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지역 빈집정비사업’ 내년부터 본격 추진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인한 인구감소로 빈집이 전국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경주시가 내년부터 농어촌지역 빈집정비사업에 속도를 낸다.
지난 26일 시에 따르면 최근 ‘경주시 농어촌지역 빈집정비계획’을 결정·고시했다. 빈집정비계획은 지역 내 빈집 문제를 포괄적으로 진단하고, 빈집을 효율적으로 정비·활용하기 위한 전체적인 방향과 추진 전략을 담았다.
이에 따르면 시는 ‘빈집우선정비구역’으로 감포읍 3개리, 건천읍 화천리, 산내면과 안강읍 전체를 선정해 2028년까지 철거 및 정비해나갈 계획이다.
시는 지난 2022년부터 실시한 빈집실태조사를 토대로 훼손 상태 등에 따라 등급을 부여해 정비계획을 구체화했다.
먼저 이들 4개 지역에서 4등급인 23호를 철거 대상으로 결정하고 소유자와 협의할 계획이다. 특히 소유자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계획 기간 내 자진 철거할 경우 최대 20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3등급을 받은 47호는 안전펜스 설치 등 필요한 안전관리 조치와 함께 소유자의 요청이 있을 경우 철거할 방침이다.
1·2등급의 빈집은 자율정비를 유도하거나 건축물 기능을 재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재활용 방안으로는 생활기반시설 및 공동이용시설, 임대주택, 외국인노동자 숙소 등 공익적 목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시는 2028년까지 철거, 정비 공익목적 활용 등에 드는 사업비를 8억3900만원으로 추산했다. 이와 함께 국토교통부, 농림축산식품부, 도시재생사업, 농촌주택개량사업 등 정부 사업과 연계해 예산을 마련할 방침이다.
감포읍 3개리의 경우는 어촌뉴딜 300사업, 건천읍 화천리 신경주역세권개발사업, 안강읍은 관광, 개발 등 지역 특성에 맞는 복합사업과 연계 가능하다는 것. 또 산내면은 낙동강수계특별지원사업과 연계해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헌득 경주시 주택과장은 “그동안 방치돼온 빈집으로 인해 범죄 및 안전 등의 사회적 문제가 야기돼왔다”면서 “내년 빈집우선정비구역부터 정비를 시작해 각 지역에 맞는 잠재력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시켜 농어촌지역이 활력을 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빈집 정비 왜 필요한가?
빈집을 정비하지 않고 흉가처럼 오랜 시간 방치하게 되면 범죄·안전 등의 문제가 발생해 인근 주민들의 불안이 가중된다.
또 마을 내 방치된 폐가로 인해 생활 여건이 열악해져 주변의 주민들이 떠나가게 되며, 이는 빈집 확산과 지역 소멸 등의 문제가 지역 전체로 번질 우려가 크다.
특히 지역 내 방치된 빈집 중 대다수가 인구감소 지역에 있어 이를 가속화시키는 원인으로 손꼽히고 있다.
하지만 빈집은 소유주의 동의가 없으면 철거가 어려워 사업 추진에 한계가 있다. 빈집 소유주들은 복잡한 소유 관계나 개인사정 등에 의해 자발적인 정비가 곤란해 대부분 빈집을 방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급속한 빈집의 증가로 인한 폐해를 더이상 방치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에 경주시는 빈집 문제에 실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빈집 정비사업을 본격 추진하게 됐다.
경주 농어촌지역 빈집 현황은?
경주시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지역 내 빈집은 총 1298호. 단독주택이 1160호(89.4%)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단독 이외의 주택은 138호였다.
이중 농어촌지역인 12개 읍·면의 빈집 수는 915호로 집계됐다.
12개 읍·면 중에서는 건천읍이 137호로 가장 많았고, 이어 안강읍 131호, 외동읍 106호 순으로, 이들 3개 읍이 전체의 40.8%를 차지했다.
또 읍·면지역 빈집을 훼손 등 상태별로 전수조사한 결과 2등급이 500호(54.6%)로 가장 많았고, 3등급 159호(17.5%), 4등급 134호(14.6%) 순이었다. 비교적 상태가 양호한 1등급은 122호(13.3%)로 가장 적었다.
읍·면별로는 4등급은 외동읍이 22호로 가장 많았으며, 산내면 17호, 안강읍 15호 등의 순이었다. 3등급은 건천읍 33호, 산내면 24호, 안강읍 17호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빈집우선정비구역 선정은?
경주시는 빈집 전수조사 결과와 공공사업 연계 등을 고려해 빈집우선정비구역을 감포읍 3개리, 산내면 전체, 건천읍 화천리, 안강읍 전체로 선정했다.
3·4등급의 빈집 비율이 높은 지역일수록 전반적인 사회적 문제 야기, 경제 침체, 경관 훼손 정도가 높아 우선 정비대상에 포함했다. 또 공공사업과 지역 관광사업을 연계해 추진 가능한 지역을 우선 정비대상으로 결정했다는 것이 경주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외 지역이라도 문화유산 주변, 도심과 연계가 유리한 역(驛) 등 국가 및 경주시 정책에 따라 선별적으로 우선 정비대상에 포함할 수 있도록 여지를 뒀다.
황오동 마을호텔, 폐가정비사업 ‘호응’
경주에서 빈집을 활용해 ‘마을 호텔’로 변신시킨 사례는 전국에서 주목받고 있다. 황오동에서 빈집을 활용해 조성한 행복황촌 마을호텔 사업이다. 이는 경주시가 지난 2021년부터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했으며, 지역 주민들이 협동조합을 구성해 마을 부엌과 게스트하우스 등을 조성하고 있다.
지난 4월 4곳의 빈집이 마을호텔로 변신해 개업했고, 현재 20여곳에서 운영 중이거나 개업을 준비하고 있다. 인구감소로 빈집마저 증가해 침체일로를 걸었던 구 경주역 인근 마을이 마을호텔 등의 사업으로 활기를 찾고 있는 사례다.
또 경주시가 자체 사업으로 추진한 ‘폐가정비사업’도 호응을 얻고 있다.
이는 도시경관을 훼손하거나 위생상 유해 등으로 인근 주민들에게 피해가 발생하는 폐가를 철거·정비하는 사업이다.
정비 후 5년 동안 주민들이 공용주차장 등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해 빈집의 폐해를 없애고, 주거환경 개선 및 삶의 질을 높이는 등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경주시에 따르면 올해 석장동, 안강읍 안강리·양월리 등 3곳의 폐가를 소유주의 동의를 받아 철거하고, 공용주차장과 텃밭 등을 조성했다.
석장동 주민 A씨(67)는 “철거 전까지는 빈집에서 쓰레기와 악취, 여름에는 해충까지 나와 고통스러웠다. 또 야간에는 무서워 골목길을 우회해 집으로 가곤 했다”면서 “경주시에서 정비 후 주차공간까지 마련되니 고통이 사라졌고, 마을 경관도 좋아져 만족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