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내 아파트 단지나 관광지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는 반려동물용 유모차, 일명 ‘개모차’가 유모차보다 많이 보이기도 한다. 반려동물 양육 가구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경주뿐만 아닌 전국적인 현상이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23년 동물복지 국민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20~64세 국민 5000명 중 28.2%가 반려동물을 양육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전의 증가추세를 감안하면 올해는 30%에 육박했거나 그 이상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렇게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정부는 2023년 울산과 충남 태안을 첫 반려동물 친화관광도시로 선정했고, 지난해에는 경기 포천과 전남 순천, 올해에는 경북 경주와 전북 익산이 각각 선정됐다. 반려동물을 동반한 여행 시 현실적으로 미흡한 부분이 많다는 조사에 따른 결과로 반려동물 관광도시로 선정된 도시들은 4년간 국비 10억원을 지원받아 인프라 구축, 반려동물 관련 산업 기반 등을 마련하게 된다. 경주시는 올해 반려동물 친화관광도시로 선정돼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APEC 정상회의를 발판으로 국제적인 반려동물 관광도시로 발돋움하고자 하는 것. 경주신문에서는 경주시가 새로운 관광 콘텐츠로 선택한 반려동물 관광에 대해 알아보고, 일회성이 아닌 장기적으로 반려동물 관광도시가 되기 위한 방안들에 대해 보도한다.   정부, 왜 반려동물 친화관광도시 추진할까? 한국관광공사의 한국관광 데이터랩 ‘2024년 반려동물 동반여행 현황 및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들의 반려동물 동반여행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반려인 중 반려동물과 함께 당일여행을 다녀온 사람은 70.1%, 숙박여행 경험자는 60.4%로 2022년 대비 모든 지표가 상승했다. 당일 여행 시 평균 지출은 12만7000원, 숙박여행은 30만원을 넘어 일반 관광객 평균보다 각각 1.9배, 3.3배 높은 수준이다. 이는 반려동물 동반여행 시장이 가지는 경제적 파급력을 보여주는 수치다. 정부도 이러한 흐름을 반영해 반려동물 관광을 국정과제와 정책계획에 포함했지만 현실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분석이다. 반려동물 동반 숙박시설 부족(46.4%), 음식점 및 카페 부족(44.8%), 관광지 부족(35.7%)이 주요 제약요인으로 나타났다. 반려동물 동반이 가능한 시설 수는 늘고 있지만, 품질과 수용태세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이에 인프라 구축뿐 아니라 민간협력과 인식개선까지 포괄하는 친화도시 조성을 통해 관광산업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려 하고 있다. 또한 반려동물 관광을 통한 창업 기회, 펫서비스 산업 육성, 일자리 창출 등도 기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인구소멸 위기에 직면한 지방의 경제를 살리고, 머무르는 관광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반려동물 친화관광도시 경주,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경주시는 2025년 반려동물 친화관광도시로 선정되며 발 빠르게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APEC이라는 세계적 행사를 바탕으로 국제 반려동물 관광도시로 도약하기 위해서다. 경주시는 2028년까지 4년간 국비 10억원을 포함한 총 20억원을 확보해 다양한 반려동물 관광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올해는 반려동물 친화관광도시를 위한 10개의 주요 과업을 두고 진행 중에 있다. 세부적인 추진사업은 △반려동물 동반여행 프로그램 개발 △반려동물 동반여행 활성화 지원 △전문가 자문위원회 개최 △반려동물 문화교육 △반려동물 친화관광도시 정책 △반려동물 친화 관광지 환경조성 △반려동물 동반여행 플랫폼 펫피아 조성 △권역별 웰컴센터 운영 △반려동물 동반여행 정보 플랫폼 구축 △반려동물 동반여행 글로벌 펫케팅 추진 등이다. 경주시는 경북문화관광공사와 함께 반려동물 축제 개최 및 상설 프로그램 개발을 진행함과 동시에 기존의 엑스포공원과 보문호수를 활용한 반려동물 친화 관광지 환경을 조성할 예정이다. 또한 반려동물 동반여행 시 가장 불편하다고 지적된 숙박업, 음식점 등에 대한 활성화 지원도 마련해 경주를 방문한 반려동물 동반 관광객들의 불편을 최소화 함으로써 경주로 오게끔 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반려동물 문화교육을 경주시민과 관광객 대상으로 진행해 비반려인과 반려인의 갈등을 줄이기 위한 방안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경주시는 반려동물 친화관광도시로 선정됨에 따라 반려동물 관련 일자리 창출과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반려동물 친화관광도시 경주, 향후 과제는? 경주가 반려동물 친화관광도시로 선정되며 지역의 반려인들과 비반려인들도 긍정적인 입장을 표하고 있다. 다만 온도차는 있다. 또한 숙박, 위생 등 경주시의 관련 부서 간에 유기적인 논의도 필요해 보인다. 반려인 입장에서는 반려동물 관련 인프라가 확충되면 관광객뿐만 아니라 시민들도 반려동물과 함께 지역 내에서 시간을 보내고 식사를 편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려동물 단체 관계자는 “경주에서 반려동물 동반 식당을 찾기 어려웠는데 친화관광도시로 선정되고 나서 반려동물 동반 식당이나 카페가 늘어나게 된다면 선택의 폭이 넓어지기에 환영하는 입장”이라며 “경주시에서는 반려인의 입장을 꼼꼼하게 챙기고 계획을 실행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비반려인도 경주에 새로운 관광 콘텐츠가 생긴다는 것에는 긍정적이지만 반려동물 관리 또한 병행돼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민 A씨는 “경주에서 차별적인 관광 콘텐츠를 제공할 경우 관광객 유치에 유리할 것이고 경기 활성화가 이뤄질 것”이라면서도 “식당에 반려견이 함께 동반 입장할 경우 위생적인 부분 등에 대해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경주시의 확실한 규제와 감시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특히 경주시의 관광 담당 부서와 반려동물 담당 부서, 위생관련 담당 부서가 각기 다르기에 반려동물 친화관광도시 실현을 위해서는 각 부서들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단 지적도 제기됐다. 시민 B씨는 “반려동물 친화관광도시는 경주의 반려동물 관련 모든 제반 사항이 포함되는 포괄적인 사업”이라며 “업무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시의 관련 부서 모두가 꼼꼼히 점검하고 서로 협조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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