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의 잎맥 하나까지도 그려낸 극사실 유화가 갤러리 한쪽 벽을 채운다. 갤러리 미지에서 오는 20일까지 지철형 작가의 개인전 ‘자연의 환희’가 열린다.
지철형 작가는 계명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한 구상회화 작가로 오랜 기간 인물과 풍경을 중심으로 작업해왔다. 이번 전시는 그가 최근 수년간 집중해온 자연 시리즈의 집약적 결과물로 △LEAF 시리즈 △밍크선인장 시리즈 △온실 시리즈 △실루엣 시리즈 등 4개 주제를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전시의 출발점인 LEAF 시리즈는 수년간 작가의 시그니처 테마로 자리해왔다. 방사형으로 뻗어나가는 선들은 식물의 잎을 본뜬 형상이며, 화면 전체에 질서 있게 배치돼 있다. 복잡하게 교차하지만 흐트러지지 않는 선의 구조는 현대 사회의 관계성과도 맞닿아 있다.
선인장 시리즈는 멕시코 대지의 선인장에서 영감을 얻었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생존하는 식물의 강인한 생명력, 그리고 세대를 거치며 형상을 이어가는 시간성을 담았다. 특히 화면 중앙에 배치된 ‘밍크선인장’은 접붙임된 백섬철화(白蟾鐵花) 선인장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으며, 희생과 지지의 의미를 함께 상징한다.
지철형 작가는 “삶의 선들이 교차하면서도 각자 독립된 주체로 서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표현하고자 했다”면서 “한 식물이 다른 생명을 품기 위해 자신을 내어주는 모습은 부모의 존재를 떠올리게 했다”고 설명했다.
온실 시리즈는 작가의 작업 중 가장 서정적인 장면을 보여준다. 철골 구조와 유리의 반사, 식물원 구석의 습도와 온기까지 섬세하게 담아낸 이 시리즈는 온실을 하나의 페르소나 공간으로 설정한 것이 특징이다. 실제 식물원의 현장을 촬영하고 편집해 얻은 화면을 회화로 다시 옮기는 작업을 통해, 감각의 깊이를 시도한 것이다.
마지막 실루엣 시리즈는 개인적 기억과 감정의 풍경이다. 높게 솟은 야자수가 실루엣처럼 화면에 자리하며 닿을 수 없는 타지의 누군가를 떠올리게 한다.
작가는 해당 시리즈의 시작 배경을 “그리움이 형상을 얻을 수 있다면, 아마도 야자수 같은 모습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이번 전시는 기여백을 활용한 단순화된 구성이 돋보인다. 일부 작품에서는 미니멀한 레이아웃과 밝은 색채로 구성의 변화를 시도했으며, 자연을 감각적 관계의 상징으로 확장시키고 있다.
김미지 관장은 “지철형 작가의 이번 전시는 인간과 생명, 기억과 관계에 대한 깊은 사유가 담긴 시리즈”라며 “현대적 감각과 밀도 있는 회화적 완성도가 어우러진 보기 드문 자연 회화전”이라며 지역민들의 관람과 관심을 바랐다.
이번 전시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월요일은 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