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주역세권 개발과 함께 추진 중인 가칭)화천초등학교 신설이 학생 수 부족 우려 속에 ‘반쪽 개교’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지역 학령인구 감소세가 뚜렷한 상황에서 통합학교 등 대체 방안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주시에 따르면 신경주역 인근 화천지구에 공동주택과 준주거용지 및 단독주택 등 총 6000세대 규모의 공동주택이 조성되고 있다. 현재 신경주 더 퍼스트데시앙 945세대, 해링턴플레이스 549세대, 유보라 1·2단지 1490세대, 천년가 센텀스카이 등이 입주한 상황이다.
신경주역세권 내 초등학교 신설은 개발 사업과 연계해 추진됐다. 가칭)화천초는 초등학급 48학급과 유치원 3학급, 특수학급 1학급 등 총 52학급 규모로 지하 1층, 지상 5층으로 건립된다. 완공 목표는 오는 2026년 3월이다.
하지만 개교를 8개월여 앞둔 현재 학생 수 확보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경주교육지원청에 따르면 6월 현재 파악한 예정 학생 수는 190여명에 불과하다. 이는 기준 학생 수(1200명)의 15% 수준으로 현재 신경주역세권에서 인근 경주초로 통학버스 등하교 학생 135명이 포함된 수치다.
지역 학령인구 감소 추세를 고려하면 화천초 학생 증가 전망은 밝지 않다. 실제 경주시 출생아 수는 2012년 2033명에서 2015년 1784명, 2017년 1392명, 2019년 1116명, 2021년 1089명, 2023년 1004명을 기록하다 지난해 940명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이들이 모두 지역에서 성장해 학교에 입학하더라도 현재 입학생의 절반에 불과하다.
지역 초등학교 입학생 수는 2013년 2041명에서 2023년 1664명으로 감소했다. 앞으로 감소 폭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경주교육지원청에 따르면 초등학교 입학생 수는 2026년 1143명에서 2029년에는 957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에서는 대규모 학교를 신설하면서도 정작 교실은 비어 있는 ‘반쪽 개교’를 우려하고 있다. 교육청 관계자는 “10월에서 11월경 전학 예정 인원을 추가로 조사하고 건천읍의 전입 신고 현황도 점검하겠다”며 “학교가 개교하면 이사를 오겠다는 주민들도 많아 학생 수는 더 늘어날 것이다”고 말했다.
예측 빗나간 학생 수요, 중학교 통합 신설도 고려해야
가칭)화천초 학생 부족과 향후 발생할 중학교 신설 요구를 해결할 방안으로 초·중학교 통합 신설이 거론되고 있다. 통합운영학교는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수직적 통합 학교로 1998년 제도 도입 이후 전국 100여개 이상의 학교가 운영 중이다. 인구가 감소하는 지역에서 학교 통합운영이 많이 이뤄지고 있지만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곳에서도 통합운영 학교가 신설되고 있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화천초의 남는 교실 문제를 사전에 방지하고, 장기적으로 지역 교육 인프라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통합학교 모델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역 교육 전문가는 “단순히 학교를 새로 짓는 것에 그칠 게 아니라 인구 구조 변화를 반영해 유연한 학교 운영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면서 “통합학교나 복합시설 활용 등 미래를 내다본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경주 지역도 인구가 증가하면 중학교에 대한 요구가 발생할 수 있다. 초등학교가 개교되기 전 초·중학교 통합학교 추진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신경주지역은 아파트와 전원주택 등 아직 완공되지 않은 곳이 많아 학생 수 증가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면서도 “앞으로 학생 수가 늘지 않을 때 통합학교 추진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초등학생과 중학생 수가 동반 증가할 가능성도 있어 아직 쉽게 결정을 내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