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여행이 점차 일상화되는 시대. 경주는 올해 반려동물 친화관광도시로 지정되며 전국적인 반려동물 관광도시로 도약을 꿈꾸고 있다.
진정한 전국적, 나아가 세계적인 반려동물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 단순한 관광 콘텐츠 제공을 넘어 경주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만족시키는, 실효성 있는 인프라 구축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주는 문화재 중심 관광지라는 특성상 반려동물 출입 제한이 많고, 반려인을 위한 시설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인근 포항시의 ‘포항댕댕동산’과 의성군 ‘펫월드’는 경주시가 세부적인 추진 계획을 수립할 때 참고할 만한 사례다. 포항은 반려동물을 양육하는 시민들을 위해 반려견 운동장을 계획했으며, 나아가 관광명소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 또한 의성군은 새로운 관광산업으로 반려동물 동반 관광객 유입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다만 두 도시 모두 관광 인프라 부족으로 인해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반면 경주는 기본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관광 인프라에 반려동물 동반 관광객 추가 유치를 공고히 하려는 측면에서 포항과 의성에 비해 사정은 나아 보인다.
이번 호에서는 포항과 의성, 두 지자체의 반려동물 시설을 살펴보고 경주가 추진해야 할 반려동물 친화관광도시 시설 부분에 대해 짚어보고자 한다.
반려동물 복합문화공간, 의성 펫월드
의성군은 2020년 ‘의성 펫월드’를 개장하며 반려가족을 위한 체험형 공간 조성에 나섰다. 약 120억원이 투입된 이 시설은 실내 도그런, 펫카페, 수변데크, 수영장, 캠핑장 등 다양한 복합시설을 갖추고 있다.
관광산업과 연계한 반려문화 중심지로 성장시키기 위한 시도였지만, 인근 도시들의 펫산업 성장과 의성 자체의 관광 인프라 부족으로 인해 최근 입장객 수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2022년 기준 2만7000여명이 방문했지만, 2023년에는 2만3000명대로 줄어든 상황이다.
다만 운영은 직영과 위탁을 혼합한 방식으로 체계화돼 있고, 체험 중심 교육과 문화 공간의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특히 방문자센터에서는 반려동물과 보호자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며, 펫카페와 수영장 같은 시설은 타 지자체와 차별화된 요소로 꼽힌다.
또한 민가와 떨어진 농촌 지역에 위치해 민원 발생을 최소화했다는 점에서도 시사점을 제공한다. 향후 의성군은 캠핑장 연계 프로그램과 반려가족을 위한 체류형 콘텐츠를 추가로 기획해 방문객 회복을 도모하고 있다.
의성군 관계자는 “펫월드는 2015년부터 기본계획을 수립해 반려가족들이 의성을 방문하게 하고자 추진한 지역경제 활성화 사업”이라며 “놀이터, 수영장, 캠핑장 등 다양한 시설을 갖췄지만 교통 및 관광 인프라 부족으로 조금씩 방문객이 감소하고 있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용성과 자율이 공존하는 공간, 포항 댕댕동산
포항시는 ‘댕댕동산’이라는 이름의 반려견 전용 운동장을 공단 내 유휴부지에 조성했다. 이곳은 별도의 입장료 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으며, 소형·중형·대형견 구역과 프리존까지 갖춰져 있다. 주말이면 약 250명, 평일에도 80명 내외의 시민과 반려견이 꾸준히 찾는다.
‘댕댕동산’은 실용성과 자율성을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근무자는 기간제 근로자 2명에 불과하며, 시설 전반은 이용자 자율 운영을 원칙으로 한다. 이로 인해 반려인들 사이에서는 자연스럽게 펫티켓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특히 입장 시 동물등록번호를 기입하도록 함으로써 반려견 등록률을 높이는 간접적 효과도 얻고 있다. 이는 중앙정부의 반려견 등록 정책과도 궤를 같이하는 지점으로 경주시가 참고할 만한 실효적 사례다.
무엇보다 공단 내 위치 덕분에 소음 민원이 거의 없으며, 실제로도 개 짖는 소리로 인한 신고나 불편 제기가 없다는 점은 도시 내 설치 시 입지를 선정할 때 중요한 참고 요소가 된다. 반려인을 위한 카페도 입찰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어, 간단한 음료와 간식을 구입할 수 있다.
포항시민들은 반려견과 가볍게 산책할 수 있고, 운동장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특히 이곳은 경주에서 차로 30분 이내로 도착할 수 있어 경주시민들도 한 번씩 찾고 있다.
경주, 관광과 일상의 경계를 잇는 반려문화 도시로
두 지자체 사례는 서로 다른 방향성을 갖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시민과 반려동물의 일상에 밀착된 공간 조성, 민원 최소화를 위한 입지 선정, 지속 가능한 운영 시스템이 핵심임을 보여준다.
의성은 ‘관광산업형’ 복합문화 공간 모델을, 포항은 ‘생활밀착형’ 반려견 운동장 모델을 각각 구축하며 나름의 성과를 내고 있다. 이 두 사례를 통해 경주는 보다 입체적인 반려문화 시설을 구상할 수 있다.
경주는 유네스코 문화유산과 풍부한 관광 자원을 가진 도시로서 관광산업과 반려문화가 융합된 시설이 요구된다. 동시에 시민들이 일상에서 반려동물과 함께 머물 수 있는 편의시설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해야 한다.
무엇보다 반려동물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펫티켓 정착을 위해서는 단순한 시설 조성만이 아니라 교육 프로그램, 커뮤니티 활동, 캠페인 등이 복합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이는 시민 대상의 공감대 형성과도 직결된다.
향후 경주가 지향해야 할 반려동물 시설은 일회성 관광 콘텐츠를 넘어서 지속가능한 펫티켓 교육과 지역 공감대 형성, 시민과 관광객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복합 공간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경주의 특수성을 고려한 입지 선정과 운영 모델을 병행해 진정한 반려동물 친화관광도시로 도약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