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은 거창한 무대보다 눈 맞추는 거리에서 시작된다. 대한민국 국공립극단 페스티벌은 그 믿음에서 출발했고, 어느덧 16회를 맞았다.    7월 한 달간 경주예술의전당에서는 전국 8개 국공립극단이 모여 삶과 사회, 관계와 기억을 무대에 올린다. 지방의 연극인들이 오랜 시간 공들여 준비한 이야기들이 관객의 숨결과 마주할 순간을 기다리고 있는 것.    경주시 주최, 경주시립예술단과 한국국공립극단협의회의 공동주관으로 열리는 이번 페스티벌은 연극도시로서의 경주의 정체성을 새롭게 각인시킬 예정이다.   첫 무대는 경주시립극단의 창작극 ‘을화’ 7월 3일과 4일 양일간 경주시립극단의 창작극 ‘을화’로 막이 오른다. 김동리 원작을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여성의 고난과 모정을 중심에 두고 굿과 마을 풍경을 무대 위에 풀어낸다. 스토리텔러가 된 배우들은 부정굿, 잡귀의 군무를 넘나들며 관객을 이야기에 초대한다. 3일 공연 종료 후에는 배우들과의 포토타임도 마련돼 있다. 이후 포항시립연극단 ‘모르페섬의 한여름밤의 꿈’, 경산시립극단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 부산시립극단 ‘신데렐라: 너의 뜻대로’, 목포시립극단 ‘푸르른 날에’, 충북도립극단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 경남도립극단 ‘빌미’, 대구시립극단 ‘오거리 사진관’이 차례로 무대에 오른다. 작품들은 희극과 비극, 가족극과 시대극, 고전을 재해석한 창작극까지 다양하게 구성돼 있어 세대를 불문한 공감대를 형성한다.   경주시립극단 ‘을화’ (15세 이상)7월 3일(목), 4일(금) 오후 7시 / 원화홀3일 공연 후 배우와 포토타임 경주시립극단이 김동리의 소설 ‘을화’를 다시 무대에 올린다. 원작이 지닌 종교적 긴장은 덜어내고, 여성의 고난과 모정에 집중한다. 무당이 돼 아들을 살리려는 어머니 ‘옥선’의 삶은 빡지의 부정굿과 마을 사람들의 소문 속에서 펼쳐지고, 배우들은 스토리텔러로 관객의 감정을 이끈다.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얽힌 비극과 애틋함, 그리고 결국 이해로 향하는 이 무대는 ‘삶을 견디는 힘’에 대해 이야기한다.전쟁섬에서 피어난 희극적 판타지포항시립연극단 ‘모르페섬의 한여름밤의 꿈’ (전 연령)7월 5일(토) 오후 2시 / 화랑홀공연 후 관객과 대화셰익스피어의 ‘한여름밤의 꿈’이 전쟁 중인 섬 ‘모르페’에서 다시 태어난다. 연극으로 평화를 꿈꾸는 광부들과 사랑을 좇아 숲으로 도망친 청춘들. 엉키고 뒤섞이는 욕망과 우연 속에서 우리는 웃음을 터뜨리고 자신을 돌아보게된다.가족의 끝에서 마주한 따뜻한 화해경산시립극단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 (14세 이상)7월 9일(수) 오후 7시 / 원화홀공연 후 배우와 포토타임 병든 아버지, 묵묵히 돌보는 어머니, 끝내 곁을 지키는 둘째 아들. 말없이 흘러간 시간 속 누구도 사랑을 말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사랑했다. 텅 빈 마당을 걷는 장면에선 관객도 함께 숨을 고르게 된다. 가족이란 지나온 시간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는 자리라는 걸 연극을 통해 알게된다.동화, 다시 묻다부산시립극단 ‘신데렐라: 너의 뜻대로’ (전 연령)7월 12일(토), 13일(일) 오전 10시 30분, 오후 2시 / 원화홀12일 오후 공연 후 배우와 포토타임고전 동화 ‘신데렐라’를 다시 짠다. 유리구두는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가. 그 선택은 누구의 몫이었는가. 아이들과 어른 모두에게 묻는다. 익숙한 이야기의 틈을 비틀며 자기 목소리를 되찾는 연극이다.진실을 감추고 떠난 자, 남겨진 기억목포시립극단 ‘푸르른 날에’ (13세 이상)7월 19일(토) 오후 2시 / 화랑홀공연 후 배우와 포토타임차밭이 보이는 암자에서 조용히 살던 승려. 조카의 결혼 소식을 듣고, 광주의 봄으로 돌아간다. 야학 선생이자 연인의 오빠였던 민호. 그가 겪은 고문과 상처, 삶을 놓아버린 지난 시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불가에 귀의했지만 속세의 인연은 끝나지 않는다.   세탁소에 숨겨진 유쾌한 비밀충북도립극단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 (7세 이상)7월 20일(일) 오후 2시 / 원화홀공연 후 관객과 대화허름한 동네 세탁소에 벌어진 한바탕 소동극. 죽어가는 어머니의 ‘세탁’이라는 말 한마디에 유산을 찾아온 괴짜 무리들. 코믹한 장면 속에 삶의 본질과 따뜻한 시선을 담았다. 웃다가 울고, 울다가 웃게 되는 연극이다.작은 거짓이 만든 큰 균열경남도립극단 ‘빌미’ (14세 이상)7월 26일(토) 오후 2시 / 원화홀공연 후 관객과 대화딸의 연인이 죽고, 그 책임은 누구에게 향했는가. 거짓말, 은폐, 책임 회피. 친근한 얼굴이 언제 괴물이 될 수 있는지 우리는 그 장면에서 멀지 않다. 악은 먼 곳에 있지 않다는 걸 이 연극은 무대 위에 선명히 새긴다.죽은 자가 다시 돌아온 밤대구시립극단 ‘오거리 사진관’ (8세 이상)7월 31일(목) 오후 7시 / 원화홀공연 후 배우와 포토타임돌아가신 아버지를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어머니의 꿈, 사진관, 마당, 그리고 가족. 꿈과 현실이 섞이며, 살아있던 기억이 되살아난다. 가족이란 결국, 시간의 기적을 믿는 마음이다.   연극은 7월, 선택은 지금부터 이번 축제의 공연 티켓은 지난 2일부터 경주예술의전당 홈페이지와 티켓링크를 통해 예매가 진행 중이다. 전석 5000원, 단체는 30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가격은 낮지만 무대는 결코 작지 않은 공연. 작품은 무대에서 완성되지만 그 시작은 관객의 선택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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