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조금 천사
임지은
엄마는 악마 중에 제일 착해서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왔대요
엄마는 무겁고 나는 가벼워요
몸무게 말이에요
생각보단 가볍고
캥거루보단 무거워요
주머니 말이에요
엄마는 가벼워지면
하늘나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오늘도 다이어트를 하지만
내가 남긴 돈가스를 먹고
한밤중에 일어나 아이스크림도 먹어요
악마 중에서 제일 착하다는 건
조금은 천사라는 거거든요
나는 엄마가 계속 땅에 있길 바라서
밥을 다섯 숟가락씩 남겨요
과자를 바닥에 흘리고 먹어요
붉으락푸르락 엄마 얼굴
이럴 땐 악마같지만
꾹 참고
내 머리를 쓰다듬을 땐
참말로 천사라니까요
반쯤은 악마이고 반쯤은 천사인 엄마
‘엄마’라는 말을 들으면 우리는 이내 시큰해진다. 오랫동안 우리는 거룩한 희생의 표상으로서의 모성을 간직해 왔다. 그러나 그것은 누구나 생각하고 의심하지 않는 어머니 상(像)이라 뻔한, 그래서 다분히 관습적인 것이 아닐까?
아이들의 눈에 비친 엄마는 거룩하지 않다. “생각보다 가볍고 캥거루보다 무거운 주머니”(돈)를 가진, 좀 통통한 그녀는 현실적인 엄마에 가깝다. “가벼워지면 하늘나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믿는 걸 보니 엄마는 확실히 천사 출신인가 보다. 그러나 매일 “다이어트를” 하지만 하루를 지나지 않아 “내가 남긴 돈가스를 먹고” 심지어 한밤중에 아이스크림을 못 참고 먹는다. 40대에 가까운 엄마는. 초등학생을 아이로 둔 이 땅의 대부분의 평범한 아줌마다.
아이는 이러한 엄마에 대한 독특하고 개성적인 자신의 생각을 드러낸다. “엄마는 악마 중에 제일 착해서/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왔”다는 것과, “악마 중에서 제일 착하다는 건/조금은 천사”라는 발상. 참 유쾌하고 발랄해서 읽는 순간 푸웃, 우리를 터지게 만든다. ‘나’는 엄마가 가벼워져서 천국에 올라갈까 봐, 밥을 다섯 숟가락씩 남기고 과자를 바닥에 흘린단다. 가끔 붉으락푸르락 화낼 때는 악마같지만, 내 머리를 쓰다듬을 때는 참말로 천사란다.
이해할 수 없는 건 표현할 수 없다. 시인은 아이가 가장 잘 이해하는 천사와 악마로 지금까지 한 번도 시도한 적 없는 엄마에 대한 정의를 내렸다. 이게 개성적인 시다. 어린아이의 눈으로 쓰는 시는 눈높이를 낮춰서 내가 쉽게 들어갈 수 있도록 문을 열어준다. 무엇보다 잘난 척하지 않는다. 이런 감동과 새로움 때문에 동시를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