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산그룹 한주식 회장이 인공지능(AI)로 손수 작성한 기사를 보내주셨다. 내용은 수원지법이 용인시가 지산그룹에 630억원의 기여금을 부과하며 인허가 취소한 사업이 부당하다고 판결한 내용이었다. 출향기업이 지자체를 상대로 승소한 내용이니 반가움은 두말할 필요 없었으나 직업상 내가 주목한 것은 한 회장이 손수 AI로 작성한 기사 그 자체였다. 기사 형식부터 핵심 내용 전달까지 어지간한 기자가 쓴 것처럼 잘 썼다. 다만 기사 전체의 내용을 궁금해 할 독자들을 위해 AI가 미처 인식하지 못한 부분을 보충해드렸을 뿐이다. 요즘 어떤 사안에 대해 인터넷상에 떠도는 기사들은 크게 두 가지다. 제목만 같고 내용은 천편일률인 기사와 달랑 몇 줄 브리핑식으로 쓴 기사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기자들이 뛰어다니면서 취재해 쓴 기사가 아니고 기관이나 기업이 보도 의뢰하며 실제로 다 써놓은 기사를 이름과 제목만 바꿔 낸다는 뜻이다. 그러니 팩트체크가 될 리 없고 기자는 그저 이름이나 빌려주는 시끄러운 깡통일 뿐이라는 말이다. 비단 기사뿐 아니라 챗GPT를 활용해본 사람들이라면 그 효용에 놀라게 될 것이다. 명령만 조리 있고 체계적으로 입력하면 원하는 어떤 정보도 손쉽게 구할 수 있다. 원하는 영상도 만들 수 있고 심지어 프로그램도 만들 수 있다. 심지어 명령이 포괄적이거나 추상적이다 싶으면 AI가 어떤 식으로 구체적인 명령어를 만들면 되는지까지 알려준다. 나 역시 챗GPT를 이용해 원하는 영상도 만들고 자료도 얻어왔다. 물론 챗GPT는 인터넷 상의 자료들을 무조건적으로 섭렵해 이를 바탕으로 자료를 만드므로 반드시 통계와 사실을 다시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영상의 경우는 명령어를 정확하게만 입력하면 어떤 영상이건 만들 수 있다. 결국 이전에는 영상 작업할 때마다 디자이너들에게 의뢰해야 했는데 명령을 효과적으로 한다면 이런 번거로움과 비용이 사라지는 셈이다. 즉, 디자이너들이 필요 없는 시대가 왔다는 말이다. 재미있는 것은 AI가 작곡도 뚝딱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작사를 하고 이것을 AI에 입력한 후 원하는 노래 장르를 선택하면 불과 1분 만에 락, 발라드, 트로트, 재즈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작곡해 준다. 그것도 어지간한 뮤지션이 작곡하는 것 못지않게 섬세한 감정선을 지켜주면서 작곡한다. 이것은 감성의 영역을 AI가 장악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AI가 함부로 접근하기 어려울 것이라 예측한 인간의 감성 영역이 이미 무너졌고 앞으로는 작곡가들이 지금처럼 호황 누리기도 힘들 것이란 예측이 가능하다. 증권가에서는 이미 AI를 통한 다양한 증권매매 시스템이 적용되고 있다. AI에 매도와 매수의 조건을 증권 사이트와 연계한 후 손대지 않고 증권을 매매하는 방식이다. 자칫 사기로도 이어질 수 있는 이런 투자로 이미 많은 투자자들이 주식 거래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AI 활용 사례의 결정판은 2024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데이비드 베이커 워싱턴 대학교 교수 팀이다. 이 팀은 AI를 통해 독을 해소하는 단백질을 훨씬 효과적으로 추출해 앞으로 독사들의 공격으로부터 인류를 대거 보호할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인간의 인지능력을 뛰어넘은 과학적 성취가 AI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다양한 분야에서 사람이 AI로 대치되는 현상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는 대량 실업의 암울함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보면 새로운 기회가 무한대로 생긴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AI의 특성을 이해하는 한편 자신만의 전문 분야를 AI에 접목하는 방법을 찾을 때다. 여기에서 필수적인 것은 명령어를 전달하는 작문 기능이다. 즉 글을 잘 쓰는 사람이 AI를 컨트롤 할 여력이 커진다는 뜻이다. 이것은 번역과도 일맥상통한다. 지금 시중에 나와 있는 AI 번역기들은 거의 완벽한 번역을 하는데 그 첫 번째 전제는 모국어를 문법에 맞게 정확히 쓸 수 있느냐에 있다. 결론적으로 간략하고 체계적으로 글을 쓰는 것이 매우 중요해진 시대다. 명령어를 잘 만들기만 하면 기사도 혼자서 쓸 수 있고 영상을 만들고 프로그램도 짜고 번역도 하고 과학적 성취까지 이룰 수 있다. 이 얼마나 놀라운 상황인가! 참고로 기사를 보내주신 한주식 회장은 내년이면 80세가 되는 어른이다. 글도 잘 쓰시지만 노령에도 불구하고 AI를 활용하려고 무던히 노력하고 시도하는 모습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젊은 세대들의 중요한 귀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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