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의 일은 마을 사람들이 결정한다.’ 주민이 단순히 행정의 수혜자에 머물지 않고, 지역의 살림과 발전을 함께 고민하고 직접 실천하는 시대가 열렸다. 그 중심에 선 이들이 바로 주민자치위원회다. 작은 동네에서부터 큰 도시까지, 풀뿌리 민주주의의 현장에서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문화행사부터 복지사업, 환경개선, 마을 계획 수립까지 지역 현안을 해결하며 더 나은 마을을 만들고 있다. 주민자치위원회는 이제 단순한 회의체를 넘어, 마을의 변화를 이끄는 주민 주도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여전히 ‘이름만 자치’라는 비판과 전문성 부족, 참여 저조라는 과제가 함께 존재한다. 기대와 한계가 교차하는 지금, 주민자치의 현주소와 앞으로의 길은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주민자치위원회의 오늘을 들여다본다./편집자주   “주민이 원하고, 주민이 만드는 것이 진정한 자치죠.”   황오동 주민자치위원회 김재훈 위원장의 말에는 주민자치의 본질과 자부심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총 20명으로 구성된 황오동 주민자치위원회는 김재훈 위원장을 축으로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공동체 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주민들을 위한 프로그램들이다. 헬스, 요가교실, 라인댄스, 풍물교실, 스포츠댄스, 노래교실, 파워댄스, 하모니카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으며, 이 모든 과정은 단순히 위원회가 일방적으로 정한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의견을 직접 듣고 수요를 반영해 기획·제작된 것이어서 더욱 의미가 깊다. 저렴한 비용으로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어 주민들의 만족도도 매우 높고, 참여자들은 프로그램을 통해 건강도 챙기고 이웃들과 소통하며 유대감을 쌓고 있다. 김 위원장은 “처음엔 주민들이 관심이 있을까 걱정도 많았지만, 막상 프로그램을 열어보니 반응이 기대 이상이었다”며 “프로그램을 통해 웃고 이야기하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 모습에서 주민자치의 진정한 가치를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나 황오동 주민자치위원회 앞에는 쉽지 않은 과제도 놓여 있다. 조만간 황오동과 중부동이 하나로 통합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김재훈 위원장은 “두 동이 하나로 합쳐지면 행정구역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생활권, 문화, 정서가 함께 섞이게 된다”며 “주민들이 마음을 터놓고 하나로 뭉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가장 큰 숙제”라고 설명했다. 통합은 단순히 지도를 바꾸는 행정적인 일이 아니라, 주민들 간의 화합과 이해가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라는 것이다. 그는 이어 “통합되면 기존에 운영되던 프로그램도 변화가 불가피하다”며 “양쪽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최대한 듣고,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다시 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두 동 주민들이 원하는 것과 필요로 하는 것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프로그램 선정부터 운영 방식까지 섬세하게 살펴야 한다는 게 김 위원장의 생각이다. 그는 “두 동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주민자치위원회가 주민 화합의 구심점이 되어야 하는데, 주낙영 시장이 그 중요성을 깊이 이해하고 아낌없는 지원과 조언을 해주고 있다”며 “주민들의 의견을 귀 기울여 듣고, 행정적·제도적 뒷받침뿐 아니라 예산과 사업 추진에 있어서도 적극 협력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앞으로도 경주시와 긴밀히 소통하며, 주민 모두가 만족하고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자치활동을 만들어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여기에 김재훈 위원장이 신경 쓰고 있는 또 하나의 현안은 황오동 주민들의 숙원인 없어진 구 경주역 철로와 구 경주역 부지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다. 그는 “구 경주역은 한때 경주의 심장이었지만 지금은 텅 비어 있어 아쉽다”며 “이 부지를 잘 활용하면 도시의 숨통을 틔우고 주민들이 함께 누릴 수 있는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자치위원회 차원에서도 구체적인 의견을 수렴해보고자 준비하고 있으며, 김 위원장은 “경주라는 도시의 역사성과 현대적 요구를 함께 담아낼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시키고 싶다”고 덧붙였다. 황오동 주민자치위원회는 주민 중심의 진정한 자치를 실현하기 위해 오늘도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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