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보문관광단지가 관광단지 지정 50주년을 맞았다. 현재 보문관광단지는 오는 10월 말 열리는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기반시설 조성을 위한 준비에 여념이 없다.
주 회의장인 경주화백컨벤션센터를 중심으로 미디어센터, 전시관 및 한수원 홍보관 등 주요 시설의 공사가 시작되고 있다. 또 정상들을 위한 최고급 객실(PRS)을 비롯해 글로벌 CEO, 수행원 등이 머물 숙박시설도 개선을 위한 공사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외에도 야간경관 개선, APEC 상징 조형물 설치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면서 보문관광단지가 새롭게 변신하고 있다. APEC 정상회의와 관광단지 50주년을 계기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보문관광단지. 33년 전인 1992년 10월 16일자(제139호)에 실린 본보의 기사를 통해 보문관광단지의 과거와 미래를 짚어본다.
보문관광단지의 탄생 배경은?
본보 139호에 실린 기사는 ‘보문개발 20년 그 허와 실’이라는 제목으로 보도됐다. 당시 기사에는 먼저 보문관광단지의 탄생 배경을 소개했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하게 21년 전인 1971년 6월 12일 박정희 당시 대통령은 ‘신라 삼국통일의 심장부’인 경주를 국제적 문화관광도시로 가꿔 나간다는 청사진을 국무회의에서 제시하고, 건설부에 경주종합개발계획 수립을 지시했다.
이러한 대통령 지시사항에 따라 곧이어 정부는 6월 15일 실무작업반을 구성했고, 불과 한 달만인 7월 13일 계획안을 완성하고, 16일 박 대통령에게 기본계획을 보고한 후 일부 수정 지시를 보완해 8월 13일 관광개발계획단(단장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에 의해 ‘경주 관광종합개발계획안’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 계획안이 이후 20여년 만에 경주시의 모습을 크게 바꿔놓은 설계도 역할을 했고, 허허벌판이던 경주시 외곽 천군동 일대에 321만평 규모의 보문관광단지를 일궈냈다.
1962년 축조된 48만평 규모의 보문저수지를 제외하고는 아무런 기반시설이 없던 이 지역은 이미 종합개발계획안에 ‘보문유원지’로 명명돼 대규모 관광단지 조성이 예정됐다. 이후 부분적인 수정이나 일부 계획 변경이 있긴 했어도, 1974년 단지 개발을 위한 첫 삽을 떴고, 5년만인 1979년 4월 현재의 외형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갖추고 개장했다.
당시 정부는 단지 운영을 위해 1974년 1월 세계은행(IBRD)과 1282만불 규모의 차관협정을 체결하고, 1975년 8월 한국관광공사가 전액 출자해 경주개발공사를 설립, 정부 재투자기관인 개발공사가 개장 이후 운영을 책임지도록 했다. 차관협정 당시 IBRD는 단지의 시설계획과 구체적인 규모까지 협정서에 명시해 현재도 IBRD의 임김이 보문단지 개발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보문관광단지 문제점도 짚어
당시 보도에는 보문관광단지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짚었다. 위락시설이 부족해 숙박에만 의존하고, 특히 야간에는 볼거리, 즐길 거리가 없어 관광단지로서의 역할과 기능이 지속되기 어렵다는 지적이었다.
1992년 당시 위락시설은 경주월드가 유일했고, 지금은 다양한 위락시설이 조성돼 상황은 달라졌다. 하지만 야간 볼거리 즐길거리 부족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2025년 현재 보문관광단지 숙박객이 수년째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하나의 원인이 되고 있다.
당시 보도에서 짚은 보문관광단지의 문제점은 이렇다.
‘경주개발계획을 주도하던 박정희 대통령의 입김이 사라지면서 정부의 관심 역시 크게 줄어든 가운데 언제부턴가 보문단지는 그저 ‘최고급 숙박단지’라는 경주시민들의 불만 어린 대상이 되기 시작했다. (중략)
호텔 투숙객들까지도 골프장 이외에는 변변한 위락시설이 없다는 불평이 많다고 K호텔 영업담당 과장 김모 씨가 말하면서 현재의 보문단지 사정을 조심스럽게 진단했다. 이 같은 사실은 단지 내 위락시설의 운영실태가 말해준다.
경주월드는 개장한 해와 다음해에 50만명의 입장객을 받아들였고, 향후에는 150만명이 입장객이 시설을 이용할 것으로 예상하는 등 큰 폭의 신장세를 나타내고 있으나 호텔 투숙객들이나 외국인 관광객은 전체의 3%에 그쳤다. 단지 내 4개 호텔이 종합패키지 상품을 판매한 결과도 1000명의 호텔 투숙객들만 이용하는 등 숙박과 위락시설 이용의 연계가 되지 않았다.
바로 경주월드의 이 같은 사정이 보문단지가 안고 있는 최대의 맹점이다.
즉 단순히 외래 관광객들이 머물 수 있는 최고급 숙박시설이라는 선에서 단지의 역할이 축소되고 있다는 우려들이 점점 높아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또 있다. 이미 경주시민들 사이에서는 거의 공통된 인식이지만 보문단지의 밤이 너무 황량하다는 점이다. 개발초기부터 유흥시설의 설치가 억제돼오면서 4개 호텔의 부대시설을 제외하고는 저녁시간에 보문단지를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은 범죄가 자주 발생하는 ‘어두운 산책로’를 걷는 것 뿐이다. 결국 지금도 단지 내외곽에 계속 건설되고 있는 콘도미니엄 등 대형 숙박시설들이 완공을 계속할수록 단지의 성격은 종합적인 기능을 상실하고 말 것이라는 지적들이 팽배하고, 잠만 자는 관광단지의 모습이 어떻게 변할지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면서 당시 기사는 이렇게 끝맺었다.
‘한마디로 개발 20년을 맞으면서 정체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는 보문단지가 온천수 개발이라는 호재와 새 전기를 마련할 수도 있는 시점이 됐으나, 현재의 여건으로는 큰 기대가 힘든 것이 단지의 현실이다’
득시무태(得時無怠) 자세로 발전 견인해야
2000년대 들어 관광객들이 급증하면서 보문관광단지는 경주의 관광 1번지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변화하는 관광 트렌드에 제대로 대응하고 있는지는 짚어봐야 할 일이다. 특히 수년째 문을 닫은 채 건물과 시설 등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옛 콩코드호텔로 지난 2016년 경남의 한 건설업체가 인수한 후 리모델링해 다시 문을 열 계획이었지만 현재까지 빈 건물로 방치되고 있다.
또 보문관광단지 내 상업시설이었던 보문상가도 한 업체가 대형 복합아울렛을 조성하기 위해 매입했지만 손도 대지 않고 있다. 신라밀레니엄파크 역시 2016년 모기업의 경제적 어려움으로 파산절차를 밟으며 방치돼오고 있다. 이는 보문관광단지를 관리하는 경북문화관광공사와 경주시가 시급히 대안을 찾아 해결해야 한다.
보문관광단지가 어떻게 변신해야 할지는 본보 과거 기사에서도 엿볼 수 있다.
흉물처럼 놓여 있는 시설들의 해결과 함께 숙박 위주 관광에서 벗어나 다양한 유형의 체험과 위락시설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야간에도 먹거리와 볼거리 등을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관광 콘텐츠를 마련해야 한다. 시내의 유적과 황리단길, 도심의 다양한 관광자원을 오갈 수 있는 이동수단을 확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경주는 APEC 정상회의라는 호재를 만났다. 득시무태(得時無怠. 좋은 때를 얻으면 게으르지 않아야 한다)의 자세로, 찾아온 기회가 보문관광단지와 경주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