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가 반려동물 친화관광도시로 지정된 이후 다양한 인프라 조성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시민이 주도하는 안전문화 모델로 ‘반려견 순찰대’가 주목받고 있다. 단순히 반려견과 산책을 즐기는 것이 아닌 반려견과 견주가 함께 지역의 안전을 지키는 이 특별한 순찰활동은 전국 각지에서 실효성을 입증하고 있다.
특히 반려인의 입장에서는 공익 활동을 통해 반려견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부정적인 시각을 줄이고, 반려인 스스로 지역사회에 공적 역할을 행함으로써 사회적 책임의식을 가질 수 있다.
이에 경주 역시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 어우러지는 도시로 나아가기 위해 반려견 순찰대 출범에 관심을 가질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국으로 확산되는 반려견 순찰대
반려견 순찰대는 2022년 서울 강동구에서 처음 시작됐다. 견주가 반려견과 함께 순찰조끼를 착용하고 공원, 골목, 학교 주변 등을 산책하며 이상 상황을 발견하면 즉시 신고하는 방식이다.
이후 두 달간의 시범 운영을 거쳐 서울 내 9개 자치구로 확대됐고, 현재는 서울 전역을 포함해 부산, 울산, 수원, 청주, 용인, 대전, 고양, 춘천, 광주 등 전국 17개 이상 지자체에서 운영 중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서울 전역에는 총 1704팀의 반려견 순찰대가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2022년부터 2024년 11월까지 총 8만7411회의 순찰을 진행했으며, 이 기간 동안 112 범죄 신고 996건, 생활안전 신고 7506건을 접수해 조치했다. 서울 강동구에서는 시범 운영 초기인 2022년 5월과 6월 사이 생활안전 신고 건수가 84건에서 34건으로 절반 이상 감소하며, 순찰대의 범죄 예방 효과가 수치로 입증되기도 했다.
노원구의 경우 2024년 12월 반려견 순찰대는 경찰 및 지역사회와 함께 마약 범죄 예방 캠페인을 전개했다. 반려견 순찰대가 단순 방범 활동을 넘어 사회 문제 해결과 예방 캠페인으로 활동 영역을 확장한 대표적 사례인 것이다.
부산에서는 2023년 여름, 7개 자치구에서 총 238개 팀의 반려견 순찰대가 구성돼 3개월 동안의 활동 실적을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6월~8월까지 112 긴급 신고 39건, 생활불편신고 191건 등 총 230건의 신고를 접수했다. 이 중에는 거리에서 주취자를 발견해 경찰에 인계하거나 파손된 보행자 난간, 쓰레기 무단 투기 현장 등을 신고한 사례가 포함돼 있다. 부산시는 자치경찰위원회를 중심으로 반려견 순찰대에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시민과 함께하는 ‘공적 산책’… 반려문화 실천의 장
반려견 순찰대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아니다. 주관 단체인 사단법인 유기견없는도시와 자치경찰위원회는 일정 기준에 따라 견주와 반려견을 선발한다. 리드워킹, ‘기다려’·‘이리와’ 등의 명령 수행, 타인 및 다른 개체에 대한 반응성 등 최소한의 훈련 성과가 요구되며, 사전 교육과 평가를 통해 최종 참여 여부가 결정된다.
활동에 필요한 조끼와 등록증, 인증 스티커 등은 순찰대 인증을 통해 제공되며, 활동 자체는 견주와 반려견이 일상적으로 산책하며 관찰 활동을 병행하는 구조다. 특히 반려견 순찰대로 활동하게 되면 동물등록번호 기입이 필수라서 자연스럽게 반려동물 등록률 향상에도 기여하고 있다.
무엇보다 순찰 활동은 단순 방범뿐 아니라 등·하굣길 동행, 독거노인 방문, 반려동물 인식 개선 캠페인 등 다양한 형태로 확장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캠페인을 넘어 반려문화의 공공성과 책임감을 시민 스스로 만들어가는 방식으로 평가된다.
경주, 참여형 반려문화 정착 위해 도입해야
반려견 순찰대는 펫티켓 문화 정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목줄 착용, 배변봉투 지참, 소변 중화제 사용 등 기본적인 예절이 순찰대 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확산되고 있으며, 이를 지켜보는 비반려인들 사이에서도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평가다.
대부분의 반려견 순찰대 활동지는 민가와 일정 거리를 둔 공원이나 하천 등에 위치해 민원 발생도 최소화하고 있다. 이는 반려동물 시설 조성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온 경주시가 동력을 확보할 중요한 운영 모델이 될 수 있다.
현재 경주는 반려동물 동반 관광객 유입에 따른 시설 확충과 함께 시민 공감대 형성을 주요 과제로 안고 있다.
반려견 순찰대는 이를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시민참여형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무엇보다 순찰대 활동은 지역사회에 대한 애정, 공공예절 준수, 책임감 있는 반려문화 등을 자연스럽게 학습하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경주가 시민 중심의 반려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프라 구축을 넘어서 실천 중심의 문화 확산이 중요하다. 반려견 순찰대는 그 실천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 반려견이 단순한 가족을 넘어 지역과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자리잡을 때, 경주는 진정한 반려동물 친화관광도시로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