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페인팅 작가 강준영의 전시 ‘과정의 과정’이 솔거미술관 박대성 전시관 1~3관에서 열리고 있다.
강준영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고, 예술가로서의 태도뿐만 아니라 삶을 대하는 주체적인 자세에 대한 깊은 고민을 담아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약 60여점의 작품은 단순한 결과물에 집중하기보다는 그 속에 담긴 복합적인 과정을 이야기하며, 관객에게 존재의 의미를 되새기도록 한다. 프리드리히 니체의 명언처럼, 강 작가는 목표보다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
이번 전시는 고통과 실패, 그리고 끊임없는 성찰로 이루어진 진정한 가치를 발견하는 과정에 주목한다.
쏟아내고 표현하던 20대를 지나 40대 중반으로 접어든 작가 강준영은 비우고 털어내며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기, 각자의 신념과 잣대를 가지고 삶을 영위하는 우리에게, 무엇이든 거침없이 다가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전시는 두 가지 주요 요소를 통해 ‘과정’에 대한 성찰을 표현한다.
첫 번째 요소는 무한한 확장성을 지닌 ‘드로잉’이다. 강준영 작가에게 드로잉은 단순한 스케치가 아닌, 인고의 시간을 거친 고민과 본질적인 가치를 상징한다. 흑백의 연필과 종이를 사용하여 기하학적 요소와 점선면을 기반으로 한 드로잉은 그 자체로 작업의 단초이자 완성을 가능케 하는 필수적인 행위다.
두 번째 요소는 ‘집’이라는 공간이다. 작가에게 집은 물리적, 정신적으로 특별한 의미를 지니며, 작업의 출발점이자 영감의 원천이다. 과거 아버지의 건축 도면과 한국의 주거 정체성을 담은 도면을 활용해, 작가는 미술과 건축의 경계에서 ‘집’의 의미를 재해석한다. 이를 통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가치관 변화에 대한 고민을 담아낸다.
전시는 위 두가지 요소를 통해 크게 세 가지 부분으로 나눠 진행된다.
전시의 도입부에서는 건축의 관점에서 사용된 기학학과 점선면을 미술적 언어로 표현한 작가의 지난 10년 이상 꾸준히 작업해온 드로잉 작품들이다. 이들 중 구심점 역할을 하는 10미터의 거대한 화폭에 펼쳐진 흑백의 추상 작업은 한국 건축의 요소를 기하학적으로 재해석한 결과물이다.
두 번째 장은 프로그래머 김동철과의 협업으로 탄생한 영상 작업이다. 건축 프로그램의 코딩과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통해 도출된 기하학적 요소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과 사회를 이루기 위한 숨겨진 과정을 드러내며, 일상 속에서 놓치기 쉬운 중요한 가치와 수고를 환기한다.
마지막 부분은 집을 상징하는 기하학을 모티브로 한 변형 캔버스 위에 회화적으로 표현된 드로잉들과 거대한 테이블 형태의 조형물로 구성된다. 드로잉의 기본 요소인 물과 흙을 시각적으로 구현해내는 작품이다.
강준영 작가는 “이번 전시는 우리가 일상 속에서 놓치고 있는 본질적 질문들을 다시금 고민하게 하는 자리”라면서 “결과를 중시하는 사회 속에서 과정을 간과하기 쉬운 현대인에게, 그 과정이 예술과 삶의 진정한 본질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준영 작가는 홍익대에서 도예를 전공했으며, 국내외에서 다양한 전시와 세계적인 기업과 협업하는 아트프로젝트를 다수 진행했다.
전시는 17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