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문구, 작은 화분과 나무 오브제가 선반 위에 놓인다. 정돈된 듯 자연스럽고, 비워둔 듯 가득한 이 풍경은 전통 민화 ‘책가도’를 오늘의 감각으로 다시 그려낸 결과다.오는 24일, 25일 이틀간 교촌마을 내 복합문화공간 ‘이스트1779’에서 전시·마켓 ‘2025 책가도’가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열린다. 제페토프로젝트가 주관한 이번 행사에는 민화작가, 골목서점, 공예가, 식물 셀러 등 총 13팀이 참여해 각자의 방식으로 책가도를 해석한 오브제를 선보인다.책가도는 조선 후기 책장 위에 책, 문방사우, 도자기, 골동품 등을 배치해 교양과 삶의 태도를 담아낸 회화 장르다. 이번 프로젝트는 그 구도를 빌려 책과 사물 등 현대의 오브제와 마음을 얹는 것이다.실내에는 민화작가 배정옥의 작품 다섯 점이 전시된다. 책가도 병풍을 비롯해 태평성시도, 산수화 등 전통 회화의 결을 조용히 보여주는 작업들이다. 야외에는 고가구와 오래된 소품들로 구성한 ‘옛 책가도’, 그리고 목재 책장 구조물로 구현한 ‘2025 책가도’가 나란히 설치된다. 선반에는 문구류, 향 제품, 목공예, 패브릭, 독립출판물 등이 놓이고, 일부 오브제는 현장에서 구매할 수도 있다.제페토프로젝트는 경주 골목과 로컬 문화를 중심으로 문화예술 기획을 이어가는 골목기획사다. 지역 작가와 공예가, 소상공인들이 함께 준비하는 전시와 마켓을 통해 새로운 협업 모델을 만들고 있다.이 프로젝트를 이끈 이상길 대표는 “매년 관광객은 늘어나지만 그에 걸맞은 콘텐츠와 서비스 품질이 함께 성장하고 있는지는 늘 고민이었다. 지역 문화예술인과 소상공인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전시와 마켓 ‘유의미 프로젝트’를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기획했다”며 “주제와 테마를 구체화하고 공간과 조화를 고려해 하나의 구조물을 짓듯 체계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무엇보다 함께 준비하는 과정 자체에 의미를 두는 것이 유의미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참여자들은 전시를 준비하며 서로의 작업을 들여다보고, 감각을 나누고, 기획이라는 구조 안에서 각자의 위치를 찾는 것.이상길 대표는 “지역문화는 저절로 자라지 않는다. 누군가가 조금 느리더라도 함께 손잡고 준비하고 쌓아가야 생태계가 된다. ‘2025 책가도’는 그런 마음으로 시작한 자리다. 작은 골목에서 출발한 이 실험이 지역민들의 따뜻한 관심이 더해져 지역 안에서도 깊고 세련된 문화예술 경험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로 남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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