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쪽샘유적에서 처음으로 돌방무덤이 발견되는 등 신라 지배층의 무덤 구조 변화와 장례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성과가 나왔다.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는 동국대학교 WISE캠퍼스 고고미술사학과와 함께 2020년부터 이어온 공동 발굴의 결과를 30일 오후 3시 현장에서 일반에 공개한다.
별도 신청 없이 누구나 현장에 참여할 수 있다.
무덤 속 침대 ‘시신받침’… 귀걸이 착용한 첫 번째 매장자
올해로 여섯 번째를 맞은 이번 조사에서는 두 종류의 무덤이 조사됐다. 하나는 돌로 만든 무덤방(돌방무덤), 다른 하나는 나무틀로 만든 전통 무덤(덧널무덤)이다.특히 주목할 만한 건 K91호 돌방무덤. 쪽샘지구 1300여기 무덤 가운데 처음으로 확인된 돌방무덤 형식으로 무덤방 구조와 장례 방식 모두 중요한 정보를 담고 있다.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에 따르면 이 무덤은 총 다섯 차례에 걸쳐 시신을 순차적으로 안치한 복합 매장 구조를 보여준다. 첫 번째 매장은 방 북쪽에 침대처럼 조성한 시신받침 위에 이뤄졌으며 금귀걸이를 착용한 채 발견된 시신과 미늘쇠, 철낫, 운모 등 부장품이 함께 출토됐다.
이후 남쪽으로 새로운 시신받침을 덧대며 2~4차 매장이 이어졌고 공간이 부족해지자 무덤 입구 쪽으로까지 확장해 안치한 흔적도 확인됐다. 부장품에는 금동 허리띠 장식, 철제 도구, 도기류가 포함돼 있어 당시 장례 문화와 위계 구조를 유추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고 밝혔다.
무덤도 재활용? 널길 겹친 가족의 흔적
무덤 입구부터 방까지 이어지는 통로인 널길은 흥미로운 건축적 특징을 보여준다. 바닥 경사가 안에서 밖으로 올라가는 구조였으며 일부 벽면은 기존 돌무지덧널무덤의 시설을 재활용한 흔적도 발견됐다. 돌방무덤의 주인공이 인근의 선행 무덤 주인들과 가족 또는 밀접한 관계였음을 보여준다. 또 무덤을 덮은 흙더미는 사라졌지만 주변에 돌을 둘러가며 쌓은 형태를 통해 봉분을 양파껍질처럼 안에서 바깥으로 확장하며 쌓는 방식이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경주뿐 아니라 일본 고분에서도 유사 사례가 확인되는 방식이다.
4세기 무덤도 함께… 계층별 무덤 분포 확인
함께 조사된 덧널무덤(J230호)은 구덩이에 나무틀을 짜 넣은 형식으로 4세기 후반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시신과 함께 철제 창, 항아리, 컵 모양 토기가 함께 묻혀 있었다.주변에서는 이 무덤과 비슷한 규모의 덧널무덤들이 무리를 이루고 있었고 반면 동쪽에는 5세기 무렵의 더 큰 돌무지덧널무덤들이 따로 모여 있었다. 이는 쪽샘지구 무덤군이 시대나 계층에 따라 구역을 나눠 조성됐음을 보여주는 증거다.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 측은 “이번 발굴은 돌무지덧널무덤에서 돌방무덤으로 신라 무덤 형식이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라며 “6세기 신라 지배층의 장례 방식과 사회 구조를 복원할 수 있는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역 대학과 협력한 이번 조사에는 고고미술사학과 학생들도 참여해 현장 실습의 기회를 갖는 교육 효과도 있었다”며 앞으로도 지역 인재와 함께하는 지속적 조사와 연구를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