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와 경북도가 후원한 한류문화축제 ‘MyK FESTA in 경주’에서 가수 헤이즈의 공연이 당일 취소돼 논란이 됐다.
행사를 주관한 경주문화재단은 음향 시스템의 중대한 결함을 사유로 들었지만 관객들과 팬들은 공연 당일 대응 미숙, 의사소통 부족 등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며 공분하고 있는 것.
설상가상으로 이어진 ‘불후의 명곡’ 녹화에서 경주시장 발언의 부적절성 논란까지 더해지며 지역 문화행사의 공신력에 적지 않은 상처를 남겼다.
공연 취소 ‘음향 시스템 결함’…그러나 앞선 공연은 ‘정상 진행’
지난 7일과 8일 경주예술의전당 일원에서 열린 ‘MyK FESTA’는 실내와 실외에서 공연이 진행됐다. 문제가 발생한 실내 공연은 양일간 8팀의 아티스트가 참여하는 유료 공연으로 헤이즈는 7일 마지막 무대를 장식할 예정이었다.
헤이즈 이전 3팀의 공연은 정상적으로 진행됐지만 오후 7시경 예정된 리허설이 음향 시스템 고장으로 이뤄지지 못하면서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주최 측은 결국 오후 9시경 전체 방송을 통해 공연 취소를 공식 발표했다.
경주문화재단은 8일 “헤이즈 아티스트는 성실히 리허설에 임하고자 했으나 음향 장비의 중대한 결함으로 인해 정상적인 공연이 불가능하다는 판단 하에 공연을 취소하게 됐다”고 밝혔으며, 예매자 전원에 대해 전액 환불 조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헤이즈 또한 개인 SNS를 통해 “설레는 마음으로 공연을 준비했지만, 리허설조차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며 “팬들께 아쉽고 미안한 마음 전한다”고 심경을 밝혔다.
온 것 맞나?…현장 팬들 의혹 제기도
공연 현장을 찾은 관객들 사이에서는 공연 진행에 대한 의문과 불신이 증폭됐다. 울산에서 온 한 관람객은 “8시 5분에 도착했을 때 이미 연기 안내가 있었고, 몇 차례 10분씩 지연된다는 말만 반복되다가 9시가 넘어서야 공연이 취소됐다”며 “헤이즈가 현장에 있었는지도 의심스러울 정도로 상황 설명이 부족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객은 “현장 스태프가 작은 목소리로 지연 안내를 했고 방송은 뒤늦게 이뤄졌다”며 “단순한 음향 문제라고 보기엔 의심스러운 구석이 많다”고 지적했다. 공연에 앞서 무대에 오른 아티스트 3팀은 MR 기반 공연이었지만, 헤이즈는 밴드와 함께하는 라이브 무대였던 만큼 음향 조건이 다소 까다로웠다는 점도 뒤늦게 알려졌다.
경주문화재단 관계자는 “공연제작사를 통해 전체 공연이 운영됐으며, 밴드 공연 특성상 음향기기 오류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귀책 사유는 제작사에 있으며 재단은 우선적으로 10일부터 보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경주시민과 타지역 팬들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공연제작사가 헤이즈 아티스트 재공연을 빠른 시일 내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무대 대신 짧은 만남…아쉬움 달랜 아티스트
공연 취소 결정 이후 헤이즈는 현장을 떠나지 못하고 남아 있던 일부 팬들과 짧게 인사를 나눈 것으로 확인됐다.
관계자에 따르면 “헤이즈는 관객들을 향해 사과의 마음을 전하며 짧게라도 팬들과 마주하는 시간을 가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SNS에는 헤이즈가 예술의전당 외부에서 팬들과 아쉬움을 나누는 모습도 공유되며, 일부 팬들의 의혹은 무마됐다.
하지만 해당 인사가 무대 위나 공식적으로 진행된 팬미팅 형식이 아니었고, 공연장 외부 일부 팬들과 비공식적으로 이뤄진 만큼 많은 관객들은 끝내 아티스트를 보지 못하고 돌아가야 했다.
이에 일부 팬들은 “단 몇 마디라도 무대에서 직접 설명해줬다면 납득이 쉬웠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하며 주최 측의 현장 대응 미숙을 지적했다.
‘불후의 명곡’ 촬영 중 경주시장 발언 논란
이번 논란이 채 가시기도 전에 10일 경주에서 진행된 KBS2 ‘불후의 명곡’ 촬영 현장도 구설수에 올랐다. 주낙영 시장이 출연자 명단을 보던 중 “god는 우리 세대 가수인데, 한물가지 않았나”는 발언을 해 논란이 불거진 것.
이를 들은 팬들이 경주시청 홈페이지 등에 사과를 요구하며 항의했고, 주 시장은 결국 SNS를 통해 공식 사과문을 게재했다.
주 시장은 “특정 아티스트를 폄하할 의도는 없었다”며 “지금도 활발히 활동하는 god에 대한 반가움과 애정을 표현하고자 했지만 표현이 부족했다”고 해명했다.
잇따른 행사 운영 미숙과 발언 논란은 경주시가 지향하는 문화관광도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혔다는 지적이다. 특히 APEC 정상회의 등 대규모 국제 행사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경주가 세계적인 문화관광도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와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이 절실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