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는 신라 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대한민국 대표 역사문화도시이자 관광도시다. 불국사와 석굴암, 첨성대, 황룡사 터, 대릉원과 같은 세계문화유산이 도심 곳곳에 흩어져 있어, 도시 전체가 하나의 살아 있는 박물관이라 불릴 만큼 유산의 밀집도가 높다. 이처럼 찬란한 유산을 품은 경주는 국내외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지만, 여전히 당일치기 관광에 머무는 경우가 많고, 관광객이 특정 유적지에만 집중되는 경향이 뚜렷하다. 그 결과 지역 내 관광 수익의 편중, 지역경제와 낮은 연계성, 체류형 관광의 부재 등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는 경주 관광의 방향 전환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글로벌 관광 트렌드는 단순히 유적을 ‘관람’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체험’하고 ‘참여’하며, ‘공감’하는 방향으로 이동한 지 오래다. 여행자는 이제 더 이상 수동적 관람자가 아니라, 능동적 경험자가 되고자 한다. 따라서 경주도 유산 중심의 전통적인 관광 모델에서 머무르고, 느끼고, 지역의 삶과 연결되는 ‘생활형 체험 관광’으로의 전환과 확대가 시급하다. 첫 번째는 스마트관광 기반의 구축이다.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관광은 특히 MZ세대를 포함한 디지털 세대의 흥미를 유도하는 핵심 수단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AR과 VR을 활용해 신라시대의 궁궐이나 거리 풍경을 재현하고, 방문객들이 당시 복식이나 문화를 가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하여 역사에 대한 몰입도를 더 높여야 한다. 또한 관광 빅데이터를 활용해 개인 맞춤형 여행 코스를 추천하거나, 스마트폰 기반의 다국어 오디오 가이드를 제공하는 등 사용자 중심의 콘텐츠 제공해야 한다. 이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 측면에서도 큰 장점이다. 두 번째는 야간관광의 활성화이다. 경주는 낮 동안의 관람 요소는 풍부하지만, 밤이 되면 대부분의 유적지가 문을 닫고 도심은 조용해진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월정교, 동궁과 월지, 첨성대 일대 등 주요 야경 명소를 중심으로 미디어아트 전시, 라이브 공연, 드론쇼 등의 야간 콘텐츠를 기획해야 한다. 고즈넉한 유적지와 현대 기술이 어우러지는 야간 프로그램은 관광객의 체류 시간을 자연스럽게 연장시키고, ‘경주에서의 밤’을 하나의 브랜드로 구축할 수 있다. 나아가 지역 상권과 숙박업계에도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불러올 것이다. 세 번째는 지역 주민이 주도하는 마을관광 확대이다. 관광이 일방적인 소비가 아닌, 지역과의 상호작용이 될 때 진정한 지속 가능성이 생긴다. 지역민이 직접 운영하는 골목 투어, 신라 전통음식 만들기 체험, 수공예 공방 연계 프로그램 등은 관광객에게 단순한 볼거리 이상의 진정성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특히 마을 단위의 특색 있는 콘텐츠는 대규모 관광지에서 느끼기 어려운 친밀감과 따뜻한 환대를 통해 감동을 남긴다. 더불어 주민의 경제적 참여를 확대함으로써 지역사회 전체의 관광 수용력을 높일 수 있다. 관광은 단순한 경제활동을 넘어, 도시의 과거를 기억하고, 현재를 경험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종합적 전략이다. 경주는 과거를 보존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천년의 유산을 오늘의 감각으로 재해석하고, 현대적 언어로 풀어내며, 새로운 문화 콘텐츠로 확장해 나가야 할 책임이 있다. 이를 위해 예술, 기술, 지역사회가 함께 협력하는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게다가 경주가 한국 관광에 가지는 위상에 걸맞게 광역도 정부는 물론이고 정부차원의 관심과 배려 역시 대한민국의 어느 도시보다는 달라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처사이다. 경주가 ‘기억의 도시’에서 ‘경험의 도시’로, 단순한 ‘유산의 목적지’에서 ‘미래 관광의 플랫폼’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역사성과 현대성을 아우르는 창의적인 관광 전략이 필수적이다.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도시, 천년을 넘어 새로운 천년을 준비하는 경주. 우리는 지금, 경주 관광의 언어를 새롭게 써 내려가야 할 때이다. 그 언어는 유산을 감상하는 시선을 넘어, 그 속에 들어가 함께 살아보는 감각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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