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 안강읍에는 이름처럼 ‘촘촘한 복지’를 실천하는 이웃들이 있다. 안강읍지역사회보장협의체, 일명 ‘촘촘복지단’이다.
2016년, 경주지역 23개 읍·면·동 중 가장 먼저 출범한 이 단체는 어느덧 9년째 지역 곳곳을 누비며 복지 사각지대를 메우고 있다.
이들의 활동 철학은 분명하다. ‘복지 위기로부터 안전하고 건강한 안강읍’. 이는 안강이라는 지역 이름에도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 ‘안’전과 ‘강’건함을 강조해, 지역과 철학이 하나로 어우러진 셈이다.
촘촘복지단은 단체의 이름처럼 ‘다양성’과 ‘연결성’으로 구성돼 있다. 공공위원장 황훈, 민간위원장 장용득을 중심으로, 총 19명의 위원이 함께하고 있으며, 이들은 각기 다른 삶의 현장에서 온 사람들이다.
누군가는 식당을 운영하고, 누군가는 인테리어 시공을 하며, 또 어떤 이는 한의사로 지역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
이런 다양한 배경은 촘촘복지단의 가장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각자의 전문성과 기술, 경험을 살려 복지 현장에서 재능기부형 실천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주거환경 개선 사업에서는 인테리어 관련 위원이 직접 참여해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반찬 지원 사업에서는 음식 관련 위원이 조리에 참여해 정성과 품질을 동시에 잡은 복지서비스가 이뤄진다. 그렇기에 이들은 누구보다 현장을 알고, 이웃의 삶을 이해하며, 행정이 미처 닿지 못하는 틈까지 보듬는 역할을 하고 있다.
단순한 봉사를 넘어 마을 전체를 돌보는 ‘살핌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들이 펼치는 주요 사업도 다양하다.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수리수리 마수리’, 밑반찬을 전달하는 ‘사랑가득찬(餐)’, 다자녀가정에 영양 키트를 제공하는 ‘행복플러스 키트’, 정보 소외 어르신을 위한 ‘우리고장소식 전하기’ 등 그 활동은 일상 깊숙한 곳까지 닿아 있다.
2025년에는 △복지사각지대 발굴 △맞춤형 복지 실현 △지역 자원 연계 △공동체 나눔 문화 확산 등을 주요 활동 방향으로 정했다.
특히 노인 인구가 8000세대, 그중 독거노인 3000세대, 기초생활수급가구가 1700세대에 이르는 지역 상황을 반영, 어르신들과의 소통을 위한 소식지 사업에 가장 많은 역량을 쏟고 있다.
무엇보다 촘촘복지단의 진정성은 현장의 이야기에서 빛난다.
장용득 민간위원장은 “가족 없이 사는 장애인 부부가 있었습니다. 반찬값을 벌기 위해 파지를 줍고 있었죠. 소통도 어려워 복지제도도 전혀 몰랐습니다”며 “우리가 이들을 방문해 반찬을 전하고, 행정복지센터와 연계해 도움을 드렸죠. 그분들이 경주페이 기부 플랫폼 ‘HAPPY 동행’의 첫 번째 수혜자가 됐을 때, 정말 뿌듯했습니다. 이런 일이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 아닐까요?”라고 말했다. 김수희 공공부위원장은 2024년 겨울의 긴박했던 순간을 떠올린다.
“한파 경보가 내려진 날이었습니다. 93세 어르신이 걱정되어 맞춤형복지팀 직원이 급하게 가정을 방문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어르신이 정신을 잃은 채 쓰러져 있었고, 119를 불러 병원으로 이송했고, 다행히 생명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며 “그날 느꼈습니다. 이 복지가 생명을 살릴 수도 있다는 걸요”라고 말했다.
이처럼 촘촘복지단은 도움을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마을을 만드는 사람들로서 오늘도 안강읍의 구석구석을 누비고 있다. 이는 단순한 계획이 아니라, 지금까지 촘촘복지단이 실천해온 가치와 방향을 확장하는 약속이다.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마을, 위기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마을, 그리고 이웃의 이름을 부를 수 있는 따뜻한 안강읍을 만들기 위해 촘촘복지단은 활동을 이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