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新문화공간을 찾아서’ 특별기획 연재를 시작합니다. 경주의 숨겨진 문화공간들을 10회에 걸쳐 소개하며, 시민들의 문화 향유 기회를 넓히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저는 이런 곳이 있는지 전혀 몰랐어요!” 우연히 박물관을 거닐다 이곳을 발견한 한 시민의 놀란 목소리다. 2019년 문을 열었지만 여전히 많은 경주 시민들에게 낯선 국립경주박물관 영남권수장고, 신라천년보고. 이곳은 50만여점의 문화유산이 잠들어 있는 진정한 ‘보물창고’다. 6만여㎡의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지어진 이 공간은 263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된 최첨단 보관시설이다. 특히 수장 면적만 6000㎡에 달해 경주와 영남 일대에서 발굴된 문화재들의 안식처가 되고 있다. 영남 문화유산의 안전한 보관소 “더 이상 보관할 곳이 없어요” 그동안 경주 일대 발굴현장에서는 이런 한숨이 자주 들렸다. 발굴된 문화유산이 넘쳐나면서 박물관은 물론 발굴기관과 국가유산청 등이 심각한 공간 부족에 시달려 왔기 때문이다. 신라천년보고는 이런 절박함 속에서 탄생했다. 2016년 경주를 뒤흔든 지진은 문화유산 보관 기준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영남권수장고는 설계 단계부터 규모 6.8의 강진도 버틸 수 있는 내진 시스템을 적용했다. 취재 중 둘러본 내부는 그야말로 첨단 과학의 결정체였다. 전도 방지 장치, 레일 탈선 방지 장치, 격납품 낙하 방지 장치 등 문화재를 지키기 위한 다양한 안전장치들이 빼곡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이동식 수장대. 기존보다 1.5배 이상의 유물을 보관할 수 있어 공간 활용도를 극대화했다.   열린 수장고, 시민과 만나는 문화유산 신라천년보고의 가장 큰 매력은 ‘열린 수장고’라는 새로운 개념이다. 대부분의 수장고가 보안과 보존을 이유로 사람들의 접근을 막지만, 이곳은 달랐다. 문화유산이 보관되고, 연구되고, 치료받는 과정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설계됐다. “마치 수장고 안에 들어온 것 같아요” 전시 수장고를 방문한 관람객들의 반응이다. 이곳에서는 신라토기와 다양한 유적에서 출토된 보물들이 정성스레 보관된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QR코드를 스캔하면 각 유물에 대한 자세한 정보도 얻을 수 있어 지식이 더해진 감동을 선사한다. 작은 전시실에서는 문화재가 박물관의 소장품이 되는 과정, 훼손된 유물이 첨단 과학의 손길로 되살아나는 과정, 다양한 문화재의 재료들을 만날 수 있다. 발굴부터 보존, 복원까지 문화유산의 일생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 역사의 소중함이 가슴에 스며든다. 소장품 등록실, 열람실, 문화유산이 새 환경에 적응하도록 돕는 순응실, 해충을 제거하는 훈증실, 아카이브실 등 전문 시설도 갖추고 있어 연구자들에게도 귀중한 공간이 되고 있다.   천년 왕도의 풍경을 한눈에 신라천년보고는 ‘옥골교’라는 다리를 통해 국립경주박물관의 신라역사관, 신라미술관, 월지관과 연결돼 있어 관람 동선도 편리하다. 이곳에 서면 남쪽으로 경주 남산, 동쪽으로 사천왕사가 있는 낭산, 서쪽으로 무열왕릉이 있는 선도산, 북쪽으로 반월성까지 천년 고도 경주의 아름다운 경관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신라천년보고는 국립경주박물관과 동일하게 정기휴관일(1월 1일, 설날, 추석)을 제외하고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누구나 무료로 둘러볼 수 있다. 토요일과 공휴일에는 한 시간 더 여유롭게 관람할 수 있고, 매달 마지막 수요일과 3월부터 12월까지 매주 토요일에는 밤 9시까지 야간 개장도 한다. 소장품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은 연구자들(공공·교육기관 종사자, 석사 이상 연구자 등)은 열람 신청서를 이메일로 보내면 열람 및 복제, 사진자료를 제공받을 수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우연히 방문했다는 한 시민의 말처럼, 국립경주박물관 영남권수장고인 신란천년보고는 이제 더 이상 숨겨진 공간이 아닌 경주의 역사와 문화를 새롭게 경험할 수 있는 열린 보물창고로 경주시민과 관광객, 연구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