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교과서 속에서 처음 만났던 그림. 이름만으로도 익숙한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장욱진의 작품이, 그들의 삶이, 이 여름 경주에 도착한다.
오는 7월 1일부터 10월 12일까지 경주예술의전당 갤러리해에서는 ‘한수원아트페스티벌 2025’ 특별전 《한국 근현대미술, 4인의 거장들》이 열린다.
이번 전시는 한국수력원자력과 국립현대미술관, 경주문화재단이 함께 마련한 자리로 국내 대표 미술관들과 기업이 협력해 더욱 특별한 무게를 더했다. 서울에서도 쉽게 보기 어려운 국립현대미술관의 이건희 컬렉션 작품들도 경주에서 최초로 공개된다. 총 90여점의 회화와 드로잉, 기록 자료가 한자리에 모이는 것.
김환기의 푸른 점들, 박수근의 시장 사람들, 이중섭의 은지화, 장욱진의 단순한 선. 익숙하면서도 낯선, 기억과 상상이 교차하는 순간을 이 전시에서 만날 수 있다.
전시는 네 작가의 삶과 작품세계를 따라 네 개의 방으로 나뉜다.
김환기의 방에서는 일본, 파리, 뉴욕을 떠돌며 완성해낸 한국적 서정의 추상미술을 마주하게 된다. 점으로 쌓은 우주, 침묵처럼 번지는 푸른 색면이 관람객을 천천히 감싼다.
박수근의 방은 골목길과 시장, 앉아 있는 여인들처럼 익숙한 풍경을 담고 있다. 화강암처럼 거친 질감과 투박한 윤곽선이 일상의 무게를 되새긴다.
이중섭의 방에는 그가 남긴 편지화와 은지화들이 펼쳐진다. 피난민의 삶 속에서도 사랑을 그렸던 화가, 전쟁 속에서도 꽃을 그렸던 사람의 흔적이다.
장욱진의 방은 단순하고 조용하다. 민화와 서양화, 어린이의 그림 같은 선율이 겹쳐져 있다. 크지 않은 화면에 담긴 우주, 예술이라는 수행의 자리다.
이번 전시는 APEC 정상회의를 앞둔 경주가 세계에 내미는 예술이다. 이 특별전은 ‘경주형 G-문화 브랜드’를 향한 첫 시도이기도 하다. 도시와 시민, 예술이 함께 만들어가는 문화적 환대의 방식이 전시를 통해 현실로 그려지는 것이다.
관람료는 일반 5000원, 경주시민은 3000원이다. 티켓링크 사전 예매와 현장 구매 모두 가능하며, 포토존과 체험, 도슨트 해설, 로비 쉼터와 아트샵 공간까지 관람객을 위한 편의가 다양하게 마련된다. SNS 이벤트와 지역 상권 연계 홍보도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경주문화재단 오기현 대표이사는 “이번 전시가 한국 근현대 미술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예술을 통해 서로 다른 문화가 만나는 아름다운 교류의 장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