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7일 ‘에너지 3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전력망특별법),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고준위특별법), 해상풍력 보급 촉진 및 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해상풍력특별법)’이다.
‘에너지 3법’ 제정은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미래첨단산업의 대규모 전력수요 대응, 국가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무탄소전원 확대, 국가 에너지 안보 강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정부(산업통상자원부)는 밝혔다.
특히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은 1978년 우리나라 첫 원전 고리 1호기가 상업 가동된 이후 47년 만에 사용후핵연료(고준위핵폐기물)처리에 대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는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
1986년부터 고준위핵폐기물 처분장 부지확보를 위해서 영덕, 안면도, 굴업도, 부안 등 9차례나 논의가 있었지만 사회적 갈등과 지역주민들의 극심한 반발로 무산되었다. 그 후 박근혜정부의 공론화위원회, 문재인정부의 재검토위원회를 거치면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 계획이 수립되고 법안을 만들려고 수많은 토론회, 설명회, 간담회 등을 통해 원전소재지역 주민, 이해관계자, 전문가들과 많은 의견을 나누고 관리정책에 대한 큰 방향성을 잡았는데도 큰 진전이 없었다. 특히 여야의 정치적 진영논리(친원전, 탈원전 논쟁)와 원전을 이념 논쟁으로 몰고 가는 바람에 40년 이상 원전 내 임시저장 시설에 계속 보관해야 할 판이었다.
국내 원전 26기에서 이미 발생한 1만9000여톤(습식, 건식 임시저장시설에 보관)의 고준위 핵폐기물을 포함, 앞으로 총 32기에서 나온 4만4692톤을 처리해야 한다. 그리고 각 원전마다 사용후핵연료의 포화상태(2030년 한빛, 2031년 한울, 2032년 고리)가 임박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원전부지 내 임시(건식)저장시설에 계속 저장하는 것은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영구저장 시설을 의미한다. 그런데 22대 국회가 2016년부터 특별법 제정을 추진한 지 9년 만에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고준위특별법)’을 여야가 합의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정말 환영할 만한 일이다. 법안 내용과 앞으로의 절차를 살펴보면 국무총리 소속 고준위 방폐물 관리 위원회 설치, 고준위 방폐장 부지선정 절차 마련, 고준위 방폐장 유치지역 지원방안, 원전부지 내 저장시설 설치(임시 건식저장시설) 시 주변지역 의견수렴 및 지원방안 등을 포함하고 있다. 특별법의 핵심은 고준위 방폐물 중간저장시설은 2050년 이전, 영구처분시설은 2060년 이전에 운영한다는 확실한 목표를 규정하고 있어 정부는 법 시행에 맞춰 부지선정 절차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은 엄청난 높은 열과 강한 방사선이 나오는 관계로 국민적 안전과 수용성이 정말로 중요하다. 특별히 부지선정 절차는 정말로 투명하게 과학적으로 안전하게 진행해야 한다. 적합지역 후보지를 선정하고, 기본조사, 지표 및 심부 지질구조 정밀조사를 거쳐 최종 부지를 선정한다고 해도 13년 이상 소요되는 만큼 국민의 안전과 환경을 생각해서 철저하게, 세심하게, 과학적 검증을 거쳐 국민적 공감대 가운데 최종 부지가 선정되어야 할 것이다. 지역 경제 활성화란 명분으로, 돈으로 수용성(부지선정)을 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고준위방폐물 특별법안의 일부 조항을 두고 독소조항을 폐지해야 한다고 ‘한국원자력학회’가 성명서를 발표했다. 특별법 제36조 6항 ‘부지내저장시설의 저장용량은 해당 원자력발전소 내 건설 또는 운영 중인 발전용원자로의 설계수명 기간 동안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는 양을 초과하여서는 아니 된다’것 때문에 경주에 있는 월성 2~4호기의 계속운전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이다.
경주시 양남면에 있는 중수로형 캔두 원자력발전소인 월성원자력발전소 2~4호기의 30년의 설계수명(1호기는 영구정지)이 월성 2호기는 2026년 11월 1일, 월성 3호기는 2027년 12월 29일, 월성 4호기는 2029년 2월 7일에 종료된다. 그래서 지금 월성원전에서는 월성 2, 3, 4호기 계속운전을 위한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초안 공람을 끝내고 주민공청회 절차와 경제성 평가가 진행 중에 있으며, 원자력안전위원회에 계속운전에 관한 심사 및 승인 절차 밟고 있다.
원자력 업계 일각에서는 사용후핵연료 저장 시설의 용량을 두고 ‘설계 수명 중 발생 예측량’을 기준으로 삼은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있는데 임시건식저장(맥스터)시설의 용량이 차면 계속운전을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그래서 월성 2~4호기의 수명연장(계속운전)은 지난 2월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의하면 할 수가 없게 된다.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10년간 계속운전을 허가를 받아도 월성원전은 2037년경에 임시건식저장시설이 완전 포화상태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월성원전 2~4호기의 수명연장(계속운전)은 안전성과 경제성, 주민 수용성에 대한 경주시민의 충분한 논의와 공론의 과정을 거친 후에 결정을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