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반기지 않지만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죽음에 대해 한 번쯤은 생각하고 고민해야 한다. 사는 날까지 건강하기를 바라지만 바람같지 않다”
온몸에 의료장비를 주렁주렁 달고 누워있는 임종을 앞둔 말기 환자가 있다. 과연 그 모습을 지켜보는 가족들의 마음은 어떨까? 만약 환자가 의식이 있다면 “기계에 둘러싸여 고통스럽게 죽고 싶지 않다”고 소리칠지도 모른다.
존엄한 죽음을 스스로 결정하길 원하는 사람들이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길이 있다.
‘연명의료결정제도’가 바로 그것이다. 연명의료결정제도는 2018년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라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의사를 존중해 치료의 효과 없이 생명만 연장하는 의학적 시술(연명의료)을 유보(시행하지 않는 것)하거나 중단할 수 있는 제도다.
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은 환자가 임종과정에 처했다는 의학적 판단을 받았을 경우,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하는 것에 동의하는 의사를 직접 문서로 작성한 것이다. 지난 2016년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제정에 따라 생긴 제도다.
(사)대한노인회 경주시지회 노인일자리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상담사지원사업 참여자 차영이 씨를 통해 연명의료결정제도에 대해 알아봤다.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지원사업 참여 동기는?
상담이라고 해서 고민 없이 선택했다. 현역시절 요양원에서 늘 어르신들과 생활했고 또 집안에 어른도 계셔 방문객과의 대화는 제일 잘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다. 더구나 어르신들의 인생을 마무리하는 한 페이지를 돕는다고 생각하니 더욱 즐겁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참여하게 됐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을 위해 방문하는 사람들을 만난 느낌이나 생각은?
의향서 작성을 위해 찾아오는 분들에게 19세 이상 성인이면 누구나 자신이 건강할 때 훗날을 위해 작성하는 문서라고 설명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늙은이들만 하는 것으로 알았다고 한다. 자식들 고생시키지 않고 숙제를 마친 것 같아 홀가분해 하시고 호흡기 달면서까지 중환자실에서 오래 살고 싶지 않아 방문했다고 한다. 언론 등 많은 매체를 활용해 홍보를 하지만 아직은 의식이 부족하다.
근무 환경은 어떤가?
개별상담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 근무 환경이 아주 좋다. 다만 대한노인회 공간이 아닌 보건소에서 세 사람이 교대 근무를 한다. 오전 9시~12시, 12시~오후 3시, 오후 3시~오후 6시까지 세 시간 근무로 활동하고 있다.
12시부터 오후 1시까지는 보건소 역시 점심시간으로 1시간을 상담실이 아닌 기타장소에서 보내야 한다는 것이 조금은 불편하다. 그러나 담당 직원의 친절함에 하루하루 출근길이 즐겁고 매일매일 행복하게 임하고 있다.
건강할 때 준비하는 인생의 마지막 순간은 어떤 모습이길 원하는지?
집에서 맞이하는 죽음이면 좋겠지만 시대에 맞춰 병원에서 맞이하더라도 주렁주렁 달고 싶지는 않다. 삶의 마지막을 보다 주체적으로 결정하고, 존엄하게 준비할 수 있도록 하겠다. 시민들의 접근성을 높여 보다 많은 이들이 존엄한 생의 마무리를 스스로 준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본다.
몇 해 전 남편이 시어머니를 병원에 입원시켰을 때 입원동의서를 작성하고 돌아와서도 매우 불편해하고 갈등을 많이 했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때는 몰랐었지만 이제는 알았으니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다. 또 건강할 때 나의 마지막을 스스로 결정하는 좋은 제도이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 이 일에 자부심을 갖는다.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호하고자 하는 연명의료법의 목적에 부합하도록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정착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 한편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을 희망하는 19세 이상의 시민은 본인 신분증을 지참하고 경주시 보건소 3층 상담실로 방문하면 된다.
연명의료중단 항목에는 △심폐소생술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체외생명유지술 △수혈 △혈압상승제 투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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