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건축사업협동조합이 감리비 시세를 높게 설정하고 돌아가며 일감을 받도록 한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제동을 걸었다.
공정위는 지난 26일 경주건축사업협동조합의 사업자단체금지행위(공정거래법 위반)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억6200만원을 부과했다. 경주건축사업협동조합은 지역에 건축사무소를 개설한 86명 중 77명의 건축사가 가입한 단체다.
공정위에 따르면 조합은 조합원 간 감리비 기준 가격과 최소 금액을 설정하고 감리계약 체결 시 이를 따르도록 강제해 지역 시장의 가격 경쟁을 사실상 차단했다고 밝혔다.
조합은 2018년 임시총회에서 감리비 기준 가격을 정한 뒤 4차례에 걸쳐 가격을 바꿔 홈페이지에 이를 게시했다. 또한 감리비가 낮게 책정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2018년 임시총회에서 최소 감리비를 300만원, 2023년 이사회에서는 400만원으로 올렸다. 이를 통해 조합원들은 홈페이지에 올라온 가격대로 감리 계약을 맺었다.
조합은 가입한 건축사들이 번갈아 가며 일감을 따낼 수 있도록 감리자 선정 기준을 만들고 감리비 일부를 설계자와 조합에 지급하도록 한 혐의도 받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조합원들이 균등하게 감리자로 지정될 수 있도록 회차별 감리자 선정방식을 마련해 순번을 정했다. 순번이 돌아오지 않는 조합원에게는 사무실 운영 보조금을 챙겨주기도 했다. 조합은 그 대가로 감리비의 20%씩을 설계한 구성사업자와 조합에 각각 업무협조비와 조합운영비 명목으로 지급하도록 했다.
공정위는 이 같은 행위가 개별 조합원의 사업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고 소비자인 건축주에게 불이익을 주는 구조라고 판단해 과징금 2억6200만원 부과와 함께 관련 규약 수정·삭제 등의 내용이 담긴 시정명령을 내렸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과징금 부과와 시정명령은 건축공사 감리시장에서 건축사 간 경쟁을 촉진하고 다른 지역 건축사에게 법 위반 행위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 주는 데 의의가 있다”면서 “관련 단체의 유사한 법 위반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적발 시 법에 따라 엄중히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경주시건축사업협동조합은 징계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조합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수익이 거의 없는 조합에 2억이 넘는 과징금을 갚은 여력이 없다”면서 “어떻게 해결할 방법이 없다. 이는 사실상 조합을 폐쇄하라는 얘기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한편 경주시건축사협동조합에 부과된 과징금은 예산과 위반행위를 종합검토해 결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과징금은 사업자 단체의 예산을 기준으로 위반 행위의 중대성이나 위반 기간 등을 가감해서 결정된 것으로 단순히 조합 이익에 대한 과징금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