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쿠스틱과 서정적 멜로디로 유명한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가 한국 공연을 마쳤다. 무려 8년 만의 공연이었다. 공연을 본 많은 사람들이 감동의 여운을 후기로 올렸는데 그중 눈에 띄는 게 “콘서트에서 목마를 태웠다가 욕을 먹었다”는 제목의 글이었다. 서서 즐기는 스탠딩 공연이 대부분인 외국 공연장에서는 키가 작아 잘 안 보이는 여자 친구를 목에 태우곤 한다. 뒷사람들도 불평할 법도 한데 별로 말이 없는 걸 보면 목마 관람이 용인되는 분위기인 모양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그 글 밑에는 “해외 페스티벌에서는 아무도 뭐라고 안 하는데 우리나라는 왜 이러냐?”며 불만을 토로하니 바로 달린 댓글들이 이랬다. “매너 좀 지키자. 뒷사람 안 보인다”, “외국에서도 예의 안 지키면 생수통에 얻어맞는다”, “페스티벌은 몰라도 콘서트장에서 저러면 안 된다. 스탠딩이라 해도 거의 못 움직이는 지정된 공간이리면 특히” 그럼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키가 크건 작건 상관없이 공연을 즐길 수 있으려면 말이다. 어쩌면 박쥐한테서 힌트(?)를 얻을 수 있겠다. 밤이 되면 먹이를 사냥하러 날아다니는 박쥐, 그들은 우리가 들을 수 없는 초음파를 쏴서 나무나 방해 물체에 부딪혀 돌아오는 소리(반향음)를 듣고 피할지 아니면 넘어갈지를 파악한다. 문제는 군집 생활을 하는 박쥐 떼가 일제히 초음파를 쏘아댈 때다. 황금모자 큰박쥐는 무려 15만 마리가 모여 산다나... 아무튼 이 초음파가 네 것인지 내 것인지 구별 안 되는 상황(전문가들은 시끄러운 칵테일 파티장으로 비유한다)에 박쥐가 쓰는 영리한 방법은, 반경 3미터 안에 가장 가까운 반향음만 듣고 나머진 포기하는 식이다. 선택과 집중이다. 이렇게 ‘가장 가까이 있는 동료만 안 부딪치게!’ 하는 식으로 날았더니 서로 간섭 없이 잘 날아다닌다고. 간단하지만 효과가 확실한 이 지혜는 욕심 많은 인간들한테도 적용할 만하다. 미슐랭 가이드에 등재된 식당 등급은 알기 쉽게 별점 수로 매겨진다. 올해는 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밍글스(Mingles)가 3 스타 레스토랑으로 등재되었다. 동양과 서양을 섞고 한식의 뿌리와 세계적 테크닉을 아울렀다는 뜻의 밍글스는 한식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으로 급부상했다. 파인 다이닝(fine dining)은 음식 맛뿐만 아니라 요리의 예술성, 완벽한 서비스,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필수 요소다. 문제는 별점을 따거나 유지하는 게 보통 스트레스가 아니란다. 한때 가이드에 이름을 올리려 노력했던 유럽 레스토랑 중에 스스로 별점을 반납하는 케이스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등재 이후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손님들로 정신은 없고, 그만큼 일은 많아졌으며, 기존 스타일과 다른 고급스러운 경험을 기대하는 고객들의 불만은 점점 커졌다. 그 결과 레스토랑을 가까이서 지켜주던 충성스러운 고객들이 뜨내기 외부 손님들로 대체되어버렸다. 요리를 앞에 두고 인스타에 올릴 사진에 열을 올리는 관광객이 올려놓은 가격표에 셔츠와 반바지 차림의 동네 주민들은 발길을 돌릴 수밖에. 소위 ‘별점의 저주’를 통해 우리는 멀리서 한 번 방문하는 손님보다 가까운 이웃의 마음과 지지를 얻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배운다. 이 교훈을 잘 실천하면 이사도 공짜로 할 수 있는 모양이다. 미국의 첼시(Chelsea)라는 동네는 주민들이 서로 얼굴을 알고 지낼 정도로 작다. 이 마을 동네 서점이 이사를 가게 되었는데, 서점 주인은 9000여권의 책을 알바생을 시켜 옮기는 게 부담스러웠다. 그렇다고 이삿짐업체를 부르기에도 애매한 거리다. 고민 끝에 멋진 생각이 떠올랐다. “300미터 정도만 책을 옮기면 되니까 인간 띠를 만들어 한 권씩 옮겨주면 되지 않을까?” 홈피에 자원봉사자가 필요하다는 글을 올렸더니, 이삿날 지원자 수십 명이 몰려왔고 이들이 책을 나르는 모습에 지나가던 주민도 합류했다. 6살 꼬마와 91세 할머니 포함한 이웃 주민들의 자발적인 도움으로 이사를 무사히 마쳤다. 그것도 2시간 만에! 마지막으로 오늘 주제에 가장 적절하면서도 향기 나는 케이스다. 인터넷에서 퍼온 글인데 그대로 옮긴다. ‘(큰) 볼일을 보는데 갑자기 거래처에서 전화(가) 와서 어쩔 수 없이 받았거든. 한 5분 정도 통화하고 “네, 수고하세요~” 하고 전화를 끊으니까 (옆의) 세 칸에서 동시에 물 내리는 소리가 좌악! 하고 들리네. ㅋ’ 그렇다. 주변을 아끼고 챙기는 마음은 화장실이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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