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국립공원 토함산 일대의 산사태 위험이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것으로 확인돼 관련 당국의 철저한 대응 마련이 시급하다.
녹색연합이 지난 15일 경주국립공원사무소, 국립산림과학원 등과 합동 조사한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토함산 일대 3곳에서 ‘땅밀림’ 현상이 확인됐다.
지난 5월 녹색연합이 토함산 24곳에서 산사태 발생했다고 밝힌 뒤, 6월 말부터 7월 초에 걸쳐 실시한 합동 조사결과를 ‘경주 대형 산사태 대책보고서’로 내놓은 것이다. 이에 따르면 무장산·함월산·토함산 일대 73곳에서 산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고, 그중 토함산 일원 3곳이 산사태보다 위력이 훨씬 강한 ‘땅밀림’ 현상이 발견됐다.
땅밀림은 일반 산사태보다 위력이 강해 한 번 발생하면 일반 산사태보다 훨씬 큰 피해를 낳는다. 평소에는 서서히 진행되지만 폭우나 지진 등으로 충격이 가해지면 지반 전체가 한꺼번에 무너져 내릴 수 있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토함산이 있는 황용동 2곳의 땅밀림 현상은 1만2231㎡(약 3700평)와 2701㎡(약 820평) 규모로, 지방도 제945호선이 피해 영향권에 들어있다. 또 문무대왕면은 4561㎡(약 1380평)로 범곡리 마을이 영향권이다. 게다가 황용동 1만2231㎡ 규모의 땅밀림 현상이 확인된 곳은 35도를 넘는 급경사지로 현재도 붕괴가 진행되고 있다. 또 이곳은 하나의 계곡에 두 곳의 대형 땅밀림 현상이 진행되고 있어 그 위험성이 배가되고 있다.
산사태는 많은 비로 급경사 지역에서 표층의 급속한 붕괴로 일어나는 현상인 반면, 땅밀림은 지하로 스며든 대량의 물로 인해 지반 자체가 서서히 움직이면서 발생한다. 땅밀림이 산사태처럼 보이지만 피해 영향권은 더욱 넓고 크다는 점에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일본은 땅밀림 규모가 하루 1㎜ 이상이면 ‘주의’, 하루 1㎝ 이상 ‘경계’, 시간당 4㎜ 이상이면 ‘피난’ 경보를 울리는 등 경보발령 시스템 및 대응 매뉴얼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이 같은 재난관리시스템부터 먼저 도입해 인명피해를 막아야 한다.
이상기후의 영향으로 강우 빈도가 높아지는 현실에서 땅밀림을 측정할 수 있는 계측기를 설치하고, 위험지도를 만드는 등 위험지 관리에 대한 종합적인 마스터플랜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