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을 빚는 손끝에서 시작된 창작은 지역의 시간을 품는다. 신라의 숨결이 스며든 토우를 소재로 경주에서 꾸준히 작업해온 박수미 작가는 지역성과 예술을 접목한 활동으로 주목받는 로컬크리에이터다.
지난 5일, 경주시 동학교육수련원 대강의실에서 박 작가는 대구국제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과 함께 창작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로컬크리에이터 활동과 지역가치의 발견’이라는 주제 아래 이날 프로그램은 1시간의 강연과 2시간의 체험으로 구성됐다.
강연 주제는 ‘신라 토우, 지역의 기억을 빚다’. 박수미 작가는 창작의 시작이 된 개인적 계기부터 로컬크리에이터로 발돋움하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지역 자원으로서의 토우가 가진 의미를 풀어냈다. 그는 신라 시대 토우의 조형성을 오늘의 삶을 반영하는 창작의 재료로 받아들이고 있다.
“판매도 물론 중요하지만, 신라 토우를 통해 신라 문화를 전파하고 대중화하는 것이 제 작업의 중심입니다. 토우는 이야기를 품은 존재예요”
경주라는 도시에서 창작 활동을 이어가는 데 있어 그녀는 지역 자원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을 동시에 언급했다. 관광지로 소비되는 이미지는 물론 지역의 역사와 감각을 어떻게 일상 속에서 되살릴 수 있을지 고민해왔다는 것이다.
“토우는 그 시대 사람들의 표정과 몸짓, 일상의 감정을 담고 있어요. 관람객들이 이 작은 토우를 통해 경주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강연 이후 이어진 체험에서는 학생들이 직접 토우를 채색하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덧입혔다. 작가의 선례 작품을 참고한 후, 각자 구상한 캐릭터를 아크릴 물감으로 표현했다. 완성된 토우에는 짧은 스토리를 메모해 발표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삶도 춤추는 것일 수 있어요. 가을 노을이며, 소나무 숲의 바람소리며, 나를 닮은 토우며, 저마다의 모습으로 춤추고 있는 거죠”
박 작가가 전한 이 말은 창작을 일상에 녹여내는 그녀의 작업 방식이자, 지역과 예술을 바라보는 태도였다.
경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며 박수미 작가는 지역 주민들과의 협업, 청소년 교육, 공공 프로젝트 참여 등 창작의 외연을 넓혀가고 있다.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 학생은 “박수미 작가와의 시간을 통해 지역 자원을 새롭게 인식하게 됐다”며 “자신의 이야기를 예술로 풀어내는 과정이 인상 깊었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