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1년 경주에서 발굴된 금관총은 찬란한 금관과 장신구로 신라 고대사의 상징처럼 회자돼 왔지만, 100년이 넘도록 그 주인공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2013년, 금관총에서 출토된 환두대도 복원 과정에서 ‘이사지왕도(刀)’라는 명문이 발견되며 학계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문성재 박사가 최근 출간한 ‘이사지왕은 누구인가’(2025, 문예아카이브)를 통해 명문의 실체와 해당 무덤의 주인에 대한 학술적 해석을 제시했다.
문 박사는 책에서 이사지(尼斯智)가 신라 19대 국왕인 눌지 마립간임을 확인했다. 저자는 문자학, 음운학, 금석학, 어원학 등 다각도의 언어학적 분석을 통해 명문의 음운 구조와 용례를 종합적으로 검토했으며, 그 결과 금관총의 실제 주인공은 눌지 마립간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됐다. 1장은 금관총 발굴의 역사와 당시 일본 학계의 반응, 2장은 금관총의 구조와 제사 유구 등을 중심으로 한 묘제 분석, 3장은 이사지 명문의 언어학적 해석에 초점을 맞췄다. 4장에서는 눌지 마립간의 생애와 대외관계를 중심으로 신라 중엽 정치사를 복원하고, 5장과 6장에서는 금관총의 위세품과 인근 주요 고분들의 주인 추정 등을 다뤘다. 금관, 관모, 귀걸이, 허리띠 등 금관총 출토 유물에 대한 세부 설명도 실려 있다.
문 박사는 “금관총이 눌지 마립간의 무덤이라는 점이 언어학과 고고학, 역사학을 통해 입체적으로 증명됐다”면서 “경주 일대 노서·노동·황남동 고분군뿐 아니라 공주 송산리 백제 고분의 계보 및 연대를 재정립하는 데에도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한편 저자는 고려대학교 중문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중국 희곡과 근대 중국어를 연구했으며, 중국 남경대 유학 후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고전문학과 고대 문자 연구를 병행하며 다수의 논문과 저서를 집필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