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습니다.
신년 계획은 잘 진행되고 있나요?
작심삼일이 지났으니 벌써 신년 계획은 망해서 다른 계획을 또 세웠나요? 다른 계획이라도 세웠다면 그나마 다행입니다. 그냥 망했다고, 포기하셨나요? 제가 그랬습니다.
아줌마도 이십 대부터 신년 계획을 거창하게 세웠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단 한 번도 연말까지 성공한 적이 없습니다. 신년 계획하면 매년 빠지지 않고 있는 레파토리들이 있죠.
다이어트. 다이어트를 해야 하니 식이요법, 말이 식이요법이지 그냥 굶거나 적게 먹는 거였죠. 어디 그게 참을 수가 있나요? 식이조절과 함께 운동. 그게 어디 꾸준히 하기 쉽나요? 밤을 세우며 대학 동기들과 제주 탑동 해변에서 술잔을 넘기는 일이 많았으니 더군다나 힘들었죠. 영어 공부.
아줌마는 수학을 좋아했지만 외국어는 젬병인 학생이었습니다. 그런데 대학을 가니 원서를 보는 과목이 생기고 영어가 여전히 학과 과정에 있더군요. 그래서 매년 영어 공부를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결과는 당연히 실패. 성문법 영어책이 앞부분만 까맣고, 맨투맨 영어 역시 앞부분만 까만 상태에서 뒷부분은 새 책으로 끝까지 본 영어 책이 없었습니다.
그러니 다이어트와 식이요법, 운동, 영어공부는 매년 신년계획에 들어가지만 언제나 실패했던, 아줌마의 단골 신년 계획 실패 레파토리였습니다.
삼십 년이 흘렀습니다.
이십 대의 혈기왕성한 아가씨는 아이 셋을 둔 아줌마가 되었고, 실패 레파토리만 많았던 아줌마는 매년 성공하는 신년 계획이 재미가 없어서 좀 더 난이도가 있는 장기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비결이 무엇일까요?
나이가 많으면 자연스레 다 되는 걸까요?
그렇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아줌마의 팁을 공개합니다.
신년 계획을 열 번쯤 실패했을 때 아줌마의 자존감은 바닥이었습니다. 나이는 서른이 넘었는데, 뭐 하나 이룬 것도 없고, 불안감만 가슴 속에 가득했습니다. 겉으로는 멀쩡한 척, 빈틈을 보이고 싶지 않아 아주 센 척을 하면서 이십 대를 보냈다면 삼십 대는 그렇게 시간만 흘려보낸 기분이 들었습니다. 뭔가 돌파구가 필요했습니다. 이렇게 또 십 년이 지나면 마흔이 되고 쉰이 될 거라 생각하니 무서웠습니다.
‘신년 계획을 왜 세우는가?’부터 고민을 했습니다.
과거와는 다른, 발전하는 내가 되고 싶은 마음이라 생각했습니다. 단골 실패 레파토리인 다이어트와 영어 공부의 진짜 의미는 무엇인지 고민했습니다. 몇 킬로를 빼는 것이 중요한가, 건강을 챙기는 것이 중요한가. 영어는 학교 시험도 보지 않는데, 왜 하려고 하는 건지, 목적이 무엇인지 생각했습니다. 그랬더니 새로운 신년 계획이 생겼습니다.
목적에 맞는 신년 계획을 세우자.
지금의 나에서 10퍼센트만 발전하자.
몇 킬로 감량이라는 다이어트와 굶기 다이어트에서 나한테 맞는 운동을 찾아보고 조금만 적게 먹는 다이어트로 바뀌었고, 영어 문법책이나 영어 학원을 다니는 목표에서 외국인과 대화가 목적이라면 지금의 내 수준을 체크하고,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헬스클럽 등록이 신년 계획인 경우도 있었습니다. 결국 10월에 등록하고 몇 년을 다녔던 적도 있습니다. 단순히 영어 인터넷 강의 완강이 목표였던 적도 있구요. 영어책 한 권도 완독한 적이 없는지라 수업을 완강만 하자, 했지요.
이제는 신년 계획을 잡는 것이 즐겁습니다. 매년 연말이면 연초에 계획한 신년 계획이 초과 달성되었음에 신이 납니다. 그리고 이런 작은 성공들은 좀 더 큰 목표를 세울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신년 계획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계획하십시오.
주 1회 운동, 주 1회 신문보기만 해도 됩니다.
이게 무슨 발전이냐구요?
일 년을 꾸준히 했다면 발전입니다. 꾸준함이 생겼으니까요.
한 해를 꾸준히 했다면 다음 해에는 좀 더 늘릴 수 있습니다.
목표를 높게 잡아서 실패를 하는 것보다 목표를 낮게 잡는 것도 방법입니다.
올해 신년 계획은 잘 진행되고 있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