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주부를 자임하고 산지 12년이 넘었다. 일하면서 살림 살고 있으니 전업주부는 아니지만 집안일을 도맡아 하는 점에서는 여느 여성 주부들 못지 않게 면밀한 살림살이가 몸에 베었다. 그 주부생활에서 놀라운 사실을 자주 발견하곤 하는데 그중 가장 심각한 것이 넘쳐나는 비빌 봉투와 쇼핑백, 골판지 상자와 플라스틱 폐품들이다.주방 수납장 한 칸은 완전히 쇼핑백으로 차 있었다. 쇼핑백은 아이들이 집에 오거나 손님들이 자주 오므로 무얼 들려 보낼 때 자주 사용하는 편이다. 비닐 봉투보다는 가져오는 빈도수도 적어 쓸 가능성이 많다. 플라스틱이나 스티로폼 박스는 다양도실을 가득 채울 정도로 넘쳤다. 한때 책을 발송하거나 수석을 취미로 하면서 여러 곳에 돌을 포장해 보내느라 골판지 상자도 차곡차곡 모았다.며칠 전 이런 폐품들에 대해 일대 혁신을 단행했다. 이 대부분을 분리수거장으로 옮겨 처리한 것이다. 막상 꺼내놓고 보니 분리수거장으로 몇 번이나 왕복할 만큼 양이 많았다. 이렇게 일대 개혁을 단행하고 나니 다용도실이 눈에 띄게 넓어 보이고 수납장도 많아졌다.단순히 개인의 집 하나에도 이렇게 많은 쓰레기가 쌓이는데 사회 전반, 지구 곳곳에는 얼마나 많은 폐품들이 쌓일까? 시장이나 마트, 기타 생활용품 전반에 사용되는 포장지는 거의 대부분 비닐이다. 조금만 비용 나가는 제품을 사면 쇼핑백도 기본으로 따라온다. 행사에 참가해도 마찬가지다. 골판지 상자는 최근 인터넷 쇼핑으로 인한 택배 이용이 늘어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일주일에 크고 작은 상자가 최소한 서너 개는 된다. 여기에 의도치 않게 몰려드는, 쓸 곳도 없는 플라스틱과 스티로폼 용기와 제품들도 골칫거리다. 과자니 과일, 생선, 기타 온갖 포장에 플라스틱과 스티로폼은 빠지지 않는 재질이다. 분리수거할 때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 이것들이다.문제는 이런 포장재를 줄이는 것이 이미 개인의 선택 차원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나만 해도 가급적이면 비닐 사용을 덜 하려고 배낭에 늘 휴대용 장바구니를 가지고 다니지만 조금만 양이 많아도 장바구니가 태부족이다. 결국 비닐 봉투에 넣어올 수밖에 없다. 플라스틱이나 골판지, 스티로폼을 줄이겠다고 물품을 사지 않거나 인터넷 쇼핑을 멈출 수도 없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분리수거라도 잘 하는 것이 이런 폐품들로 주위를 오염 시키지 않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다.그러나 결국 이들 폐품들이 모이는 곳은 대규모 매립지나 부문별 재활용 처리장, 자원재생센터 같은 곳들이다. 그러나 매립지는 지자체들이 서로 수용하지 않겠다고 버티는 추세고 재활용 처리장이나 자원재생센터를 건설할 때도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히며 설립에 애를 먹는다. 엄청난 쓰레기를 양산하는 것에는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지만 그것을 처리하는 과정에서는 극심한 이기심과 님비현상이 머리를 쳐든다.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재생 가능한 재료의 상용을 무시하고 기껏 연구 개발된 소재들에 대한 상용을 폐지하면서 환경부가 환경을 망치는 정부부서라는 불명예를 얻었다. 실제로 지난 정부에서 적극 권장해 개발된 다양한 재생 용품들이 현 정권의 납득하지 못할 정책 선회로 성과를 보지 못했고 개발업체들은 줄도산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정책이 무용화된 상황에서 소비자들에게 폐품 사용을 줄이라는 말은 씨도 먹히지 않는 법이다. 결국 합성수지류 폐품은 더 걷잡을 수 없는 남용으로 치닫고 있다.오늘도 마트에 다녀오면서 여러 장의 비닐을 또 쌓았다. 지난주 인터넷 쇼핑으로 쌓인 골판지와 스티로폼 상자도 몇 개나 된다. 플라스틱 용기도 분리 수거함에 몇 개나 쌓였다. 일주일에 두 번 하는 분리수거 날짜마다 내놓을 폐품들이 반드시 쌓인다. 이제 동네마다 매립지가 생기고 생활폐기물 재생 센터가 만들어지는 날이 곧 올 것이다. 지구 곳곳 바다에 거대한 쓰레기 섬이 쌓이고 있는 것은 많은 방송 언론 매체들의 보도로 확인했듯 결국 우리가 사용한 쓰레기들을 우리가 떠안고 사는 날이 멀지 않았다. 주부만이 아니라 가족 모두가, 가정과 직장 모두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될 난제다. 그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가장 중요한 곳이 정부다. 정부가 이런 쓰레기, 폐품들의 처리에 적극적이고 도전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는다면 개개인의 개선의지는 더 이상 살아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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