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터넷에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춤 영상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로봇이 마라톤도 하는 판에 춤추는 게 뭐가 대수인가 싶지만, 사람처럼 춘다는 건 의미가 다르다.
알다시피 손발을 움직인다고 다 춤은 아니다. 쇳덩어리(!)가 춤을 추려면 먼저 센서나 모터, 제어 시스템 등이 매우 정교하게 설계되고 통합되는, 소위 로봇공학이 밑바탕을 받쳐줘야 한다. 기술 성취가 이뤄졌다면 인간과의 세련된 상호작용 이슈가 숙제로 남는다. 춤은 인간의 섬세한 감정과 문화의 표현 수단이기 때문이다.
“오, 제법인걸?” 하는 인간의 감정이 자연스레 생겨나야 로봇의 움직임은 비로소 춤으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으로부터 정서적 교감을 획득하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그런 점에서 일론 머스크가 이번에 선보인 옵티머스의 춤은 정말이지 탁월하다. 발레로 균형감과 우아미를 뽐내다가 갑자기 노래가 바뀌더니 현란한 셔플댄스로 분위기를 압도한다. 매우 빠른 발동작(러닝맨이라 부름)이 특징인 이 춤을 추고 있는 옵티머스를 보면 로봇이라는 인식보다는 “역시 셔플엔 테크노 음악이 제격이지!” 하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 정도다.
한 발로 상체, 특히 크게 아래위로 움직이는 어깨의 리듬을 받아내면서도 균형을 잃지 않으려고 움찔움찔대는 발사위는 인간의 그것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인간과 구별이 안 되는 수준을 이젠 인정해야겠다 싶다. 그럼 인간처럼 자연스러운 로봇의 춤사위를 선보인 이유는 뭘까?’
우아한 백조의 모습을 살펴봤으니 이제는 수면 아래 현란한 발재간을 짚어볼 차례. 로봇을 춤추게 만들려면 수많은 엔지니어들이 밤을 새 가며 코딩을 짜야한다.
“오른팔을 5도 움직이고 1초 후 왼 다리를 15도 움직여라. 속도는 0.7미터로 일정하게!” 뭐 이런 식이다.
마치 찰흙으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만드는 것처럼 프로그래밍을 하면서 한 동작 한 동작 생동감을 불어넣어야 했다.
그러다 세상이 바뀌었다. 이상한 고글을 낀 사람이 어떤 모션을 취하면 옆에 서있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그 동작을 그대로 따라 하게 되었다. 이름하여 원격조정 모방 학습법(Remote Imitation Learning)이다.
하지만 여전히 인간의 도움 없이는 로봇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하는 깡통이다. 하지만 그 사이 세상은 또 변했다. 이제 직접 안 가르치고 로봇이 알아서 학습하게끔 가상공간에 집어넣어 버렸다. 소위 시뮬레이션 학습법(Simulation based Learning)이 그것이다. 이제는 원하는 수만큼의 전문 댄서와 프로 연주자를 무한정 만들어 낼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가상공간이야 완벽하겠지. 근데 현실은 달라. 멋진 춤을 출래도 바닥이 울퉁불퉁할 수도 있고 만약 비라도 와봐, 미끄러워서 춤출 수 있겠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테슬라의 이번 성과물이 놀랍다. 시뮬레이션으로 주야장천 연습한 댄스 로봇은 추가적인 학습 없이 바로 실제 환경에서 그 능력의 최대치를 뽑아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걸 어려운 말로 제로샷 전이(Zero-Shot Transfer)라고 한다. 해당 범주의 자료 예시가 전혀 없는, 처음 노출되는 상황에서 스스로 예측하고 스스로 적용해 나가는 학습법이라니! 셔플댄스를 즐기고 있는 옵티머스를 다시 한번 보라. 저 춤사위가 정말 대단하지 않는가. 마치 미리 프로그램되어 있는 것처럼 현장에서 뽑아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동선을 보여주고 있는 저 모습이 말이다.
움직임은 참 묘하다. 손을 가만히 지켜보라. 각자의 손가락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알아서 오므렸다 펴고 쥐고 또 돌린다. 뇌와 손가락 하나하나의 세련되고 효과적 협업으로 신체의 움직임에 아름다움을 더하고 있다.
그저 깡통 로봇이었을 옵티머스에게 셔플댄스를 가르쳐 준 수석 엔지니어 밀란 코박(Milan Kovac)이 트위터에서 말했다.
“이번 춤추는 로봇은 실시간(real time)이고, 영화의 CG같은 거 아니다”
이때 리얼 타임은 로봇이 실제 상황에서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는 바로 결정을 내려 실행에 옮기는 걸 말한다. 셔플댄스는 그 신호탄이다.
어쩌면 춤으로 인간을 한번 넘어본 로봇이 다음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줄도 모르겠다. 6살 소녀처럼 공기놀이 하기, 외할머니표 청국장 끓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