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랄지아(Australgia)라는 표현은 과거의 고향이나 국가에 대한 깊은 그리움을 뜻한다. 그리운 옛날을 떠올리며, 문화와 역사, 전통에 대한 향수이자, 통독 이후의 동독 사람들이 사회주의 사회를 그리워하는 감정과도 맞닿아 있다.   오스트랄지아! 그 이름은 전설처럼 들린다. 과거라는 저편에서 흘러온, 따스하면서도 쓸쓸한 그리움. 그러나 그 전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 그늘 속에서 우리는 여전히 숨 쉬며, 때때로 쓰린 가슴을 움켜쥐며 살아가고 있다. 한때, 군화의 발자국이 거리를 지배하고 민주는 숨죽였고, 언론은 통제되었으며, 진실은 목줄에 채워진 개처럼 조용히 길들여졌다.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있다. 동독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처럼, 과거의 통합 언론을 그리워하고, 흑백의 이념 교육을 당연한 듯 회상하며, 다양성을 불안해하는 기성세대. 그들은 말한다. “하나가 되어야 나라가 산다” 그러나 21세기는 달라야 한다. 다양성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다. 그 다양성 속에서 선택할 수 있는 능력, 그것이 바로 미래를 여는 열쇠다. 지금 대한민국은 88올림픽, 월드컵, 코로나라는 전대미문의 시련을 넘어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이제는 정치마저 민주적 성숙으로 나아가야 할 때, 마지막 숙제를 풀어야 할 때다. 그러나 오늘, 신라 천년의 고도 경주, 그 한복판에서 또다시 악몽이 걸어온다. 천연기념물 제540호,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경주개 동경이. 그 이름은 단순한 견종이 아니다. 그는 신라의 유전자요, 이 땅에 각인된 시간의 흔적이며, 2000년을 살아온 생명의 목격자다. 하지만 지금, 그 동경이를 지켜야 할 이들은 고착화된 벽 안에서 책임을 외면한 채 안일과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공무원의 안일함은 종종 행정의 비극으로 이어지고, 담당자의 판단 미흡과 침묵은 문화재 보호와 생명 존중의 가치를 무디게 만들고 만다. 경주시의 동경이 행정에 대해 감사원이 착수한 감사가 과거의 관성 속에서 흐지부지 넘어가서는 안 된다. 경주개 동경이 보존사업과 관련해 제기된 의혹들 ‘특정 민간단체에 대한 권한의 과도한 개입, 감정에 기댄 중징계, 무허가 사육장의 방치, 예산의 부적절한 집행, 그리고 진실을 말한 이들에 대한 불이익까지’ 이 모든 사안은 단순한 행정 실수로만 치부하기 어려운, 구조적이고 반복적인 문제들이다. 이는 오랜 세월 이어져 온 구태와 권위주의적 문화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시민의 제보와 외부 감시의 목소리가 무뎌지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끝까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아야 한다. 책임 있는 자가 책임을 지는 행정, 실질적 오류에 대해 진정한 반성과 개선이 이뤄지는 구조가 마련되어야 한다. 진정한 책임자들이 외면한 채 자리에서 안주하고, 오히려 소신을 지킨 이들이 불이익을 받는 사회는 정의롭지 않다.   동경이는 단지 한 품종의 개가 아니다. 그는 우리의 역사, 문화, 그리고 미래 세대에 전할 자산이다. 문화유산 행정의 책임은 지금 이 순간에도 묻고 있다. 우리는 응답해야 한다.   이제 이 시대의 우리 모두에게 다시 묻는다. 천연기념물 경주개 동경이는 누구의 유산인가? 천연기념물 동경이는 전시물이 아니라, 살아 있는 유산이며 미래를 잇는 다리다. 그 다리를 외면하는 순간, 우리는 문화 국가의 자격을 잃는다. 동경이를 지키는 일은 단지 개를 위한 일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역사를 어떻게 기억할 것인지, 행정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다. 천 년을 이어온 동경이는, 팔아 수익을 창출해야 할 경제성 동물이 아니라 시대를 이어가야 할 우리 세대들의 정체성이어야 한다.   그러니 이제라도 사랑함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질책은 이어져야 하고, 공무 행정의 안일함은 깨져야 한다. 진정한 문화 책임 행정, 그 출발이 지금 여기서 시작되어야 한다. 신라 이후 최대의 국제행사 APEC. AI 부흥의 시대. 실크로드의 출발지 경주. 그 한복판에서 다시 시작하자. 살아 있는 유산, 경주개 동경이. 그와 함께 세계적 과거 위에, 세계적 미래를 세우자. 모든 어리석음은 이제 끝나야 한다. 우리는 깨어 있어야 한다.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