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가 올해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 국내도시 신청을 포기하고 2026년 재도전을 결정했다. 2022년 3월 경주시장의 창의도시 가입 도전 언급 후 2년 동안의 결과다. 결과만 본다면 신청 연기는 2년의 시간을 허비했다고 판단될 수 있기에 비판받을 수 있다. 하지만 다른 면에서 본다면 올해 창의도시 신청 포기를 통해 얻은 것들로 2년 뒤 제대로 신청하면 된다. 어설프게 신청했다가 국내 창의도시 선정에 탈락해 버리면 추진 원동력을 잃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신 연기한 김에 정말 제대로 준비해야 한다.
올해 창의도시에 신청하지 못한 이유는 인력, 예산, 계획, 실적 등 모든 부분에서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경주시는 2년이라는 시간에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야 한다.
먼저 유네스크 창의도시 네트워크가 뭔지 모르는 시민들이 너무 많다. 더해서 문화·예술인들 조차 무엇인지 잘 모른다. 시는 창의도시가 무엇인지, 국내도시 선정에 이어 국제도시에 가입한다면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시민들에게 알려야 한다. 경주의 문화·관광산업의 미래 먹거리 사업임을 알리고, 동참해야 하는 당위성을 일깨워줘야 한다.
또한 선정을 위한 예산을 당장 마련해야 한다. 창의도시는 지속가능발전을 전제로 하는 사업인 만큼 지방정부의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올해 신청을 포기한 이유 중 하나로 예산 부족과 실적 부족을 꼽고 있다. 이번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실적을 만들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예산이 동반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관 주도가 아닌 시민, 유관단체, 전문가들이 꼭 참여해야 한다. 가령 경주문화재단에 맡길 일이 아니다. 경주문화재단은 참가하는 숱한 인적네트워크의 일부분이 돼야 한다. 창의도시 가입 추진의 중심이 되면 안 된다는 뜻이다. 이 문제는 ‘대한민국 문화도시’ 탈락이라는 고배를 마시며 충분히 답습했다. 결국 진정한 의미의 민간 주도가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경주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도시다. 과거의 유산을 토대로 미래를 만드는 것이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라 판단된다. 이제라도 과거와 미래를 잇는 새로운 산업 동력을 위한 밑바탕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