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문화원 향토사료관. 조선시대 관아 건물과 600년 된 은행나무가 함께 숨 쉬는 이곳에 지난 1일, 재사용 기반의 문화마켓 ‘빛우장’이 열렸다.   개장을 앞둔 오전 11시, 마당 입구에는 이미 줄이 길게 늘어섰다. 경주뿐 아니라 포항, 울산, 대구, 부산 등지에서도 방문객이 찾아와 오래된 마당은 행사내내 사람들로 북적였다.   행사를 기획한 빛클래시의 최이들 대표는 “경주만의 정서가 담긴 공간에서 재사용을 중심 가치로 삼되 문화 프로그램을 덧입혀 자연스럽게 풀어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빛클래시는 8년째 경주에서 활동해온 지역 문화기획 브랜드다. 계절마다 다른 장소를 배경으로 마켓과 전시, 강연, 체험을 엮어, 경주의 일상을 특별한 하루로 전환해왔다.    빛우장은 이들이 처음 선보이는 재사용 마켓 시리즈로 ‘비우는 만큼 빛나는 장’을 주제로 기획됐다.   이번 마켓에는 총 24팀이 참여했으며 이 중 절반은 전문(업체) 셀러, 절반은 시민 셀러로 구성됐다. 전문 셀러들은 B급 샘플이나 리퍼 제품을, 시민 셀러들은 집에서 쓰던 물건들을 내놓았다. 특히 눈길을 끈 건 아이 셀러의 참여였다. 부모와 함께 신청한 어린이들이 직접 장난감과 책, 인형을 진열하고 손님을 맞았다. 한 시민 셀러는 “아이 스스로 자신의 물건을 소개하고 가격을 정하는 모습을 보며, 나눔과 순환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었다”며 만족감을 들어냈다. 행사장 곳곳에서는 마켓 외에도 다양한 체험이 펼쳐졌다. 어린이 창작대회 ‘찰랑그림대회’에서는 찰흙과 그림을 활용해 입체적인 경주 풍경이 완성됐고, 전통 문양 스티커와 캘리그라피로 관람객이 함께 꾸민 ‘모두의 병풍’은 하나의 공동작품으로 전시됐다. 로컬 식재료로 만든 떡을 맛보는 ‘떡살롱’, 짚신을 신고 제기를 차는 놀이존 등도 호응을 얻었다.   참여 셀러들이 기부한 물품으로 진행된 ‘햇살 경매’는 행사에 온기를 더했다. 수익금 60만원은 전액 경주동물사랑보호센터에 기부된다. 최 대표는 향토사료관을 행사장으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이곳은 경주의 정서를 고스란히 품고 있는 공간이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점이 늘 아쉬웠다”며 “오래된 공간에 새로운 감각을 얹어 다시 살아나게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빛클래시는 다음 무대로 월정교 잔디밭과 진평왕릉, 종오정을 염두에 두고 있다. 최 대표는 “월정교는 탁 트인 경관과 유서 깊은 배경이 어우러져 마켓과 문화 프로그램이 함께하기 좋은 장소고, 진평왕릉과 종오정은 조용하고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경주의 또 다른 아름다움을 소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곳이다. 이 공간 모두 빛클래시의 감성으로 재해석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다음 마켓은 오는 7월 25일과 26일, 보문단지 한화리조트에서 열린다. ‘여름밤에 술술 풀리는 밤’을 주제로 지역 막걸리와 와인 등을 중심으로 한 야간 마켓이다. 최 대표는 “빛클래시 마켓은 사람과 장소가 만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방식으로 기획한다. 우리가 공간을 빌려 쓰는 것이 아니라 공간과 사람을 연결한다고 생각한다. 문화란 결국 그 안에 있는 사람이 만드는 것이다”면서 “앞으로도 더 유연하게 빛클래시만의 감성으로 진심을 담아낸 마켓으로 많은이들과 소통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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