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이다.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난다. 어렸을 때, 아버지가 어떤 사람에게 투표했는지 다 기억한다. 아버지는 누구에게 투표했다고 이야기하신 적은 한 번도 없지만 선거운동 기간 내내 뉴스에 나오는 피선거권자나 선거 포스터를 보고 아버지는 은연중에 이번 선거에 자신의 투표 스타일을 말하셨기 때문이다. 저 사람은 인상이 약아보인다. 못된 짓을 할 것 같아서 안된다더니, 누구 인상이 좋아보인다고 하셨다. 다음 선거 때는 저 놈은 지난 번에 이래저래해서 안되고, 이번에는 저사람이 예전에 우리 동네에 무슨 일이 있었는데, 사돈이 팔촌이 와서 도왔는데, 친인척 프레임을 씌우셨다. 또 다음에는 무슨 정당에서 누가 나왔는데, 그 정당이 어떻다더라 하셨고, 그 다음에는 다른 정당의 후보자를, 그렇게 몇 번의 경험이 쌓인 후 아버지는 마침내 결론을 내셨다. “뽑을 놈이 없네” 이놈을 뽑으나 저놈을 뽑으나 모두 똑같고, 정말 일하는 사람이 없고 자기 배만 채우더라는 것이 아버지의 결론이셨다. 내가 기억하는 선거철의 아버지의 나이는, 삼십대 후반이 시작이다. 비교적 정치에 무관심하셨던 아버지는 선거철에 잠깐 관심을 가지고 정말 올바른 사람을 뽑으려는, 자신만의 기준을 잡아가셨었던 같다. 하지만 결론은 다시 무관심으로 돌아가셨다. 아줌마의 나이는 이제 오십이다. 아줌마도 20대부터 투표를 했지만 아버지와 별반 다르지 않은 기준으로 선거권을 사용해왔던 것 같다. 아줌마의 부끄러운 무지다. 그리고 처절히 반성한다. 지난 선거 때 공약집을 보고 깜짝 놀랐던 경험이 있다. 그나마 호의를 가지고 있던 정당의 공약이나, 반대편(?) 정당의 공약도 너무나 어리석거나 이렇게 하면 안 되지, 하는 것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두 정당에서 가장 마음에 안 들었던 공약이나 정책은 교육부 예산 편성이 초중고를 줄이고 대학으로 몰거나, 수요와 공급을 배제한 채 어린 아이를 달래듯 하는 부동산 정책이었다. 특히 교육과 경제는, 아줌마가 엄마가 되면서 오랫동안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는 분야다.    그런데 두 정당의 정책 방향성이나 방법론에서 아주 초짜의 모습을 보인 것이다. 그리고 그 사실을 주변에 뒤늦게 알렸다. 처음에는 놀랐지만, 그런 것을 그렇게 진행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반대하면 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아줌마는 또 놀랐다. 투표권을 갖는 우리 모두 정신 차리자. 정책의 방향을 수정하기는 매우 힘들다. 그러니 정책을 발표하기 전에, 공약을 내세울 때 재빨리 반대해야 한다. 그래야 의견을 수렴해서 초기에라도 수정이 가능하다. 그러니 이럴 때 선거권자들은 자신의 의견을 가장 많이 표출해야 한다. 피선거권자나 그들을 대신하여 선거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이런 정책은 잘못됐다. 이것은 이런 식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이야기해야 한다. 물론 주먹구구식 나열이나 신세한탄은 그들에게 아무런 인상도 남기지 않을 것이다. 실례를 들면서 설명을 하거나 데이터를 접목하면 더욱 좋다. 이번 대통령 선거를 바라보는 아줌마는 과거와 좀 다르다. 정당도, 사람도 아니다. 어느 놈이 일을 제대로 할 것인가? 그들이 내놓은 공약집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만들어진 것인가, 하지만 아줌마의 이런 꿈은 지금 당장 제대로 실현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아줌마가 아줌마식으로 이렇게 생각하고 나아가면 하나둘 변하기 시작하지 않을까 작은 희망을 가져본다. 얼마전 대선후보 토론을 보고 한 학생이 쓴 댓글이 가관이다. 말꼬투리 잡기, 중고생보다 못한 토론 수준이라며 학생이 개탄스럽게 댓글을 달았다. 아줌마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공약과 정책을 터는 아줌마와 같은 일반인들이 늘고, 후보자들의 토론을 보고 이렇게 말하는 학생들이 늘면 그들도 어쩔 수 없이 변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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