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수의 사람은 아니지만 남을 위한다는 작은 마음, 그 마음이 모여 누군가의 한 끼를 책임지고 있다. ‘7사랑반찬봉사회’는 희생, 헌신이라는 거창한 이름보다 소박한 실천에서 출발했다. 길마차 무료급식소에서 시작된 작은 움직임은 이제 경주 곳곳, 맛있고 건강한 밥 한 끼를 쉽사리 먹지 못하는 어려운 이웃들의 밝은 희망이 됐다. 이가민 회장은 소외된 지역민들에게 힘을 주고 외롭지 않게 일주일에 한 번 얼굴을 비추는 일을 겸손하게 표현했다. “누가 시켜서 한 건 아니에요. 그냥 우리라도 해야겠다 싶었죠” 그는 ‘봉사’란 단어에 대해 조심스러움을 표했지만, 이가민 회장과 회원들의 값진 시간과 실천하는 행동은 이미 ‘봉사’ 그 자체였다. 이번 호에서는 7년간, 말 그대로 쉼 없이 우리 이웃들에게 한 끼 반찬을 꾸준히 정성을 다해 만들어 전달해온 ‘7사랑반찬봉사회’와 이가민 회장을 소개한다.   복지 사각지대를 향한 따뜻한 손길 7사랑반찬봉사회는 2019년 3월에 공식 등록됐지만, 그 시작은 2018년 5월 길마차 무료급식소에서다. 당시 무료급식소를 찾는 어르신들로부터 거동이 불편해 나오지 못하는 분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급식소에 못 오시는 분들께도 따뜻한 반찬 한 끼 전해드리고 싶었어요” 그 마음 하나에서 시작된 봉사는 주변의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함께 하겠다는 손길이 하나둘 모였다. 처음에는 회원 6명이 시작해 지금은 9명으로 늘었다. 숫자는 많지 않지만, 결속력은 그 어떤 단체보다 단단하다. 자식들이 있음에도 홀로 지내는 어르신들, 수급자로 등록되지 못했지만 실질적 어려움에 놓인 분들, 그리고 장애인단체나 주민센터의 추천을 받은 분들까지. 봉사회는 꼼꼼히 가정을 선정해 반찬을 직접 배달하고 있다. “우리가 전달하는 건 음식이지만 그 안에는 회원들의 정성과 위로가 담겨 있습니다”   매주, 꾸준히, 쉬지 않고 반찬 봉사는 그저 한 번의 이벤트가 아니다. 매주 토요일 장을 보고 일요일 오전 8시에는 현곡면에 위치한 현곡정비소 2층에 모여 반찬을 준비한다. 손질부터 조리, 포장, 배달까지 모든 과정이 자발적으로 진행된다. 회원들은 각자 본업이 있지만, 일요일 아침이면 어김없이 모인다. 올해 3월부터 비록 여러 사정으로 인해 격주로 횟수를 줄였지만 대신 반찬은 세 가지에서 네 가지로 늘었다. 조리 후에는 26가정에 일일이 찾아가 반찬을 전달한다. 가장 많았을 때는 35가정까지 늘어났고, 봉사를 쉬는 일은 없었다.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멈췄던 시기에도 이들의 주방은 멈추지 않았다. 마스크를 쓰고, 거리를 두고, 포장을 더 강화하는 방식으로 봉사는 이어졌다. “한두 번 마음 내는 것도 귀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꾸준함이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그 ‘꾸준함’이 이 봉사회의 진짜 자산이다.   숟가락 하나 더 얹는 것 이가민 회장은 스스로 거창하게 봉사란 말을 쓰기엔 민망하다고 말한다. 그가 생각하는 봉사는 단순하다. “그냥 내가 밥 먹는 상에 숟가락 하나 더 놓고 같이 먹자 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좋은 음식이 있으면 이웃과 나누고, 내게 있는 걸 조금 덜어주는 일. 그런 사소한 마음이 쌓여 오늘의 봉사회가 됐다. “밥도 혼자 먹으면 맛이 없잖아요. 여럿이 함께 먹을 때 비로소 진짜 맛이 나요” 이런 생각은 봉사회 회원 모두가 공감하고 함께 실천하고 있다. 단지 ‘돕는다’는 생각보다는 ‘같이 하는 것’이라는 마음가짐이 모든 활동에 스며 있다.   이름 없이 빛나는 사람들 반찬 봉사는 단지 몇 사람만으로 운영되기 어렵다. 공간을 내어준 심정록 대표, 의정활동 중에도 참여하는 배진석 경북도의회 부의장과 정성룡 경주시의원, 바쁜 장사 일정 속에서도 나서는 김나유·이상규 대표, 대구에서 달려오는 유용봉 대표, 장을 봐주는 송정숙 님, 손이 부족할 때마다 함께하는 홍성률 대표 등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지금의 ‘7사랑반찬봉사회’가 있을 수 있다고 이가민 회장은 전한다. 그들은 ‘봉사자’로서가 아니라, ‘같이 밥 먹는 사람들’로 기억되고 싶어한다. 이들은 별도의 친목을 위한 시간도 필요치 않다. 함께 웃고, 함께 반찬을 만들며 나누는 대화 속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누구 하나를 위해 모인 게 아니라 모두가 서로를 위해 모인 거예요” 그 마음이 있었기에, 지난 몇 년 동안 거의 활동을 쉰 적이 없다고 회원들은 한목소리로 말했다. 이가민 회장은 특히 묵묵히 정기적으로 후원하고 있는 후원자들에 대한 깊은 감사를 전했다. “봉사회가 꾸준하게 활동할 수 있는데 가장 큰 힘이 돼 준 후원자들이 있습니다. 회원들과 함께 어려운 우리 이웃들에게 큰 힘이 되는 분들이죠”   봉사는 함께 밝히는 등불 봉사는 단순히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관계로 나뉘지 않는다. 이 회장은 “반찬을 들고 찾아가면 오히려 어르신들이 우리를 반겨주시고, 덕담을 해주신다”며 “힘이 들다가도 그런 인사를 들으면 마음이 따뜻해진다”고 했다. 누군가의 안부를 묻고, 건강을 챙기며 주고받는 그 정이 이 봉사의 진짜 보상이다. 또한 회원들 간의 유대도 깊다. 각자의 사정으로 인해 참여가 어려운 주가 있어도, 미리 서로 일정을 조율하고 보완하며 함께 일한다. 반찬 준비를 하며 나누는 대화, 레시피를 고민하며 웃는 순간들, 포장지에 스티커 하나 붙이면서 나누는 모든 시간이 이가민 회장과 회원들에게는 소중한 시간인 셈이다.     경주, 봉사로 더 따뜻한 도시가 되길 이 회장은 “경주는 봉사자가 많고 단체도 많지만 막상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주저하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코로나19 이후 무료급식소 운영이 눈에 띄게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이웃들이 한 끼의 식사를 기다리고 있다. 그는 봉사를 특별한 일로 보지 않는다. 각자의 형편에 맞게 자기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고 말한다. “급식 문제는 여전히 시급하고 독거노인이 늘어나는 시대엔 이웃의 관심이 무엇보다 절실해요”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고 실천하는 마음. 그것이야말로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경주시민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실천적인 선진시민의식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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