학이 교차한다. 루이비통과의 협업 가방은 예술과 소비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무라카미 특유의 세계관을 더욱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오아르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소장품 시리즈’의 첫 번째 프로젝트로 기획했다. 작품 수집 20년의 결실을 처음 꺼내어 예술성과 대중성이 교차하는 지점을 함께 바라보자는 의도를 담았다.
오아르미술관 측은 “무라카미는 소비문화와 예술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보기 드문 작가”라며 “이번 전시는 웃는 꽃에서 시작해, 그 웃음의 층위를 함께 읽어가는 시간이 될 것이다. 동시대 관람객이 무라카미의 색채와 유머, 그리고 철학을 함께 체감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