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취업에 성공하고서도 여전히 자신의 진로에 대해서 깊이 고민하는 어느 청년의 사례를 접한 적이 있다. 그 청년의 사례를 공유하면서 지금의 청년들이 가지고 있는 진로 고민의 실체에 접근해보자. 청소년기에는 자신의 장래에 대해서 깊은 생각을 해볼 틈이 없었던 28세 청년 P 씨. 그는 고만고만했던 자신의 성적에 맞추어서 대학의 학과를 선택했다. 수학이나 과학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던 P 씨는 문과 계열을 선택했기에 부모님이 바라는 대로 안정된 직장으로의 취업을 생각하면서 경영학이나 행정학을 염두에 두었다. 대학은 부모님이 바라는 대로 성적에 맞추어서 경영학과에 진학했다. 대학 생활 중에도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취업을 위한 이른바, 스펙을 쌓기 위해서는 학점 관리도 해야 하고, 기업체 입사시험도 준비해야 했다. 대학 생활 중에도 학과 성적을 잘 받기 위해 노력했고 어학 성적도 제법 높은 점수를 취득했다. 나름 충실하게 취업에 초점을 맞추어 대학 생활을 했지만, 막상 인문 계열 전공자가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취업하기 위한 문턱은 높기만 했다. 덕분에 몇 년간의 입사 수험 생활을 거쳐서 결국 제법 괜찮은 기업체에 입사했다. 취업 관문을 통과한 기쁨을 안고 신나게 직장 생활을 시작했지만, 정작 문제는 여기서부터 생기기 시작했다. 막상 직장에서 일을 시작해보니 그동안 몰랐던 자신의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우선은 성격이 너무 내성적이어서 직장 생활 자체가 만만치 않았고, 막상 자신에게 맡겨진 업무를 해보니 업무조차도 적성에 맞지 않았다. 조직사회에서는 어떠한 일이 내게 주어져도 척척 해낼 수 있어야 일을 잘하는, 소위 능력이 있는 사람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다. 그러니 내게 주어진 일이 내게 맞지 않아도 그것을 표출하는 것은 일에 대한 불만으로 비치기 쉽다. P 씨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이 스스로에게 잘 맞지 않으니 일이 도무지 손에 안 잡히고 자연스럽게 실수가 잦아졌다. 그런 와중에 그가 하는 일에 대해 사사건건 불만족스러워하는 상사를 만나게 되었다. 어느 순간부터 그 상사의 꾸지람이 스트레스가 되기 시작했다. 때로는 자신의 윤리적 잣대로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일들도 강요되기도 했고, 그럴 때는 도덕적 딜레마에 빠져 자신의 의견을 조심스럽게 제시를 해보지만 그게 관철되지는 않았다. 그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자신이 맡은 일뿐만 아니라 자기가 속한 부서에도 불만을 가지게 되었다. 출근하는 행위 자체가 고역일 정도로 그는 회사에 나가는 것이 싫어졌지만 주위에서는 모두 참고 견디라고 한다. 그럼 P 씨가 안고 있는 실제의 문제는 무엇일까? 그의 문제는 청소년기에 자신의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여지가 없는 데에서 시작된다. 혹시 내가 부모의 입장이라면 내 자녀의 진로 고민을 학교에서 함께 해줄 것이라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학교에서는 성적에 맞춘 ‘진학’만 생각하지 적성에 근거한 ‘진로’를 함께 고민해 줄 여유가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 자녀의 진로에 대한 고민에 가장 진지한 접근을 할 수 있는 것은 역시 부모이다. P 씨는 운 좋게도 자신의 적성이 아님에도 원하는 학과에 진학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더 운이 좋았던 것은 기업체에 입사할 수 있는 능력도 함께 타고났다는 것이다. 타고난 능력운이 좋은 것이 무엇이 문제인가 싶겠지만 이런 경우엔 자칫 자신의 내면이 원하는 것을 모르고 지나칠 가능성이 높아지는 문제가 생긴다. 이른바 다양한 방면에 재능을 보이는 멀티 플레이어가 자신의 진정한 적성에 집중하기가 어려워지는 것과 같은 논리이다. 자신의 적성에 집중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발현될 스트레스 요소로 자라난다. 내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도 여전히 고려할 점은 남는다. 최근엔 직장에서의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비율이 높아졌다. 이는 자신의 성격유형과 대인관계유형을 고려하지 않고 맹목적으로 안정적인 직장에 취업하는 것을 목표로 삼은 결과이다. 다양성이 증가하는 시대에는 요구의 다양성도 증가해 대인관계의 어려움도 다양해지고 있다. 자신의 적성을 탐색하는 과제에 덧붙여 성격유형, 대인관계유형도 함께 자기 탐색의 과제로 삼기를 권한다. 오늘 사례를 제공한 P 씨의 건강한 직장 생활을 위한 필자의 처방은 하루빨리 자기 탐색을 시작하라는 것이다. 자기 탐색은 언제 시작해도 결코 늦지 않을 필수적인 삶의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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