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서울예술의전당 N스튜디오. 국내 최고의 예술가들이 오페라와 발레, 현대무용, 오케스트라를 연습하던 그곳에서 이동우 관장은 처음 클래식을 글로 옮겼다. 당시 그는 (사)국립예술단체연합회 사무국장이었다.
“예술가들과 대화하려면 공부를 해야 했어요. 그러다 보니 메모가 쌓였고, 그 기록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었죠”
그는 원고를 본지에 제안했고, 바로 연재가 시작됐다. 제목은 ‘클래식수다’. 클래식 이야기를 누구나 수다처럼 나눌 수 있기를 바랐다.
“작품을 중심에 두면 클래식은 금세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음악보다는 사람, 곡보다는 시대를 이야기했어요”
베토벤의 3번 교향곡을 이야기할 때는 그가 청력 상실의 두려움 속에서 유서를 쓰고, 다시 살아나듯 곡을 썼다는 사실부터 꺼낸다. 그리고 모차르트 영향을 짙게 담은 1번과 2번을 먼저 들려준 뒤, 3번의 변화가 얼마나 극적인지 함께 느끼게 한다.
“모여서 남 얘기 대신 베토벤 얘기하면 어떨까요? ‘3번 교향곡이 왜 다른 줄 알아? 죽다 살아난 사람이 쓴 곡이래’라고 수다 떨 수 있으면, 그게 클래식수다의 궁극적 목표였죠”
연재 기간 동안 삶도 변했다. 2019년 서울을 떠나 콘텐츠 회사 ‘이지씨씨’를 창업했고, ‘쉬운 콘텐츠’를 표방한 수험서도 썼다. 하지만 코로나는 예상보다 거셌다. 직접 운영하던 카페 ‘로만티시’는 매출 부진으로 문을 닫아야 했다. 자가 건물이었기에 빚은 없었지만, 수입도 줄었다.
“그래도 글 쓰고 책 내고 강의하며 살겠다는 다짐이 있었는데… 생각처럼 되진 않았죠(웃음)”
2023년, 카페는 숙박시설 ‘스테이 로만티시’로 전환됐다. 이어 울주문화예술회관장에 취임하면서 다시 극장으로 돌아왔다. 지금은 극장 생활도 펜션 운영도 잘 굴러간다. 아내의 역할도 컸다.
이제는 ‘클래식수다’를 책으로 엮을 계획이다. 165회 연재 분량은 충분한 자산이 됐고, 강의하며 떠오른 영감들도 더하고 싶다고 했다. 대상은 50~60대. 은퇴 이후 클래식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 혹은 공연기획자로 입문한 이들이다.
“공연 기획자는 클래식을 알아야 무대가 더 잘 보입니다. 제가 준비하는 책은 짧은 시간 안에 클래식의 구조를 폭발적으로 익힐 수 있는 방식이에요. 인생 책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책 제목은 ‘클래식수다’ 또는 ‘이토록 만만만 클래식’으로 구상 중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렇게 말했다.
“클래식은 잘 늙는 법을 알려줍니다. 저도 늙어가는 중이고요. 들으면서 배우고, 알게 된 것을 나눴을 뿐인데, 감사하단 인사를 받을 때마다 제가 더 감사합니다”
8년 동안 종이신문 속에서 잔잔하게 울려 퍼진 음악 이야기. 클래식은 그에게 수단이었고 수다는 방식이었다. 이름 그대로 클래식수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