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은 단순히 외형을 꾸미는 일이 아니다. 소비자와 소통하고 설득하는 언어다”   경주 건천에서 나고 자란 시우디자인센터 노시우 대표의 말이다. 현재 서울에서 거주하고 있는 출향인 노 대표는 농식품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으며, 디자인이라는 언어를 통해 농업의 가치를 재해석하고 있다. 그는 디자인회사를 운영하며 여러 지역에서 농산물에 정체성과 이야기를 입혀왔다. 그중에서도 고향 경주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 최근 5년간 경주시농업기술센터와 함께 ‘시우디자인학교’를 운영하며 경주 농업인들에게 브랜드의 힘을 전하고 있다. 농산물 브랜드화는 단순히 디자인을 넘어, 경주 농업의 미래를 설계하는 일임을 그는 몸소 실천 중이다. 이번 호에서는 경주 농식품의 가치를 높여 농가 소득 향상이라는 난제를 풀기 위해 힘쓰고 있는 시우디자인센터 노시우 대표를 만나봤다.     농식품디자이너 노시우 대표, 브랜드로 말하는 경주 농업 노시우 대표는 디자인은 단순한 포장을 넘어서 생산자의 이야기와 신념을 담는 창구라고 전한다. 건천 출신 농식품디자이너인 노 대표는 이 믿음을 가지고 20년 넘게 현장에서 뛰어왔다. 그가 1999년 설립한 시우디자인센터는 전국의 농산물에 브랜드를 입히고, 고향 경주에서는 농업인의 자립을 돕는 교육을 지속해오고 있다. 브랜드 없는 농산물은 팔릴 수 있어도 기억되기 어렵다는 것이 노시우 대표의 지론인 것. 그는 농업의 본질을 이해하는 디자이너로서, 브랜드를 통해 경주의 농업이 미래로 나아가는 길을 끊임없이 설계하고 있다.     농식품 브랜드는 철학이다 노시우 대표는 “브랜드는 디자인보다 콘셉트가 먼저”라고 강조한다. 그는 농식품 브랜드를 단순한 로고나 포장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왜 이 상품을 사야 하는가”를 설득하는 언어라고 정의한다. 품질 좋은 농산물이라도 콘셉트가 없으면 경쟁력은 떨어진다는 게 그의 오랜 현장 경험에서 나온 결론이다. 브랜드의 철학, 생산자의 정체성, 온라인 확장성 등은 지금 시대의 소비자가 구매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철학은 그가 운영하는 시우디자인센터의 기반이자 수많은 농업인과의 협업에서 일관되게 드러난다. 농업인이 브랜드의 주체가 돼야 한다는 원칙 아래, 디자인은 단지 꾸미는 수단이 아니라 농업의 가치를 소비자와 연결하는 설득의 과정으로 작동하고 있다.     고향 경주에서 이어온 실천 노 대표는 고향 경주에서 농업의 브랜드화를 실현하는 교육 프로그램인 ‘시우디자인학교’를 5년째 운영 중이다. 이 교육은 경주시농업기술센터와 함께하는 현장 밀착형 과정으로 농업인이 자신의 상품을 직접 기획하고 콘셉트를 설정하는 실전 중심의 프로그램이다. 단순한 강의가 아니라 전문 디자이너와 1대1 협업을 통해 브랜드를 만드는 구조다. 교육 참가자들은 대부분 귀농·귀촌 농업인이다. 처음에는 ‘내가 디자인을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으로 시작하지만, 교육이 끝날 무렵에는 자신만의 브랜드를 소개하고 소비자 앞에 자신 있게 나서는 모습을 보인다고 노 대표는 말한다. 특히 “브랜드는 생산물에 정체성을 부여하고 농업인에게는 스스로의 가치를 인식하게 하는 계기가 된다”고 그는 강조했다. 올해 과정은 4월 30일부터 지난 16일까지 진행됐으며, 브랜드 콘셉트 설정부터 네이밍, 패키지 디자인, 상표 출원, 발표 평가회까지 참가자 주도로 이뤄졌다. 단순한 교육을 넘어 농업인의 농식품 시장 진입과 자립을 돕는 출발점이 됐다고 노시우 대표는 평가했다.     지역 농산물에 생명을 불어넣다 노시우 대표가 기획한 브랜드들은 하나같이 농업인의 이야기와 지역의 특성을 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경주시 농산물공동브랜드 ‘이사금’이다. 경주의 역사성과 농산물의 품질을 함께 담아낸 브랜드로 경주시 농업의 위상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 외에도 ‘박명순발효장아찌’는 산내면에서 전통 방식으로 장아찌를 만들고 있는 농가의 정체성을 반영했고, ‘남산끗티’는 경주 남산 자락에서 한라봉을 재배하는 귀농 농가의 지리적 특성과 이야기를 살렸다. 또한 ‘소까봉’은 샤인머스켓 한 송이를 위해 알을 솎아내는 과정을 브랜드로 풀어내 정성의 가치를 담았고, ‘달코마토’는 당도 높은 토마토의 특징을 감각적으로 표현했다. ‘내아내딸기’는 아내와 함께 농사짓는 따뜻한 마음을 고스란히 브랜드에 담아냈다. 이처럼 노 대표는 지금까지 약 60여건의 브랜드를 기획하고 디자인하며, 농업인이 자신의 이야기를 상품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왔다. 브랜드는 단순히 팔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농업인의 철학과 태도를 담아내는 얼굴이 된다.     왜 농업에 브랜드가 필요한가 노 대표는 경주가 가진 농업 인프라와 청정 환경, 관광도시로서의 이미지가 결합되면 강력한 마케팅 효과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경주는 소비자에게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지역 먹거리로 각인될 수 있는 매우 유리한 조건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여기에 설득력 있는 브랜드 콘셉트를 더하면 농산물은 단순 생산물이 아닌 스토리를 가진 제품으로 자리 잡게 된다는 것이다. 브랜드는 생산자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시장에서 농업인의 가치를 올리는 수단이다. 더 나아가 지속 가능한 농업과 안정적 판로 확보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단순 생산에서 벗어나, 스스로 브랜딩하고 마케팅하는 구조로 전환돼야만 지역 농업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농업인이 자신의 브랜드를 갖고 시장에 설 수 있어야 합니다. 브랜드는 농업인의 철학과 지역 가치를 담아내는 도구입니다” 노 대표는 앞으로도 경주의 농식품이 소비자에게 더 설득력 있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돕고, 농업의 가치를 연결하고 재해석하는 디자인 실천을 이어갈 계획이다. “경주의 농업인들이 자신만의 브랜드를 통해 지역 농식품 시장을 새롭게 만들어가는 주인공이 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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