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저녁부터 14일 새벽까지 경주 전역에 폭우가 쏟아졌다. 기상청은 오후 6시부터 호우주의보를 발효했고, 세 시간여 만에 호우경보로 격상했다.   불과 몇 시간 사이 경주에는 평균 112.3mm, 내남면에는 160mm가 넘는 비가 쏟아졌고, 서천교 수위는 1.93m까지 치솟았다. 동방교 일대와 유림지하차도는 밤사이 수위 상승으로 전면 통제됐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처럼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국지성 호우는 예측도 어렵고, 대피 시간조차 주지 않은 채 순식간에 시민 안전을 위협한다. 행정 당국은 항상 ‘사후 복구’보다는 ‘사전 예방’을 우선에 둬야 한다. 특히 상습 침수 지역과 공사 구간을 중심으로 배수로 점검 및 정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이번 호우에서 경주시가 비상근무 체제에 즉각 돌입하고 11개 침수 민원 발생지에 긴급 대응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매년 침수 피해가 여전히 발생하는 만큼, 더 근본적인 대책이 요구된다. 특히 올해는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시 전역에서 각종 공사가 한창이다. 대규모 행사 준비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확보돼야 할 것은 안전이다. 각종 공사 현장의 배수로 확보 상태를 전면 재점검하고, 폭우 시 빗물이 체류하지 않도록 철저한 배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공사장 주변 임시 구조물, 흙더미, 보행자 통로 등도 강수량 증가에 대비한 안전 진단이 반드시 선행돼야 할 시점이다. 자연재해로 인한 재산 피해는 어느 정도 불가피할 수 있다. 그러나 인명 피해만큼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몇 년 사이 전국적으로 발생한 지하차도 고립, 하천 산책로 실종, 공사장 붕괴 사고 등은 모두 ‘대응의 시기’가 늦어진 결과다. 사전 예보, 선제적 통제, 위험 경보 강화 등으로 인명을 지키는 대응 시스템이 정착돼야 한다. 행정만으로는 부족하다. 시민의 인식 변화도 중요하다. 예보된 강수량만 보고 안심하는 것이 아니라, ‘기상특보’ 발효 시에는 외부 활동을 최대한 자제하고, 차량 통행 시 침수 위험 구간을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특히 밤사이 기습적으로 퍼붓는 집중호우의 특성상, 가족과 이웃 간에도 긴밀한 경각심을 공유해야 한다. 기후위기가 일상이 된 시대, 우리는 극한기상의 반복을 목격하고 있다. 이번 경주시의 호우 대응에서 가장 중요한 교훈은 바로 ‘선제적 조치’다. ‘시간이 없다’는 것을 미리 알고 대비하는 자세가 재난을 막는 첫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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