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내 장애인들이 휠체어 등 이동보조기기를 이용해 보행로를 통행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장애물에 부딪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주시 무장애도시 조성 사업과 관련, 실태분석을 수행 중인 용역업체 조사팀이 지난달 27일 한국교통장애인협회 경주시지회를 찾아 현장 이용자들의 불편 사례를 청취한 결과다. 조사팀은 협회 관계자들과 2023년 상반기부터 2025년 상반기까지 협회 자체 조사자료를 바탕으로 시가지 내 단차, 경사로, 점자블록, 보도폭 등 이동약자의 일상적 장애 요소를 밀도 있게 들여다봤다. 협회 측은 “경주 시가지 상당수가 기본적인 이동조차 보장하지 못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특히 휠체어 이용자, 뇌병변 장애인, 시각장애인을 중심으로 실제 보행 과정에서 마주하는 구체적인 장애 요인들이 다수 제기됐다. 단차와 경사각, 인도 폭, 점자블록 시공 오류, 신호등 통과 시간 문제 등 기초적인 인프라 설계 미흡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현장에서 가장 먼저 마주하는 문제는 단차다. 보도와 차도 사이의 불과 2~3cm 높이차도 휠체어 이용자에겐 사실상 넘을 수 없는 벽이 된다. 통행이 단절된 구간에선 차도로 내려서야 하는데 이는 교통사고 위험과 직결된다. 경사로의 기울기도 문제다. 안전 기준인 3도(1/18) 이하가 확보돼야 하지만, 현장 조사에선 10도를 초과한 구간이 여럿 확인됐고, 일부 전동휠체어 이용자는 단독으로 경사로를 오르지 못하는 사례도 있었다. 보도 폭 역시 법정 기준에 미달하거나, 구조물이나 가로수 등으로 실질적 통행 폭이 확보되지 않은 구간이 많았다. 법적 최소 보도 폭은 1.2m지만 황금대교 인근을 포함해 가로수가 간격 없이 조성된 보도 구간에서는 휠체어나 전동보장구의 통행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협회 관계자는 “경관 조성과 이동권 보장이 충돌하는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점포 앞 적재물, 불법 주차 차량으로 인해 인도가 완전히 막힌 사례도 다수 확인됐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 설치도 오히려 사고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유도선을 따라 이동하던 사용자가 볼라드나 구조물에 충돌하는 일이 반복되며, 출입문과 점자블록이 맞닿은 구간에는 문의 개폐로 인해 블록 위에 장애물이 형성되는 구조적 문제가 발생했다. 점자 유도선이 횡단보도의 방향과 어긋나 실제 도로 흐름과 맞지 않는 경우도 다수 지적됐다. 이는 실제 시각장애인의 이동 경로를 반영하지 않은 시공 관행의 결과라는 분석이다. 보행 약자들이 신호등을 건너는 시간 역시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뇌병변 장애인의 경우, 신호가 바뀌기 전 도로의 절반도 건너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고, 조사에 참여한 협회 관계자도 횡단보도 중간에서 이동을 멈추는 상황을 겪었다. 일부 구간은 민원 제기로 신호 시간을 조정했으나 “대기 시간이 길어진다”는 일반 시민의 불만과 충돌하는 구조적 딜레마가 함께 제기됐다. 또 맨홀 구멍, 빗물받이 홈, 잔디블록 등 일반 보행자에게는 인식되지 않는 시설이 이동약자에게는 명확한 위험 요소로 작용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협회 측은 “외형상 정비가 잘 된 도로라도, 장애인 당사자 입장에선 매 순간 위험 요소를 회피해야 하는 구조”라며 “물리적 기준뿐 아니라 실제 사용 경험 기반의 설계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사팀은 현재 용강주공 등 복지관 인근 생활권과 관광객 유입이 많은 시내 중심지, 보행량이 높은 상업 구역을 우선 정비 구역으로 설정해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용역업체 관계자는 “단차, 기울기, 점자블록, 적치물 등 핵심 요소를 중심으로 데이터를 축적 중이며, 오는 7월 말~8월 초 최종 보고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주시 관계자는 “이번 무장애도시 조성 사업은 1차적으로 보행환경 개선에 중점을 두고 추진되고 있다”며 “특히 단차 해소, 보도 폭 정비, 경사로 및 점자블록 보완, 장애인 주차구역 확보 등 물리적 접근성을 향상시키는 기반 조성작업이 최우선 과제로 설정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휴게쉼터, 관광 동선, 문화접근성 등 보다 확장된 영역으로 개선 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라면서 “이를 위해 TF팀을 구성해 각종 도시인프라 사업에 무장애 요소를 선제적으로 반영하는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시는 최종보고회 이후 도출된 문제점과 과제를 토대로 지속적이고 단계적인 개선 전략을 수립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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