앰블런스가 사이렌을 울리며 지나간다. 평소 같으면 그런가 보다 할 텐데, 전공의와 의대 교수들의 사직이 이어지는 의료대란 시국에, 앰블런스에 탄 환자가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선다. “의사의 날”이라고 들어봤나? 미국에서는 3월 30일, 스페인이나 아르헨티나, 쿠바는 12월 3일을 기념한다. 날짜는 다르지만, 의미는 같다. 그들의 수고에 감사함을 표하는 날이다. 역사적으로 의사는 대접받는 직종은 아니었다. 그러나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세계 경제의 변환 속에 의사란 직종은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개 부유함의 상징이 되었다. 대한민국에서는 좀 더 그렇다. 우수한 성적의 인재들이 의예과에 집중된다는 것은 경제적 이득이 강하다는 증거다. 의사가 돈 버는 것이 뭐가 문제인가, 공부한 덕이요, 고부가가치의 일을 한 덕이라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공공 의료, 지방 의료라는 말을 생각하면 의료계의 여러 가지 문제가 드러난다. 예를 들면 강원도 임산부의 사망률은 중국 임산부의 사망률보다 더 높다. 너무나 어이없는 이 사실은 드라마 에피소드로 등장했다. 지방 의료의 문제는 수도권 집중화로 인한 여러 가지 부작용의 하나로 치부할 것인가? 저출생으로 대한민국은 초고속으로 고령화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평균수명은 나날이 늘어나고 있는데 의사는 충분한가? 정부와 의사협회의 말이 다르다. 자료를 찾아봤다. OECD 국민 10만 명당 의료인 수 평균 14명인데 우리나라는 6명으로 꼴등. 그런데도 의예과 정원 확대에, 의료계에서 집단 사직을 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아줌마의 시선은 불편하다. 의사들의 밥그릇 사수전일까, 국민을 위한 의료체계의 발전을 위한 선택일까 하는 질문에 자꾸 전자일 거라는 의심이 들기 때문이다. 그들의 사직은 일단 목적이 무엇이든 국민의 생명권을 담보로 잡았다는 것이 문제이고, 여러 번 반복되어 온 그들의 파업행태에 불만도 쌓였다. 돈 되는 과에만 의사가 몰리는, 일부 과의 문제가 아니었다. 의사의 수가 적은 것은 확실한 문제다. 인구가 점점 줄어드니 의사도 줄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평균수명이 높아지고 고령화사회로 진입하면 의사 수요는 더 늘어난다. 그때 가서 의사 수를 확 늘릴 수 있을까? 의사란 직종은 일반 대학과 다르다. 의예과를 졸업하고 일련의 수련 과정을 거치고 전문의가 된다. 빠르게 공급할 수 있는 직종이 아니다. 물론 의예과 정원을 늘린다고 인원이 부족한 필수 과에 의사들이 가겠는가 하는 질문이 떠오른다. 의예과 정원을 늘리면 공부 못하는 지방 출신들이 의예과를 지원하게 되고, 실력이 뒷받침해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지방 의료를 더 무너지게 할까 걱정도 든다. 그런데 아줌마는 생각한다.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더군다나 인원이 부족한 과나 지방 의료시설에 지원자는 더 없게 된다. 일단 의료인이 많이 공급된 상황에서, 인기 있는 과에 실력이나 성적 등 요인에 의해 지원하지 못한 이들이 수도권에서 지내고 싶은 마음에 상대적으로 인기가 덜한 과에 지원하게 되고, 과가 더 중요한 이들은 지방의료기관의 인기과, 그다음에는 지방의 인기가 적은 과에 지원하게 되지 않을까? 우리 쌍둥이가 태어나서 동네에 있는 병원을 하루가 멀다고 들락날락했다. 이제는 막내도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예전만큼 병원을 자주 다니지 않지만, 세 아이가 모두 어렸을 때는 일주일에 서너 번씩 가기도 했다. 그때마다 선생님께 차라리 방을 하나 달라, 귀찮게 왔다 갔다 하지 말고 여기서 지내는 게 낫겠다거나 제가 이 병원을 먹여 살린다고 농담을 하기도 했었다. 아이들이 출생과 성장을 함께 나누면서 선생님은 아이들의 컨디션을 그 누구보다 빨리 캐치하시고, 아이마다 특성이 다름을 알고 계신다. 친정이라도 가서 아이가 아픈 경우 다른 병원을 가게 되면 과잉진료나 또는 제대로 살피지도 않고 질문도 없이 1분도 안 되어 처방전을 받을 때는 당혹스럽다. 지방 의료가 무너지면 안 된다. 그러면 수도권에 사람들이 더 몰리고 더 큰 문제들이 발생하게 된다. 그러니 지방 의료, 공공 의료의 문제는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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