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탄핵정국으로 이어지면서 내년 경주에서 열릴 2025 APEC 정상회의 준비에도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계엄사태 후폭풍이 다른 모든 이슈를 삼키고 있어 추진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지난 7일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졌으나 투표 불성립으로 자동 폐기됐다. 그러나 야당은 투표에 불참한 국민의힘을 강력하게 비판하면서 임시회 회기를 일주일 단위로 끊어 탄핵안을 재발의하고 표결을 이어가기로 했다. 무엇보다 이번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 국무위원 전원이 지난 4일 일괄 사의를 표명한 상태여서 정부 부처의 결정이나 실행이 늦어지는 등 추진 동력을 상실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처럼 탄핵정국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국가적 대사인 2025 경주 APEC 정상회의 준비에도 비상이 걸린 것이다. 지난달 28일 ‘2025 경주 APEC 정상회의 지원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외교부 등 관련 부처 수장들이 교체될 경우 회의 준비와 진행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또 외교부 소속 ‘APEC 정상회의 준비위원회’를 국무총리 소속으로 개편해 위원장을 외교부 장관에서 국무총리로, 정부위원은 관계기관 부기관장에서 기관장으로 격상했다. 하지만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지난 10일 계엄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총리 등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소환 통보하는 등 수사대상에 올랐다. 특히 APEC 정상회의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국가 간 외교에도 벌써부터 차질을 빚고 있다. 한국을 ‘임시체제’로 인식한 국가들이 주요 협의나 회담을 미룰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계엄사태 직후 스웨덴 총리가 방한을 연기했고, 미국과 카자흐스탄 국방장관도 방한을 보류하거나 취소했다. 특히 미국과 영국, 중국 등 일부 국가들은 한국여행에 주의를 권고하는 등 최근의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처럼 탄핵 사태 후폭풍으로 2025 APEC 정상회를 계기로 글로벌도시로 도약할 기회가 무산될까 우려하는 시민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경주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전 세계 선진국 정상들과 글로벌기업 CEO들이 참석하는 내년 경주 APEC 정상회의는 현재 불안한 정국이 조속히 안정되지 않는 한 성공적 개최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며 “하루속히 정국이 정상화돼 내년 APEC 정상회의는 예정대로 차질 없이 진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APEC 지원 특별법 제정에 이어 국회 증액 예산안 통과를 기대하며 정상회의 준비에 속도를 내던 경북도와 경주시도 난감한 처지다. 각국 정상 등이 머물 보문단지 내 숙박시설 리모델링과 기반 시설 구축을 위한 계획을 수립하는 등 손님맞이 준비를 하고 있지만 혼란한 국정 상황을 고려할 때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APEC 정상회의 개최 준비를 위한 기본 예산은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추가적인 사업에 대한 국회 증액 예산은 국정 혼란과 맞물려 통과되지 못했다. 경북도에 따르면 이날 국회 통과 예산은 정상회의장 리모델링 137억원, 미디어센터 건립 69억원, 전시장·만찬장 조성 150억원 등 행사 운영에 직·간접적으로 필요한 예산 1716억원을 확보했다. 하지만 추가로 요청한 국회 증액 예산 10개 사업, 2100억원은 확보하지 못해 내년 추경까지 기다려야 할 상황이다. 이에 대해 경북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한 주요 사업과 기반 시설 조성 등을 최종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체계가 없어 난감한 것이 사실”이라며 “그나마 APEC 정상회의를 위한 기본 예산은 확보한 상태여서 추진 가능한 사업부터 서둘러 실시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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